사드배치 1년 되던 날... 성주는 여전히 '전쟁터'

성주 주민들 366회 촛불 집회 개최... 서북청년단 등 극우단체들은 사드 찬성 집회

등록 2017.07.14 11:42수정 2017.07.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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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3일 오후 사드가 배치된 소성리 마을회관 입구에서 서북청년단 등 보수단체와 주민들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도로 양쪽을 완전히 막았다. ⓒ 조정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들어오기 전에는 가족들이랑 영화도 보고 놀러 다니고 가족모임도 하고 좋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왜 우리 지역에 와서 가족과 이웃들을 망가뜨리는지, 북핵에 대응한다는데 사실이 아니잖아요. 우리 지역 사람들은 다 알아요..."

조유련(48)씨는 지난해 정부가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부터 성주는 지옥이 되었다며 "제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 우리 가족 4식구가 함께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평범한 가정주부 사드 반대에 발벗고 나서 "사드 반입 생각하면 눈물만 나"

평범한 직장인으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던 조씨는 지난해 7월 13일 정부가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삶이 변했다. 막연한 우려에 인터넷도 찾아보고 이웃들과 대화를 통해 안전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사드를 반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김항곤 성주군수도 삭발을 하고 손가락을 베어 혈서를 쓰며 "사드는 결코 우리 지역에 들어올 수 없다"고 강하게 저항했기 때문에 군민들이 힘을 합하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조씨는 SNS를 통해 주민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며 사드 반대 촛불 집회에 열심히 나갔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인 '1318'방에서 매일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평화를 상징하는 '파란나비' 리본을 만들고 팔찌도 만들어 주민들과 나누었다.

하지만 김 군수가 군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성산포대 대신 제3의 부지를 선택해 달라며 기자회견을 한 후, 많은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을 보고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성주군청 앞마당에 모여 "소성리도 성주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사드 반대"를 외쳤지만 이미 사드 배치 쪽으로 돌아선 관변단체 등은 오히려 아픈 가슴을 헤집어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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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북청년단 등 보수단체가 사드가 배치된 성주 소성리 입구에서 집회를 하자 경찰이 충돌을 우려해 주민들을 고착시키는 과정에서 한 주민이 바닥에 넘어졌다. ⓒ 조정훈


조씨는 지난 1년 중 사드가 반입된 4월 26일이 가장 소름끼치는 날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25일 저녁에 성주읍에서 열린 촛불집회를 마치고 소성리에 올라왔다"면서 "그날따라 경찰들이 엄청 많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할머니들이 불안해 할까봐 노래도 부르고 기분도 풀어드리며 시간을 보내다 자정이 넘어 '여자들은 집에 갔다가 상황이 터지면 오자'고 해 집으로 갔다"며 "집에 가니 이미 1시가 넘었고 딸은 혼자 자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만일을 대비해 씻은 후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 누워 있었는데 비상이 걸렸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곧바로 소성리로 차를 몰았는데 가로등이 다 꺼져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상향등을 켰더니 경찰차가 새까맣게 올라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현장에 도착하니 경찰들은 주민들을 막고 있었고 할머니들은 밑에 깔려 한 분은 팔이 부러졌다"면서 "앰블런스 차량이 들어와야 하는데 경찰이 못들어오게 막아 군대 응급차량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조씨는 "지금도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자다 보면 환청이 들리고 몇 번씩 깨게 된다"면서 "사드 때문에 마을이 쑥대밭이 됐는데 성주군은 '생명문화축제'를 열었다. 분해서 눈물만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사드는 북핵 막기 위한 방어용이 아니라 주한미군 위한 무기"

이혜경(48)씨는 "첨엔 사드가 뭔지도 잘 모르고 왜 반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면서 "휴대폰도 머리맡에 두고 자면 전자파가 나와 안 좋은데 사드레이더의 전자파는 얼마나 많이 해롭겠나"라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엔 주민들도 사드가 건강에 해롭다며 들어오는데 반대했지만 니중에는 북핵을 막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주한미군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라는 걸 알았다"면서 "사드는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가 발표된 후 군수가 삭발을 하면서 막아내겠다고 해 물리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3부지를 찬성하면서 주민들이 길거리로 내쫓기고 애원해도 만나주지 않아 믿음을 저버렸다"고 김항곤 군수를 비판했다.

