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현대차 본사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현대차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무엇이 문제인가 ④] 현대차그룹 노무관리 흐름과 문제점

등록 2017.07.19 11:01수정 2017.07.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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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완성차만이 아니라 부품사, 철강, 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30여개가 넘는 기업을 거느리고 재벌이다. 특이한 점은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는 부품사의 노조들이 기업의 노조 깨기로 인해 고초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 재벌 그룹 중 유일하게 노무담당 그룹부회장이 있는 그룹으로 노무관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계열사의 노무관리만이 아니라 부품사 노무관리도 진행하고 있어 부당노동행위(노동법 상  하청업체의 노사관계 개입 불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7년 5월 부품사인 유성기업의 노조를 깨는 행위로 현대차와 임원진이 기소됐다. 부품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형사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이에 유성범대위는 현대차그룹의 부품사 노조파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 기자 말

현대차그룹은 한국 재벌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노무담당 그룹부회장이 있는 그룹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노조들을 만나보면 현대차그룹 노조의 과제는 '양재동'을 넘는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이 말은 현대차그룹 본사가 있는 양재동을 빗대 '양재동'에 노사관계를 총괄하는 노무관리 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그룹 산하 노조의 모든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본사에는 부회장을 정점으로 정책기획팀과 정책개발팀이 있다. 정책기획팀은 그룹 내 노사관계를 종합하고, 정책개발팀은 그룹 외부를 - 국회, 경제단체, 총연맹 등 노조단체 -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별이 아닌 본사 중심, 계열사 총괄의 노무관리

현대차그룹에 노무담당 부회장이 생기기 전에는 현대차는 사장 내지 전무가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기아차는 기아차대로 따로 노무관리를 하는 시스템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현대차그룹 노무담당 부회장이 2008년부터 생겼는데, 이는 그룹차원의 노무관리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울산과 소하리의 공장별 노무관리를 벗어나 현대차그룹 본사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 방식의 특징은 현대차그룹이 기아차를 인수하고, 한보철강, 강원산업 등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을 하면서 그룹을 키워왔기 때문에, 현대차에서 노무관리자들이 계열사 노무담당으로 지속적으로 배치되면서 현대자동차 노무관리 방식이 전 계열사로 확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노무관리 체계의 가장 큰 원동력은 노무관리 담당자들의 체계화, 조직화를 통한 독자세력 형성에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에는 수백의 노무관리 담당자들이 있다. 그리고 별도로 사내하청 협력사 노동자를 담당하는 협력지원팀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 체계는 그룹의 노무관리 방침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며 이들은 고유의 노무관리 승진체계를 갖고 있다. 예컨대 노무담당자들의 고과권을 그 소속 상위 직급자가 매기는 것이 아닌 노무라인 자체의 고과권을 통해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까닭에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는 노사갈등을 유발하고, 이에 대해 대단히 공격적인 입장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노사갈등에 대해 회사의 이익을 철저히 관철시키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는 MTM(Man To Man)을 기초로 하면서 거기다 '법과 원칙'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포장하고 있다. '법과 원칙'과 '맨투맨 관리'의 모순적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평범한 인물과 문제적 인물에 대한 상반된 관리를 통해, 양자가 서로를 뒷받침한다. 맨투맨 관리는 활동가들 - 전직 간부, 오피니언 리더 -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한다. 예컨대 맨투맨 관리를 통해 만날 때 관리자는 친분이 있는 나(그)를 회유하지만, 만약 회사가 원하는 방향에서 이탈한다 싶으면 익명의 조직(회사)은 나(그)를 탄압한다. 관리자들은 친구이지만, 그들이 모인 관리조직은 탄압의 무서운 세력이 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는 현장의 여론과 정서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법과 원칙(이른바 상식)을 지킨다는 이름으로 그룹 전체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고 있다. 즉 법과 원칙을 회사는 지키려 하는데 노조가 불법을 자행하는 집단이자, 문제아라며 언론플레이를 해 사회화, 상식화 시킨다.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저항을 봉쇄하고 그들을 협력 지향적인 교섭 파트너로 변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는 현대차를 정점으로 계열사들을 서열화하고 있다. 서열화 형태는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할 때 분명하게 확인된다. 계열사들은 그룹의 노무관리 통제를 받기에, 해당 사업장 노사 간의 자율적인 단체교섭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물량을 위해 노동을 배제하는 노무관리로

