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아닌 것들'이 언론을 이기는 힘은?

[미디어 톺아보기 24] 뉴스 소비자들, 포털과 페이스북 선호하는 이유

등록 2017.07.18 11:15수정 2017.07.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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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 매출의 70%(730억 달러·약 84조 원)를 독식하며 뉴스를 유통하고 있으나 언론사는 뉴스 생산자로서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선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거대 포털 사이트만큼이나 구글과 페이스북이 주류 언론사들의 눈에 가시인 모양이다. <중앙일보>가 지난 12일 국내 주류 언론사들을 대표하기라도 한 듯 사설 '구글·페북에 수익배분 요구 나선 미국 언론사들'에서 남의 일 같지 않음을 시사하며 우려했다.

미국 발 주류 언론사들의 목멘 소리를 인용한 이 사설은 "최근 미국에서 언론사 2000개가 '뉴스미디어연합(NMA)'을 구축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 대형 온라인 업체와 수익배분을 위한 단체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뉴스 만들지 않고도 거액 챙기는 '얄미운' 곳, 정체는?

NMA는 세계 굴지의 언론사들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 <다우존스> 등 굵직한 매체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온라인 거대 플랫폼을 상대로 '반독점법 적용의 제한적 면제' 입법을 의회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하니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페이크뉴스(Fake News : 의도를 가지고 뉴스 형식을 빌려 허위 정보를 전파하는 형태의 가짜뉴스)' 파문의 진원지나 다름없는 페이스북이 거대 언론사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니, 미국은 역시 민주주의 국가임과 동시에 자본주의 국가라는 인식을 새삼 갖게 한다.

<중앙일보> 사설의 이 같은 지적 이면에는 각종 뉴스를 기존 언론사들이 애써서 생산하는 데 반해 수익은 온라인 업체가 챙기는 뉴스 유통의 기형적 구도를 비판하고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도 읽힌다. 아닌 게 아니라 끝내 사설은 "현재 세계 언론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당면 과제"라며 미국에 국한할 문제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남겼다.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들여 취재·보도 시스템을 가동하여 공들여 만들어 놓은 뉴스를 거대 뉴스 유통 플랫폼을 거느린 온라인 회사들이 은근슬쩍 활용하고 광고 수익 등 그 대가까지 챙기고 있으니 얼마나 얄미울까?

오죽했으면 '봉이 김선달'을 연상케 할 정도라는 지적이 나올까, 일견 이해는 할 만하다. 그러나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 이유는 점점 바쁘고 빨라진 일상에서 뉴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빠르게 양적·질적인 뉴스 이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좀 더 많은 뉴스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런 유통 플랫폼에 더 기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미국의 이러한 문제도 냉철하게 들여다본다면 기성 언론사들의 시각과 같이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게 소비자들의 처지이다.

미국의 구글·페이스북, 한국의 다음·카카오... 주류 언론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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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다음카카오 ⓒ 네이버,카카오


마치 10여 년 전 우리나라에서 포털 사이트를 놓고 기성 언론사들이 뉴스의 질 하락과 수익성의 균형을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것과도 비슷하다. 당시 포털 사이트를 언론으로 취급할 것인지, 뉴스 유통업체로만 취급할 것인지 논란이 가열된 적이 있는데, 현재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솔직히 생각해보자. 다량의 뉴스를 빠르게 유통하는 온라인 플랫폼 등장 이후 뉴스 소비가 유례없이 늘어나고, 이런 가운데 구글과 페이스북이 온라인 플랫폼을 주도하기 시작하자 미국의 주류 언론사들이 주도가 되어 수익의 공정 분배와 무너진 자존심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 아닌가?

이런 점에서 우리와 엇비슷한 형국이란 얘기다. 미국이 주류 언론사들과 구글·페이스북이 플랫폼 전쟁을 펼치는 사이에 우리의 경우엔 포털업체들과 주류 언론사들이 뉴스 유통과 수익배분 등의 문제를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는 1997년 야후를 필두로 포털 사이트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그 후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힘의 균형은 금세 깨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2년 네이버가 '지식인' 서비스를 개시하고 다른 포털과는 차별화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선두를 유지하기 시작하더니 지금도 유효하다. 네이버는 2004년 포털 사이트 1위로 등극한 데 이어 줄곧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다음이 뒤를 추격하는 양태다.

그러나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는 주류 언론사들과의 미묘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수익 배분 등 경제적 의제에서 늘 우위를 점할 정도로 막강해졌다.

