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대체할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될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의료공공성 확보' 포함... 시민사회 '기대'

등록 2017.07.22 18:00수정 2017.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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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경남지사(자유한국당 대표)가 강제로 없애버린 옛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과연 설립될까?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의료공공성 확보'가 들어가면서 기대를 갖게 한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진주의료원 재개원'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은 계속 투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 속에 '의료공공성 확보'라 하여 "2022년까지 의료 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거점 종합병원 확충으로 취약지 의료 수준 제고"가 들어 있다.

이날 경남도는 국정과제 발표와 관련해 "국정기획자문위가 국정과제와 경남공약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면서 "의료 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거점 종합병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서부경남 중심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준표 전 지사 때 옛 진주의료원을 없앤 경남도가 이번에는 '서부경남 중심 공공보건의료체계 구축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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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는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국민정책 제안' 서명을 받고 있다. ⓒ 윤성효


국회 '재개원 권고'... 대법원 '폐업에 위법 부분도 있어'

103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옛 진주의료원은 2013년 문을 닫았다.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했던 홍 전 지사가 이듬해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그 해 5월 29일 폐업되었다. 4년 전 일이다.


홍 전 지사는 '귀족강성노조'와 '적자' 등의 이유를 들어 옛 진주의료원을 없앴다. 하지만 국회는 국정조사 결과, 2013년 9월 여야 합의로 '진주의료원 재개원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와 경남도는 국회 권고를 무시했다.

대법원은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진주의료원 환자와 가족, 직원들이 경남도와 홍 전 지사를 상대로 '진주의료원 폐업처분 무효 확인소송'을 냈고, 1심과 항소심은 모두 '각하(기각)' 판결했다.

그러다가 2016년 8월 30일 대법원 역시 '기각'했지만,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 위법 사실이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가 공포된 2013년 7월 1일 이후에는 진주의료원 폐업 상태가 이 사건 조례의 효력에 의하여 정당화된다고 할 것이지만, 그 전에 행해진 폐업 결정은 법적으로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진주의료원 폐업 집행 과정에서 입원환자들에게 행해진 퇴원·전원 회유·종용 등의 조치도 위법한 이 사건 폐업 결정에 근거한 것이므로 역시 위법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주의료원을 폐업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옛 진주의료원 건물은 폐업 이후 개조가 되어 현재 경남도청 서부청사가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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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 ⓒ 윤성효


정백근 경상대 교수 "응급진료 받지 못할 확률 높아"

홍준표 전 지사가 경남을 떠나고(4월 9일 중도사퇴),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옛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과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공동대표 최세현·강수동)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내지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을 내걸고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대선 뒤, 이들은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은 청산되어야 할 홍준표 도정과 지난 정권의 적폐"라거나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과정의 문제점과 위법사항을 재조사하고 불통 도정과 부역자 인적 청산으로 적폐 해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현재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은 '대표적 의료 취약지역'이다. 경남지역 전체 병원은 108개, 종합병원은 24개인데 이중 서부경남은 병원 22개, 종합병원 3개뿐이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합천·산청·남해·하동은 30% 이상, 진주는 13.6%, 사천은 16.9%로 서부경남은 '초고령지역'이다. 이 지역은 주민의 '미치료율'과 '표준화 사망률', '입원진료 취약에 따른 사망률'이 모두 높고, '응급의료 취약'에다 '감염병 취약', '분만 취약'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합병원이 진주시 밖에 없는 서부경남 지역 주민들은 응급진료의 필요성이 발생하였을 때 제대로 된 응급진료를 받지 못할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응급진료 사망률도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부경남 지역은 전반적으로 건강수준이 좋지 않고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하여 이미 이들 지역은 의료취약지역으로 규정되어 있다"며 "더군다나 민간의료분야에서 이 지역에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경남도 '건의', 진주시의회 '촉구 결의안' 채택

경남도, 경남도의회, 진주시의회도 나섰다. 류순현 경남도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과 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은 '도민운동본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서부경남은 의료취약지역이고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류 권한대행은 6월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간담회 때 "서부경남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설치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진주시의회는 지난 18일 임시회 본회의 때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을 국정과제, 25개 취약 진료권 거점 종합병원 육성·지원사업 1호로 선정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했다.

또 진주시의회는 진주시장(이창희)에 대해 "서부경남지역 공공병원 설립이 진주의료원 재개원의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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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민행동은 6일 오전 경남도청 서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도민운동본부는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나는 강제 폐업된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서부경남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을 제안합니다"는 제목으로 서명을 받아 이미 청와대에 제출(1차분)했고, 7월 말 2차 서명자료를 보건복지부에 낼 예정이다.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여부는 보건복지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21일 임명장을 받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 때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의원들의 질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 발표가 있은 뒤부터 재개원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동안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투쟁을 벌여 왔다"며 "서부경남은 의료취약지역이기에, 새 정부가 반드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문재인정부 #공공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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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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