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패 안 모시면 아들 망한다" 유사포교당 골머리

‘조계종’ 명칭 무단 도용한 ‘불교문화조계종’ 일월사... "문재 개선하겠다"

등록 2017.07.23 17:27수정 2017.07.23 17:27
1
원고료로 응원
a

일월사 포교당 위패 일월사 포교당에 모셔진 위패에 '生'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는 위패도 많다. '生'이라 쓰여있는 것으로 보아 살아 있는 사람의 위패로 추정된다. ⓒ 신용훈


전북 지역에서 사주나 위패를 빌미로 신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유사포교당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적지 않은 유사포교당들이 '조계종' 명칭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조계종' 명칭을 무단으로 도용한 뒤 사주를 봐주고 위패를 팔아 돈을 받은 이른바 '유사포교당' 문제는 전북지역의 골칫거리로 지적돼온 지 오래다. 최근에도 지난해 11월 등록된 신생종단 '대한불교수암조계종'이 올 3월경 부안군에 불교포교원을 개설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올 6월에는 '불교문화조계종'이 전주시 중앙시장에 일월사 포교원을 개설하는 등의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관련기사 : "떳다방 포교당 퇴출", 전북 지역 항의집회).

a

일월사 포교당의 노래방 기기 일월사 포교당의 노래방 기기 옆에는 '백세인생' '홍도야' 등 가요와 번호가 적힌 종이도 벽에 붙어 있다. ⓒ 신용훈


최근 '일월사' 포교당에서 사주를 봤다는 A씨(전주 서신동)는 "사주를 보면 선물을 더 준다고 해 줄을 서 칸막이 쳐진 곳으로 들어가니, 150만 원에 위패를 모시라고 했다"며 "돈이 없어 어렵다고 했더니 '아들들이 망하고 아프게 된다'고 겁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일월사 측으로부터 "150만 원도 없냐, 이제껏 뭐하고 살았냐, 내일부터 오지 말라", "부처님 복장이 1명에 10만 원이니 가족 5명분으로 50만원이라도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옆 칸에서 사주를 본 이에게 '위패를 하지 않으면 곧 남편이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

일월사 포교당 입구 모습 일월사 포교당에 입구에 쌓여 있는 컵라면과 화장지들은 정상적인 포교당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 신용훈


기자는 지난 19일 일월사 포교당을 찾아가 부원장인 이아무개씨, 실장 신아무개씨를 만난 뒤 일월사 종무소, 신도회장, 주지스님과 통화했다. 취재 결과, 일월사는 '대한불교조계종'는 전혀 관계없는 '불교문화조계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불교문화조계종'은 총본산이라고 주장하는 일월사 외에는 사찰이 없고 포교당만 30~40개소를 운영 중이었다.

일월사 측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상적인 포교 활동"이며 "선물은 신도들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일정액의 보시금을 받고 주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밝혔다. 또한 "상주하는 스님은 없고 사주팔자를 봐주거나 법회 중간 중간 노래방 기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반적인 불교포교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a

일월사 포교당 개원 전단지 일월사 포교당 개원 전단지에는 개원 날짜는 없고 '참석자 전원 불자님께 사은품을 증정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신용훈


유사포교당을 운영하는 종단들이 종단으로서의 기능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설립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일월사 포교당 내에는 '불교문화조계종' 총무원장 명의로 된 사원 등록증이 비치돼 있지만,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누구도 총무원장 법명을 알지 못했다. 종정스님이나 일월사 주지스님의 법명도 마찬가지였다. 총무원장 명의로 사원 등록증이 발급됐으나 정작 총무원장직은 공석이라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불교문화조계종' 일월사 신도회장이라는 정씨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주지스님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법명을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 2015년 11월 30일 개설된 일월사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도 종정, 총무원장, 일월사 주지스님의 법명은 적혀있지 않았다.

일월사 종무소 측은 주지가 운제 스님이라고 말했으나, 기자에게 주지라며 전화를 걸어온 이는 마문 스님이었다. 자신을 일월사 주지라고 주장한 마문 스님은 "위패를 모시기 위해 겁박하거나 위협한다면 문제가 있다"면서도 "사주팔자를 보는 것은 포교 방편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주지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교당의 문제점을 알지 못한다"며 "시간을 두고 파악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법보신문 인터넷 판에도 올라왔습니다
#일월사 #보성 일월사 #포교당 #위패 #조계종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50대 남자이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계기로 불교계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 중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