한편,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는 현대차의 생산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겪고 나서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여 일정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자동차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당시 현대차그룹은 판매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장되면서 차를 만들면 바로 팔리는 상황이었고, 차가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단기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물량중심주의가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물량중심주의는 자연스럽게 노조 배제주의와 연결되었고, 노동배제적 노무관리정책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세계를 풍미한 도요타 생산방식이 철저하게 현장에 의존하여 현장감독자의 역할, 종업원의 자질(인적자원의 질)이나 회사에 대한 충성심, 기능적 유연성을 강조한다면 '현대차 생산방식'과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현대차에서 현장 우회적인 사고는 우선 자동화에 대한 강한 의존과 엔지니어 지향 및 높은 생산관리수준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현대차는 현장에서 공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일명 모답스 공법을 쓴다. 그런데 대다수 현대차 노동자들은 모답스 공법을 통해 회사가 제시하는 공수와 인원배치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산기수팀의 일방적 산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신차가 투입될 때 노사 간 공수와 인원배치, 모듈화 정도를 둘러싼 외주화 문제로 확대된다. 이러한 갈등을 최대한 회피하면서 생산하기 위한 방식으로 현대차 생산방식의 성격을 기술-노동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본적으로는 노동배제적・기술중심적 특징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얘기된다. 현대차에서 자동화는 노동자 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은 노동절약적 자동화였으며 노동배제적인 자동화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동화는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사관계가 협조적인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동화・정보화를 추진하는 데 비해,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숙련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정보화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노사관계의 성격에 따라 기민한 생산방식의 구체적 형태가 달라진다."(조형제, 현대자동차의 기민한 생산방식, 2016)

특히 현대차는 도요타의 JIT시스템보다 한 단계 발전시킨 JIS시스템(Just In Sequence System)(하단 참고)을 도입하였다. JIS 시스템은 현장에서는 '서열방식'으로 불리는데 이러한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완성사의 라인정지를 방지하기 위해 부품사와 사내하청에 대한 관리통제가 불가피하게 높아지게 된다.

현대글로비스의 동진오토텍노조 죽이기

현대글로비스의 협력업체인 동진오토텍은 사외 직서열업체다.(하단 참고) 2016년 10월 3일 동진오토텍에 노조가 결성되자 노조 파괴 행위가 자행되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협력업체의 노조 설립 및 노조활동을 방해하고자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었고, 여기서 직접 협력업체에 대한 노무관리 방안을 수립했다. 그 중 하나가 2017년 2월 1일 차체 부분을 다른 업체로 이관하면서 조합원 55명을 탈퇴하도록 만들고, 2017년 4월 20일 26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었던 동진오토텍에 들어가던 물량을 계획적으로 7개 업체로 분산해서 '동진오토텍지회 말려죽이기'를 시작했다.

또한 쟁의행위를 방해하기 위한 각종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그리고 노조탈퇴 방안을 직접 수립했다. 노조파괴를 위해 노조활동 방해, 쟁의행위 방해, 그리고 노조 탈퇴 방안 등 전형적인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동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이 취업하지 못 하도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다른 업체에 명단을 뿌리는 등 반인권적 가혹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처럼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형태는 3세 승계를 위해 세습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위해 하청노동자를 쥐어짜고, 이에 항의해 노조를 만들면 철저히 노조를 파괴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현대차그룹 노무관리는 현대그룹 계열사가 아닌 부품업체에 대한 개입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성기업의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공장 내에 상주하고 있던 현대차 총괄이사의 차량에서 발견된 '유성기업(주) 쟁의행위 대응요령'이라는 유성기업 사측의 대외비문건 중 '유성기업 주간연속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및 추진방향'이라는 부분에서 그동안 추측이 무성했던 현대차그룹의 부품사 노사관계 개입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 금속노조 산하에는 60여개의 복수노조가 생겼으며, 대부분의 민주노조가 파괴되어 소수노조로 전락했지만, 현대차그룹에는 복수노조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잘못된 노무관리 방식은 이제 변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한국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동진오토텍, 유성기업 등에서 드러난 노조파괴의 주범들은 반드시 책임이 물어야 하고, 잘못된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 방식은 바꿔야 한다. 그럴 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적폐청산과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JIT 시스템: JIT(Just In Time)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생산 시스템으로서 모듈화 조립 방식의 시스템. 자재 관리, 생산 관리, 품질 관리 등 생산과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가 완성차 업체는 물론 전 협력 업체가 함께 움직임으로써 생산 라인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생산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즉 전용 회선으로 각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를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발주하면, 모듈 생산 업체에서는 순서대로 각 모듈에 맞는 사양으로 조립하여 발주에 맞는 모듈을 생산한 후 납품한다.(TTA정보통신용어사전, 다음)

* 사외 직서열업체 : JIS생산방식에 의해 완성차업체서 부품을 서열생산하는 협력업체. JIS생산방식은 서로의 생산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완성라인에 투입시킬 조립순서를 실시간으로 요구할 수 있는 시간과 순서가 복합된 생산방식임. 동진오토텍은 현대차에 현대글로비스 명의로 현대차에 납품하는 업체.
덧붙이는 글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글입니다.
#현대차 #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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