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사우디 여성들이 TV에 출연한 이유

사우디 최초의 여성 자전거 동호회 '비씨클리타'

등록 2017.07.21 10:33수정 2017.07.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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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들의 자전거타기도 사회 참여이다. 4년 전에야 여성들의 자전거주행이 허용되었다. ⓒ 아랍 TV방송 화면 캡쳐


온통 검은 색의 옷을 입고 머리에는 자전거 헬멧을 착용한 30여 명의 사우디여성들이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다. 아랍 지역의 TV에 나오는 장면이다. 한국인들에게는 겉으로 보기에 그냥 평범해 보이는 장면일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하는 독자들은 당황스러울 것 같다. 자전거 동호회 하나 생긴 것이 무슨 뉴스거리나 되는가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엄청난 뉴스이다. 무엇이 특이한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 젯다(Jeddah)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우디 최초의 여성 자전거 주행 동호회 비씨클리타(Bicicleta)이다. 1년 반 전에 결성된 이 동호회에서 30여 명의 회원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전거타기 기본 과정도 제공하고, 젯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 주행도 즐기고 있다. 이 동호회는 니디마(Ndima Abu El-Enein)에 시작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은 자전거를 아예 탈 수가 없었다. 금지되었고, 금기사항이었다.

그런 사우디에서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이 허용된 것이 지난 2013년 4월의 일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주행이 허용되지만, 등하교나 추로티근용으로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취미 활동을 위하여 허용된 것이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공간은 공원이나 탁 트인 모래 들판이다. 남녀가 잔뜩 몰려있는 공간에서의 탑승은 금지되었다. 물론 머리에서 발끝까지를 감추는 정숙한 복장 착용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한 온라인 반응은 제각각이다. "아주 감동적이에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저는 자전거부터 사야겠습니다. 저를 기다려주세요."(라니아 쿠르디) 하는 목소리부터 보수적인 사우디 남성들이 드러내는 다소 거북스러운 감정과 독설도 이어진다. "서커스단의 원숭이들까지 자전거를 타고 난리네!"(SS), "아니,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까? 이것 말도 안 되는 짓이에요. 상식적이지 않아요. 당신들에게 안전한 곳에서나 자전거를 타야하는 것 아닌가요?"(무함마드 앗-디야비) 하는 다양한 반응들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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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들에게 자전거타기가 허용되었다. (알-아라비야 방송 뉴스 화면 갈무리) ⓒ 알-아라비야 방송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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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주행은 단지 달리는 것이 아니다. 여성을 향한 사회적 장벽과 금기를 넘어서는 것이다. (중동 지역 방송 MBC의 2017년 7월 18일 뉴스 화면 갈무리) ⓒ 중동 지역 방송 MBC


이 소식을 접하면서 내게는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2014년 6월 19일 한국에서 개봉한, 사우디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만수르의 영화 <와즈다>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공 영화관이 없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3관왕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19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1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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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개봉된, 10살 소녀 와즈다의 자전거타기 금기 넘어서기를 다룬 사우디 영화 '와즈다' ⓒ 영화 '와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자전거타기'라는 익숙한 주제로 시작한다. 그런데 질문은 당황스럽다. "왜, (사우디에서) 여자는 자전거를 탈 수 없어요?" 여성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는 나라 사우디에서, 주인공 소녀 와즈다의 꾸밈없는 시선과 일상 이야기를 통해 만나는 사우디의 현실이 가혹하게 담겨있었다. 아주 강력한 남아선호, 가부장제, 여성차별과 혐오 가득한 말과 관행들을 노출하였다. 2012년 8월 말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에 사우디 사회에도 작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2013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권선징악위원회(일명 종교경찰청)은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앞서 언급한 자전거 주행을 허가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흔히 종교성만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다. 우리와 정도와 형편, 처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과 아랍인들의 일상 속에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떠올린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지극히 지루한 일상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기적이고 갈망인 것을 떠올린다. 자전기타기 운동, 운전금지조항 어기기 운동, 자유 복장 입기 운동 조차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게는 엄청난 금기의 벽과 맞서는 것이다. 소박해 보이지만 용기있는 움직임에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미주 뉴스 M에도 중복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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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은, 아랍어를 전공하였다. 아랍 이슬람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문명과 일상, 이슬람 사회를 연구하고 있다. 그 것을 배우고 나누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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