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고 에어컨 틀기, '개문냉방 영업' 막을 대책 없을까?

[2017 전국일주 - 대구·경북 ⑬] 포항 중앙상가 41% '개문냉방'... 철저한 단속 필요해

등록 2017.07.23 12:02수정 2017.07.23 12:02
1
원고료로 응원
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한국인은 에어컨에 중독됐다. 한겨울 텔레비전에서 에어컨 광고가 흘러나오고, 5월이 오기도 전에 시내버스에서 에어컨 바람이 흘러나온다.

스멀스멀 뜨뜻해진다는 지구를, 포항 시내 번화가는 아예 통째로 식혀버릴 기세다. 신발전문 대형 매장, 테이크아웃 카페, 화장품 가게, 휴대폰 단말기 매장, 의류잡화점 등등의 상점들 앞을 지나치기만 해도 발목이 서늘하게 베이는 것만 같다. 열린 출입문을 통해 그야말로 '콸콸' 뿜어져 나오는 에어컨 냉기 때문이다.

2011년 블랙아웃을 겪은 뒤로 우리 사회는 에너지를 보다 합리적으로 소비하자는 합의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에너지이용 합리화 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력예비율이 10%보다 낮거나 그렇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에너지 사용의 규모나 방법 등을 제한하도록 하는 공고를 발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이것이 여름철마다 그 실효성을 지적받는 '개문냉방단속'의 법적 근거이다. 산업부가 매년 6~7월에 발표하는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는 상점들이 냉방기를 가동하면서 출입문을 열어놓는 영업을 금지한다. 한 차례 적발되면 경고에 그치지만 두 번째 적발부터는 50만 원 이상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 길들이는 '매출 타령'

a

포항에서 여름은 개문냉방의 계절 주말 오후, 패션잡화 매장들이 열린 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에어컨 바람을 활용한 '손님 유치작전'이 한창이다. ⓒ 전병조


그러나 서울 명동거리를 비롯한 다른 지역들처럼 포항 중앙상가도 이른바 '개문냉방 영업'이 근절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점주들의 '매출 타령' 때문인지 시청의 단속 역시 소극적이다.

포항시청 해당 부서(일자리경제노동과) 관계자는 "(예전에) 산업부가 공고한 기간에 일주일에 한 차례 시내 중앙상가를 돌았지만 과태료 부과는 0건"이었다며 "단속 보다는 가급적이면 계도를 목적으로 점검한다. 장사도 안 되는데 남의 영업장에 가서 '하라 마라'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참고로 산업부가 공고하는 기간에는 홍보를 위한 예비기간이 주어진다. 올해 아직 산업부는 '에너지 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의 '계도'는 효과가 없었다. 기자는 지난 15일 오후 영업 중이던 시내 중앙상가 상점을 직접 조사했다. 오후 2시에는 313곳 가운데 131곳(41.9 %)이 적발 대상에 해당됐다. 오후 7시 조사에서는 해가 지고 기온이 떨어졌는데도 342곳 중 141곳(41.2 %)이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시청 관계자의 답변이 어쩌면 '공무원의 부작위'를 증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태료를 피하고 전기요금을 조금 더 내면 그만인 문제일 수는 없다. 그러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구실로 한국의 화력발전설비가 무서운 속도로 늘었고, 잘못된 에너지 경제관념이 전 지구적 기후변화를 거들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포항의 여름도 당연히 더 뜨거워졌다. 기상청 자료를 분석해보면, 최고기온이 30도를 초과한 날 수가 1950년대 연간 24.5일에서 2010년대에는 연간 40.9일로 늘었다. 무더운 날씨에 거리로 나오는 고객은 더 줄어들고, 에어컨은 보다 부지런히 호객행위를 해야만 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두 마리 토끼, 공정과 에너지

a

이런 대형매장은 일단 영업을 시작하면 출입문을 닫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에서 단속에 나섰다면 결코 적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수 년간 해당 상점의 개문영업을 '전혀' 막지 못했다. 무능력이거나 부작위일 수밖에 없다. ⓒ 전병조


냉방을 하더라도 문을 닫고 있으면 손님이 줄어든다는 게 사실일까? 심리적인 착각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다. 상점에 들어오기를 망설였던 손님이 문이 열린 다른 가게로 가버린다면 법을 지키는 쪽이 확실히 손해다.

그러나 만일 다른 모든 상점도 문을 닫고 영업을 한다면 어떨까. 손익은 상대적인 느낌일 수 있다. 혼자만 법을 지키면 '나만 손해'가 되지만, 다 같이 법을 지키면 공정한 경쟁이 회복된다.

그렇다면 모두가 법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는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걸 시도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개문냉방 영업을 아주 철저하게 단속하는 것이다. 올해는 아직 산업부가 에너지 사용 제한 공고를 내지 않았다. 당장 8월부터라도 엄격히 단속할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반칙을 미워하고 지구를 아끼는 시민들의 제보를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포항시 #중앙상가 #개문냉방 #포항시내 #문열고 에어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