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개혁이냐 혁명이냐

[언론포커스] 재조언론(再造言論)의 길

등록 2017.07.18 16:50수정 2017.07.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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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격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언론계 이슈를 다루면서 현실진단과 더불어 언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언론포커스'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고승우(민언련 이사장), 김동민(단국대 외래교수),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평호(단국대 교수),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박태순(민언련 정책위원), 신태섭(동의대 교수), 안성일(MBC 전 논설위원), 이용성(한서대 교수),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정환(미디어오늘 대표), 정연구(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정연우(세명대 교수), 최진봉(성공회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 기자 말

충무공 이순신의 말을 인용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재조산하(再造山河). 언론도 재조산하의 과정에서 재조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분야다. 그래서 재조언론(再造言論)이다. 재조는 개혁과는 다르다. 다산 정약용이 <경세유표>에서 나라가 병들지 않은 곳이 없으니 새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그 상황이다.

개혁이냐, 혁명이냐? 그것은 정몽주와 정도전의 차이다. 고쳐 쓸 것이냐, 바꿀 것이냐의 차이다.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의 '재조산하'는 혁명을 생각하며 추진해야 한다. 언론분야도 마찬가지다. 고쳐 쓸 만한 언론이 있는가? 그러니 언론개혁은 이제 낡은 구호다. 망가진 공영방송의 회복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미디어 생태계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역사적 의미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만큼의 변화도 가져오기 어렵다거나 생산에 혁명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들이다. 3차 산업혁명의 연장이라는 견해도 있다. 모두 일리는 있으나 혁명이냐 아니냐를 지금 단정할 수는 없다. 1차 산업혁명도 그때는 그것이 혁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미디어 분야에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 1760년경부터 진행된 제1차 산업혁명은 인구 증가에 따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발명가들이 각종 기계와 증기기관을 만들어내면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증기기관의 열효율 증대를 연구한 열역학이 등장하고 고전역학이 결합함으로써 기계적 생산은 획기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로 1천 년을 이어온 농업사회에 종말을 고하고 대량생산의 산업사회를 열었다. 대량생산은 그만큼의 소비를 필요로 하고, 경쟁은 광고를 필요로 했다.


신문도 대량생산체제에 접어들었다. 윤전기가 개발되었고, 정치적 목적으로 소수 엘리트들을 대상으로 발행되던 정파신문은 영리를 목적으로 대중을 상대로 발행하는 신문으로 바뀌었다. 신문은 정파성을 불식시키기 위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표방하였다. 이것이 저널리즘의 규범이 되었다(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개념은 아직까지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제2차 산업혁명은 중화학공업의 등장과 더불어 전기와 석유를 동력으로 했는데 맥스웰 방정식으로 대표되는 전자기학의 완성이 크게 기여했다. 맥스웰은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전파의 존재를 예견했다. 그리고 헤르츠가 실험에 의해 전파의 존재를 증명함으로써 무선통신과 방송의 시대를 열었다. 신문방송학은 맥스웰과 헤르츠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20세기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1905)과 일반상대성이론(1915)으로 해서 지적 세계 전반에 큰 울림을 주었다. 곧이어서 1920년대 후반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보른 등에 의해 양자역학이 등장한다. 이 이론들에 힘입어 20세기 중반에는 전자혁명의 시대가 도래한다. 진공관을 밀어낸 트랜지스터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세 발 달린 반도체인 트랜지스터는 제3차 산업혁명, 즉 정보통신혁명의 기반이 되었다.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미디어 생태계의 혁명적 변화

그리고 지금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의 공통점은, 자본의 필요에 의해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 과학과 결합하여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3차 산업혁명은 미국이 정보통신산업과 생명공학의 육성으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낸 결과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그것이 진화되어 결합한 성격으로서 디지털과 물리학, 생물학, 뇌 과학이 바탕을 이룬다. 그래서 강조하게 된 것이 융합이다.

지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미디어 생태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맥락을 상기해보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지난 6월 16일 중국의 양자통신위성이 정보의 순간이동을 성공시켰다. <스타트렉>에서 선을 보인 순간이동도 같은 원리다. 머지않아 등장할 양자컴퓨터는 지금의 컴퓨터에 비해 연산능력이나 전송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다.  

이처럼 미디어 생태계가 크게 요동을 치고 있는데 전통적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립해오던 언론개혁이라는 화두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이미 자연선택에서 탈락이 확실시되는 신문과 방송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인위적인 개혁이 아니라 역사적 추세에 의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무엇을 고치고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상의 변화를 관통하고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보고 그 결에 따라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대학과 언론기관의 저널리즘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재조언론의 길이다.
덧붙이는 글 저자는 김동민(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강사)입니다
#재조산하 #재조언론 #4차산업혁명 #미디어혁명 #언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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