뉴스 소비자들이 그들의 우군인 까닭은?

특히 포털 사이트의 뉴스 유통과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갈등은 포털업체들과 뉴스를 제공하는 주류 언론사들과의 전면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당분간 뉴스 소비자들은 편리한 포털 사이트의 든든한 우군으로 버텨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주류 언론사들과 포털 사이트의 논쟁과 갈등은 크게 두 가지 문제에서 증폭됐고 이 문제는 지금도 논쟁의 불씨가 상존해 있다. 첫째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소비 시장에서의 영향력 증대와 더불어 기존 언론사들과 포털사 간 전재료, 지적재산권 등을 둘러싼 수익배분 문제가 가장 크다. 또 다른 하나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에 대한 역할과 책임에 관한 문제가 항상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행히 후자의 문제는 지난 2009년 신문법이 개정되면서 다소 완화된 듯해 보이지만 여전히 앙금은 남았다. 포털 사이트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 ISP)'로 규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에 포함해 포털의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구제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지만, 기존 언론사들의 뉴스를 주로 유통시키는 포털 뉴스의 법적·사회적 책무는 여전히 모호하다.

2009년 개정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제2조 18항) 조항이 신설되면서 포털 사이트들도 기존의 언론사와 유사한 책임과 의무를 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뉴스를 매개하는 서비스 사업자일 뿐 뉴스 생산에 관한 강제적 규정과 이로 인한 법적·사회적 책무가 기존 언론사들과는 약간 다르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쟁의 불씨로 남아 있는 상태다.

최근 네이버가 연 200억 원에 달하는 언론사 지원책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논쟁의 불씨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구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네이버는 최근 언론사들의 인터넷 뉴스 담당자들을 초청해 언론사 수익배분을 골자로 하는 'PLUS(Press-Linked User Support) 프로그램' 도입 계획과 함께 이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은 1년 단위로 기사제공 대가인 전재료를 받고 있지만 기사에 붙은 광고에 대한 수익 배분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내놓은 PLUS 프로그램은 언론사들의 불만을 달래주기 위한 유화책 성격이 강해 보인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네이버는 언론에 제공하는 데이터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네이버는 그간 뉴스 유통을 독점하다시피 해오면서도 뉴스 유입 경로라든지 독자 정보 등 해당 데이터를 언론사들에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다.

'언론도 아닌 것들이...' 시샘·짜증 버리고 진지한 반성과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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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이 크게 달라지면서 뉴스 이용도 급격이 증가하는 추세에 편승하여 뉴스를 유통시키는 포털과 구글 및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승승장구를 구가하고 있지만 뉴스의 실질적인 생산자인 주류 언론사들은 여전히 찜찜한 표정이다." ⓒ pixabay


뉴스 유통과 소비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업체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수십 년에서 많게는 백년 넘게 언론시장에서 최고 또는 주류임을 자부해 온 기성 언론사들은 '종이호랑이'나 '종이사자'에 불과할 정도로 힘의 균형에서 '거대 공룡( 네이버)'에 밀려난 지 오래다.

네이버는 지난 2002년 대비 2016년 현재 시가총액이 90배 가까이 성장했다. 온라인 검색 점유율은 75% 내외에 이르는 가운데 지난 2016년 4분기 매출액 1조 850억 원 중 광고부분 매출액은 무려 8219억 원(75.8%) 규모로 알려질 정도니 업계에서 '공룡'이라고 부를 만도 하다.

그러니 주류 언론사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겠는가?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거대 온라인 플랫폼이 뉴스 유통과 광고시장 자리를 속속 차지하며 주류 언론사들을 위협하고 있으니 말이다.

뉴스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이 크게 달라지면서 뉴스 이용도 급격이 증가하는 추세에 편승하여 뉴스를 유통시키는 포털과 구글 및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승승장구를 구가하고 있지만 뉴스의 실질적인 생산자인 주류 언론사들은 여전히 찜찜한 표정이다.

마치 '언론도 아닌 것들이', '봉이 김선달' 하면서 짜증만 내며 시샘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뉴스 소비자들이 왜 포털이나 SNS를 더 선호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반성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눈치다.

그러지 않고서야 주류 언론사들이 '페이크 뉴스', '가짜뉴스 투성'이라고 주장하는 포털과 카카오, 구글과 페이스북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리 있겠는가? 이제라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거든 제발 진지하게 해결을 위한 고민부터 할 것을 권한다.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카카오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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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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