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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이동현, 베테랑이기에 더욱 빛나는 가치

17.07.18 10:30최종업데이트17.07.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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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로켓' 이동현 ⓒ LG트윈스


LG가 낳은 프랜차이즈 스타는 많지만, 이동현만큼 각별하게 느껴지는 선수는 흔치 않다. '로켓보이'라는 애칭을 얻었던 스무 살 소년은 어느덧 팀 내 투수 조에서 손꼽힐 정도의 베테랑이 되었다. 그의 팔꿈치는 모진 시련을 겪어야 했지만, 이를 원망하기는커녕 남은 하나의 인대를 LG에 바치겠다는 발언으로 팬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결국 그는 2015년 겨울 FA 계약에서 잔류를 택하며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계약 첫 해인 작년, 이동현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시즌 출발은 좋았지만 5월 부상과 함께 부진이 시작되었고, 5월 5일까지 2.63에 불과했던 그의 평균자책점은 시즌이 끝나자 5.40으로 폭등했다. FA 계약 첫 해 부진했다는 이유로 '먹튀'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러나 대다수의 팬들은 비난보다는 안타까움을 먼저 떠올렸으며, 격려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무너진 선발 류제국의 뒤를 이어 2.1이닝을 무피안타로 막아내는 역투를 보여주었고, 결국 LG는 초반 대량 실점을 이겨내고 역전승,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이 날 4차전 MVP로 선정된 이동현은 단 하루만에 베테랑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가치는 올해 다시 빛을 내고 있다. 시즌 시작하자마자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를 날려보내야 했지만, 복귀 후 6월 10경기 13이닝 동안 겨우 3자책만을 내주었다. 세부스탯도 좋다. 우선 블론세이브가 하나도 없으며 볼넷도 피홈런도 적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승계주자 실점률이다. 결코 적지 않은 18명의 승계주자를 업고 던졌지만, 이 주자들 중 홈으로 귀환한 주자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번 시즌 5명 이상의 승계주자를 받고 던진 98명의 구원투수들 가운데 승계주자 실점률 0%를 기록한 투수는 이동현이 유일하다. 7월 초 4경기 부진으로 평균자책점이 조금 오른 것이 옥에 티이다.

그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LG 투수진에서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이다. 주장 류제국은 "우리의 팀워크는 주장이 나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박용택, 봉중근, 이동현과 같은 선배들이 지지해주고, 먼저 솔선수범해주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탄탄한 팀워크의 공을 돌렸다. 이동현 스스로도 과거와 사뭇 달라진 팀 분위기를 언급하며 팀의 성장 원동력으로 꼽은 바 있다.

시즌의 반환점을 맞이한 이 때, LG는투수 조에서 악재가 발생하며 어려운 후반기를 예고했다. 가장 먼저 토종 에이스 차우찬이 왼쪽 팔꿈치 피로누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가 좌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잠시 전선을 떠났다. 같은 날 좌완 불펜 윤지웅이 음주운전 파문으로 시즌 아웃 되기까지 했다. 이럴 때 일수록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한 법이다. 팀이 어려울 때나 힘들 때나 항상 그 자리를 지켰던 선배 '노송' 김용수처럼, 이제는 이동현이 또 다른 노송이 되어줄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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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박윤규기자
LG트윈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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