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도 노조할 권리있다" 하청노동자 고공농성 100일째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소속 전영수·이성호씨, 노동기본권 요구하며 20m 위에서 폭염과 사투

등록 2017.07.19 14:48수정 2017.07.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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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도 떳떳하게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며, 노동 블랙리스트 철폐 등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소속 전영수 조직부장과 이성호 대의원의 얘기다. 이들은 19일로 고공농성에 돌입한 지 100일을 맞았다.

요구 조건들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일자리를 다시 찾아 신명나게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의지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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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블랙리시트 철폐를 요구하며 100일째 울산 성내삼거리 교각에서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전영수, 이성호 조합원의 모습 ⓒ 최수상


이들이 울산 북구 성내삼거리 염포산터널 교각을 벗 삼아 고공농성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 11일이다. 7월 19일자로 100일째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전영수 조직부장의 목소리는 연일 계속된 폭염에 다소 지친 기색이었지만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의지는 100일 전과 비교해 변함이 없었다.

전 부장은 "100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선업종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국에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국민들에게 알려낸 것이 나름 얻어낸 성과"라고 의의를 밝혔다.

전 부장은 그러나 "현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조선업 하청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들은 여전히 원청의 압박으로 인해 조합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우리의 투쟁이 더 많은 힘이 되고 용기가 되었어야 했지만 현장에 반영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선박수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조선업종 하청업체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실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울산을 떠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현대중공업의 유휴인력이 5000명에 육박하는 등 일감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조선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겠다고 전 부장은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찾아 고용불안을 없앨 수 있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 부장은 "조선업종 대량해고 중단과 하청노조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동블랙리스트 철폐가 이뤄지는 날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그날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속노조울산지부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고공농성 100일 맞아 이날 오후 6시부터 농성장이 위치한 성내삼거리에서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 현중하청 승리를 위한 끝장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소식지를 통해 "성내삼거리 20미터 교각 위 고공농성이 100일 맞았다. 피를 말리는 고통에 폭염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성호, 전영수 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이제는 정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에서는 7월 중순 들면서 33~35도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고공농성장은 20m 높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교각 위 콘크리트 구조물의 열기와 아래쪽 아스팔트 도로의 열기가 밤에도 가시지 않아 이들 농성자들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뉴스행동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정규직 #울산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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