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목숨 앗아간 4대강 사업, 변한 게 없다

[2017 전국 일주, 지역이 희망이다 18] 낙동강 1박 2일 취재기

등록 2017.07.27 21:00수정 2017.07.31 11:23
2
원고료로 응원
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a

4대강 독립군은 영주댐에 가로막힌 물을 보고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누군가 녹색 페인트를 뿌려 놓은 줄 알았다. 고인물은 썩는다. 영주댐이 증거다. 4대강 독립군의 등 뒤에 새겨진 글귀를 기억하자. '강물아 흘러라' ⓒ 정대희


헛것이 보였다. 강이 온통 녹색이다. 35도를 웃도는 날씨 탓일까?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환상이 아니었다. 누군가 강에 녹색 페인트라도 뿌린 걸까? 믿기 힘든 눈앞의 현실, 목에서 쇳소리가 올라왔다.

"으악~최악이네, 최악이야"

20일 영주댐을 찾았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다. 영주댐이 증거였다.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힌 물에 녹조가 창궐했다. 전망대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물로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한다고 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순간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댐에 사라진 금강마을로 갔다. 마을로 향하던 길이 남아있다. 도로 끝에 다다르자 역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낯익은(?) 냄새다. 예상대로 녹조 썩은 내다. 여기선 숨 쉬는 게 고통이다. 현기증이 밀려오며, 얼마 전 기억이 떠오른다. 울부짖던 송분선 내성천 회장의 모습이다.

"내성천은 독일이라면 국립공원감이에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대단하지만 모래가 흰빛에서 은빛으로 변하고 금빛으로 반짝이거든요.

그런데 영주댐이 만들어지면서 강이 썩고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녹색빛이 짙어가고 있어요. 여긴(영주댐) 산골이라 언론도 드문드문 찾아와요. 그래서 참혹한 현장을 사진이라도 찍어 알리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첩보작전을 방불케 해요. 현장에 가면 귀신같이 수공에서 나와서 방해하거든요."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 세금 1조 1030억 원을 들여 만든 영주댐의 진실은 이렇다.




4대강 사업은 2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1일 창녕·함안보 인근 주차장 한 귀퉁이에서 순직자 위령비를 발견했다.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사업 강행에 안타깝게 사망한 거다. 말뿐인 4대강 살리기 사업. 자연도 사람도 죽어간 4대강 사업의 진실은 이렇게 참혹하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일까? 비석에는 22명의 이름만 새겨져 있다.


'여기는 상수원보호구역입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환경과에서 내건 표지판이다. 1박 2일간의 마지막 취재는 고령강정보 상류 3.4km 지점의 낙동강변이다. 취수장에서 2km 떨어진 곳이다. 표지판 옆에는 하천 감시를 위해 마련된 초소가 보인다. 오염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 설치한 거다.

상수원보호구역의 강바닥은 어떨까?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강가로 갔다. 환삼덩굴과 칡이 뒤섞여 있는 비탈길을 지나자 환경부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한 가시박이 얼기설기 깔려 있는 길이 나타났다.

강가에 다다르자 물고기 썩은 내가 코끝에 와 닿는다.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 '마름'도 강물 위에 빼곡하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때, 정수근 기자가 바지장화를 신고 강물에 뛰어들었다. 삽을 들고 성큼성큼 물속으로 걸어갔다. 정 기자가 한발 한발 내딜 때 마다 보글보글 강이 끓는다. 바닥이 온통 펄이라는 증거다.

정 기자가 '마름'을 헤치고 강물에 삽을 푹 찔러 넣는다. 물방울이 세차게 떠오르며, 악취가 진동한다. 삽자루에 시커먼 펄이 올라온다. 하수구나 시궁창에서 보던 시커먼 펄이다. 손가락으로 파헤치자 붉은 생명체가 꿈틀거린다. 4급수 오염 지표종인 붉은 깔따구다. 무산소층에서 살아가는 놈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붉은 깔따구가 사는 물은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만 사용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다.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다.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다. 참담한 현장을 보고 정수근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맑게 흐르던 강물을 막아서 수질을 살리겠다던 4대강 살리기는 결국 미친 짓이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젖줄인 낙동강이 녹조로 뒤덮고 강물에서는 악취만 풍긴다. 고운 모래가 깔렸던 강바닥은 시커먼 펄로 뒤덮고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만 득시글하다. 결국 인간의 오만함이 강을 죽이고 생명을 죽였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희생을 당해야만 정상적인 수문이 개방되고 보가 해체될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수질 악화를 지적했다. 녹조가 들끓고 있다며 지난 6월 1일 수문개방을 지시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부역자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묵살하고 있다. 수문을 살짝 눕히고 '찔끔' 방류를 하면서 수문개방이라고 우기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부역했던 환경부는 여전히 4대강의 수질을 2~3급수라고 한다. 4대강 적폐청산을 해야 하는 이유다.

빼앗긴 땅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지난 20~21일까지 1박 2일간 낙동강 6개 보 구간에 만들어진 수변공원을 찾았다. 4대강 사업은 강변에서 농민들을 쫓아내고 공원을 만들었다. 농민의 땀과 수확의 기쁨을 누리던 땅이 잡풀만 무성이 자란 유령공원이 됐다. 3조 1143억 원의 세금을 들여 조성한 전국 357개의 수변공원 대부분이 이렇다. 아무도 찾지 않는 초호화 공원, 겨울 들판처럼 황량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문 개방 지시 50일, 낙동강은 여전히 녹조, 붉은 깔따구, 유령공원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이명박 4대강의 적폐는 현재진행중이다.

#4대강 사업 #낙동강 #수문 개방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