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는 거지 되는데, 여행사는 빌딩·호텔·면세점까지..."

[현장] 해외 한인가이드 노조, 하나투어 앞 '갑질횡포 규탄대회' 열어

등록 2017.07.24 17:22수정 2017.07.24 17:28
0
원고료로 응원
a

대형 여행사의 갑질에 항의하며 한국노총에 가입한 해외 한인가이드들이 24일 오후 2시 하나투어 앞에서 '통역가이드 고혈을 빨아먹는 국내 대형여행사의 갑질횡포 규탄대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행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의 박인규 본부장(태국 한인가이드)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소중한


"대형 여행사는 빌딩, 호텔, 면세점까지 부를 축적했지만 가이드는 거지가 돼 빈민으로 전락했다."

대형 여행사의 갑질에 항의하며 노조에 가입한 해외 한인가이드들이 '통역가이드 고혈을 빨아먹는 국내 대형여행사의 갑질횡포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의 박인규 본부장(태국 한인가이드)은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 여행사들은 초저가 상품을 만들어 여행객을 모집해 본인들만 마진을 보고 여행객을 (현지 가이드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들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른바 '제로(0)투어'로 대변되는 대형여행사의 초저가 여행상품의 문제점을 고발한 바 있다(관련기사 : 목에 빨대 10개가 꽂혀 있어요" '29만9000원 여행'에 담긴 노동착취).

"대형 여행사=지주, 가이드=소작농"

a

대형 여행사의 갑질에 항의하며 한국노총에 가입한 해외 한인가이드들이 24일 오후 2시 하나투어 앞에서 '통역가이드 고혈을 빨아먹는 국내 대형여행사의 갑질횡포 규탄대회'를 열었다. ⓒ 소중한


이날 박 본부장은 "(대형 여행사는) 현지 관광지에 하청 여행사를 문어발처럼 만들어놓고 그들을 경쟁시킨다"라며 "피를 빠는 (대형 여행사의) 갑질에 하청 여행사와 가이드는 자선사업가와 무료봉사자가 돼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본부장은 "초저가 상품인 제로투어는 수준 떨어지는 관광지와 호텔로 관광객을 기만하고, 가이드를 옵션(선택)관광, 쇼핑센터 판매원으로 내몰고 있다"라며 "싸구려호텔, 싸구려관광지, 싸구려식사는 손님들도 원치 않는다.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의 지상비(현지 비용)를 지급하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본부장은 "우리는 고객들의 만족된 여행과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여행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대형 여행사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한인가이드가 아닌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 40여 명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문현군 부위원장은 "한인가이드들이 왜 자꾸 쇼핑을 강요하는지 이전까지는 잘 몰랐다"라며 "대형 여행사의 갑질로 모든 원망을 가이드가 받고 있는 현실이다. 악질 기업인 대형 여행사들이 국민들에게 사기치는 것은 물론 현지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가이드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최한용 조직본부 국장도 "(초저가 여행 상품 가격인) 29만9000원 중 가이드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한 푼도 없다. 대형 여행사는 비행기 티켓만 대신 팔아 이익을 남기고, 가이드들이 이득을 남기든 말든 손님을 (현지로) 마구 넘기고 있다"라며 "옛날 말로 대형 여행사는 지주이고, 가이드는 소작농이다. 손가락도 못 빠는 저연차 가이드들은 홧김에 자살한다며 3층에서 뛰어내리는 게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관련기사 : 3층에서 뛰어내리고 맨몸으로 추방당하고, 한인가이드 외침 "불법 사지로 내몰린다").

한편 박 본부장을 비롯한 태국 한인가이드 248명은 지난달 30일 현지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지난 7일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해외 한인가이드들이 노조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한국에는 박 본부장과 전중길 사무처장이 들어와 1인시위,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 가입 소식이 알려진 뒤 다른 나라 한인가이드들의 반응이 오고 있다"라며 "베트남에서는 8월 15일 발대식이 열릴 예정이고, 캄보디아, 필리핀, 호주, 미국 등에서도 노조 가입 의사를 밝혀왔다"라고 설명했다.
#태국 #한인가이드 #한국노총 #하나투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5. 5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