이씨는 이어 "제3부지를 찬성하면서 군수와 함께 움직인 단체들이 다 빠져나갔다"면서 "집회에 참석하면 군에서 지속적으로 전화가 오고 군에 관계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압박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무슨 일이 터지면 너희들이 참아라 한다. 국가가 하는 일인데 왜 희생을 하지 않느냐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며 "사드의 본질을 안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무조건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소성리에 와서 주민들 처지를 본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미국은 괌에 사드를 영구배치 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4년째 환경평가를 하고 있고 레이더 방향도 바다를 향하고 있다"며 "인근에는 주민들도 살지 않고 돼지 한 마리, 박쥐 한 마리만 있어도 환경영향평가를 하는데 우리는 인근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도 무조건 안심하라고만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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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청년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3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몰려와 사드 찬성을 외치며 주민들과 충돌했다. ⓒ 조정훈


실제로 성주 롯데골프장에서 불과 1.2km에 있는 김천시 남면 월명리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사드 장비를 배치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씨는 "직장에 다니면서 3명의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동안 안타깝고 화가 나는 일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갔다"면서 "사드 배치 과정을 겪으면서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세월호 유족들이나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1년 되던 날 전쟁 방불케 한 보수단체 집회

사드배치를 발표한 지 1년이 되는 날도 성주 소성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서북청년단 등 극우단체들이 몰려와 사드 찬성 집회를 갖고 롯데골프장 부지가 있는 곳까지 행진을 하려다 마을주민들과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을주민과 극우단체 회원들을 갈라놓기 위해 수백 명의 경찰이 출동했다. 소성리 마을회관 입구를 둘러싸고 두 집단 간의 충돌을 막았다. 경찰이 마을 주민들을 막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넘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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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윤재옥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일행이 13일 오후 사드가 배치된 성주군 소성리 입구를 방문해 주민들이 차량을 검문검색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 조정훈


이날 오후에는 두 야당 국회의원이 성주를 찾았으나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먼저 국회 안전행정위 소속 윤재옥 의원 등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4명이 오후 4시 50분경 소성리를 찾았다. 윤 의원은 "경찰이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있어서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찾았다"면서 소성리 주민들이 롯데골프장 부지로 가는 차량을 검문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윤 의원 일행은 하지만 소성리 입구 삼거리에서 보수단체와 마을주민들 간의 대치상황만 바라보았을 뿐, 마을주민들이 검문검색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경찰청에 법질서를 확립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개선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말만 하고 발길을 돌렸다.

사드 반입부터 이미 불법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법적인 통행을 막아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윤 의원은 "국가가 불법적인 일을 했겠는가"라며 "그건 법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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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주민들은 13일 오후 8시부터 주민 300여 명이 모여 366일째 사드 반대 집회를 열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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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은 13일 오후 8시부터 성주군청 앞 주차장에서 열린 사드 반대 366일째 집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함께 했다. ⓒ 조정훈


이날 저녁 성주군에서 열린 366차 촛불집회에는 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전 세계가 성주를 바라보고 있고 이제 성주는 덩치 큰 강대국들이 바라보는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고 위로했다.

김 의원은 "저는 미국 가서 사드배치 빨리 안 한다고 귀싸대기 맞고 중국 가서 사드배치 한다고 또 귀싸대기 맞고 국내 돌아와서 말 함부로 한다고 보수언론들에게서 또 맞았다"면서 "성주 와서 위로받으니 싸대기 세 대가 아니라 열 대라도 상관이 없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사드 #서북청년단 #윤재옥 #김종대 #소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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