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만의 매력을 한껏 발휘한 시집"

'계간 디카시 시인선 001' 손연식 시인 <엄마의 남새밭> 펴내

등록 2017.07.21 17:42수정 2017.07.2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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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식 시인이 디카시집 <엄마의 남새밭> 표자. ⓒ 북인


디카시마니아로 활동하고 있는 손연식 시인이 디카시집 <엄마의 남새밭>(북인 간)을 펴냈다. 순간의 감흥을 받아 손(휴대)전화로 촬영한 이미지(사진)와 시가 담겨 있다.

시적 감흥을 품고 있는 이미지를 만나는 순간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고 즉시 그 감흥을 5행 이내의 문자로 재현하는 것이다.


경남 고성문화원 부설 '디카시연구소'와 계간 <디카시(詩)>가 기획하여 만들어내는 '계간 디카시 시인선'의 첫 주인공으로, 손연식 시인의 <엄마의 남새밭>이 '계간 디카시 시인선 001'이 되었다.

디카시연구소는 자매지로 계간 <디카시>를 발간하며 디카시의 정체성과 함께 진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디카시의 이론 정립도 중요하지만 일반 문자시와 차별화된 디카시 작품을 제시하는 것도 그 못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영상시대를 맞아 신문, 잡지, 카페, 블로그 등에 양산되고 있는 디카시 작품들을 선별하여 디카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최근 디카시연구소는 전국의 시인들이 쓴 디카시를 선별하여 78인의 디카시 사화집 <디카시의 매혹>을 출간한 바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우수한 디카시를 쓴 시인을 대상으로 개인 디카시집을 출간하기로 하고, 이번에 첫 선을 보였다. 계간 디카시 시인선은 디카시마니아들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우수한 디카시를 쓰는 신예시인을 대상으로 한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미지)과 5행 이내의 시(문자)가 합쳐져 명징하고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 형식이다.


디카시는 아이티(IT)강국 코리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토종장르로, 국제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카시연구소에서 기획하는 계간 디카시 시인선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디카시만의 매력을 한껏 발휘한 셈"

손연식 시인은 이순(耳順)이 넘은 나이도 아랑곳없이 새로운 시창작 방식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이미지에서 얻은 메타포가 한두 행의 문장으로 재현되면서 의미가 명료해지고 울림이 커진다. 디카시만의 매력을 한껏 발휘한 셈이다.  

손연식 시인의 표제시 '엄마의 남새밭'부터 보자. 남새밭은 마당 한 쪽이나 집 근처 공터에 채소 등을 심어 가꾸는 텃밭이다. 시골 출신이나 나이 먹은 어른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게 된 '남새밭'이 손연식 시인에 의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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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식 시인의 '엄마의 남새밭'. ⓒ 손연식

엄마의 남새밭

엄마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
나비 다섯 마리

달빛, 별빛보다 예쁘다

손연식의 이번 디카시집은 우리에게 그리움으로나 남아 있는 시골정서를 추억하게 만든다. 농촌 사회의 옛 풍습 그대로를 체화하고 있으며 재생해내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서정을 함양하고 있는 손연식에게 모성은 본성 그 자체이다. 

손연식 시인의 나이는 예순한 살. 귀가 순해져 듣는 것들에 걸림이 없게 된다는 이순을 지나 환갑에 이른 것이다. '예순한 살'은 '육십령고개의 이미지를 찍고 쓴 시다.

이 시는 에돌리고 느리게 가고 세속의 시간 따위는 다툴 것도 없이 겨울날의 뱀처럼 살아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겠다는 여유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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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식 시인의 '예순 한 살'. ⓒ 손연식

예순한 살

에돌아가라 한다
느리게 가라 한다
동면(冬眠) 길 늙어가는 뱀 한 마리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저 구불구불한 길에서는 속력을 내고 싶어도, 또 낸다고 하여도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길이 아님을 이미지 한 장에서 명징하게 읽어내게 한다.

문학평론가 김종회 경희대 교수는 "손연식이 지닌 렌즈의 눈길은 견고하면서도 부드럽고 치열하면서도 여유롭다. 이 다층적인 눈으로 시인은 산길, 제비집, 강냉이와 고추 묶음, 낮달, 석양 등을 포착한다. 거기에 덧붙인 촌철살인의 시어는 감각적이고 요점적이며 동시에 결곡한 울림이 있다. 은은하고 아름다운 디카시의 세계, 그 한가운데 손연식이 서 있다"고 했다.

계간 <디카시> 발행인인 이상옥 시인(중국 정주경공업대학 교수)은 "그의 디카시는 영상과 한두 줄의 문자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완벽한 하나의 텍스트를 구축하며 하나의 물방울이 우주를 담아내듯 한다"며 "디카시 '예순한 살'이 그렇다. 일상에서 순간 포착으로 평범 속에 가려진 비범을 읽어낸다. 디카시 '맵시'가 그렇다. '하루' 같은 디카시는 경이롭고, '동창회' 같은 디카시는 순수 그 자체다"라 했다.

해설을 맡은 최광임 시인은 고목에 버섯이 자라는 이미지를 포착한  '상생', 연못 속 연꽃의 이미지를 차용한 '극락조', 해질녘 붉은 구름에서 내일의 희망을 읽어낸 '북새', 만개한 벚꽃들에게서 양치기 소년이란 동화를 재생해낸 '양떼구름'을 디카시의 수작으로 꼽았다.

밀양 출생인 손연식 시인은 2005년 <신문예>에 시, <문학세계>에 수필이 당선되어 문단 활동을 시작했고, 한국예총상과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거울을 닦으며>가 있다.
#손연식 시인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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