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한 발 더 나아가야

노동 3권 실질적 보장이 필요하다

등록 2017.07.27 09:11수정 2017.07.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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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우리 헌법 10조의 내용이다. 단일한 개인의 힘으로 구조에 따른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과 연대한다. 이 연대의 힘은 우리 자신을 억압하는 구조를 깨뜨리며 보다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노동자에 억압적인 구조로 신음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1, 2위를 다투는 장시간의 노동, 노동자 전체 수 대비 과반에 달하는 비정규직 비율, 해직을 걱정해야 하는 불안감. 노동에서 비롯된 불행은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 노동이 행복해야 국민의 행복 역시 담보될 수 있다.

노동 3권 실질적 보장돼야,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노동환경 변화시켜

노동이 불행한 이유는 노동자가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한 '노동 3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3권은 노동 환경을 노동자 개인이 뒤바꿀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노동자의 단결, 교섭, 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 3권은 '헌법 안의 명문'에 불구할 뿐 지켜지지 않는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약 10%로 OECD 평균인 30%에 한참 미달한다. 연대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억압적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교섭권, 행동권 역시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노조와의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노조가 행동권을 행사하면 '구상권 청구'로 목을 죄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쌍용차 파업 사태 당시 기업의 '구상권 청구'는 노동자의 죽음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했다.

노동 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산적한 노동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을 비롯해 임금 차별, 쉬운 해고로 인한 불안은 노동자의 삶을 위협한다. 이를 풀어가는 건 노동자가 연대해 교섭하고 행동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강성노조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노동 3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노동자의 권익을 관철하고 있다.

이는 비단 노동자의 권익으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현대 자동차가 세계 5위권의 자동차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좋은 노동 조건이 뛰어난 인재의 지원을 부르며 생산성을 높여온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기업들에게 노동 3권이 보장되면 노동 환경이 개선돼 노동자의 행복과 기업의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개연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화,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한 일련의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철폐를 서두른다.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작됐다.

그러나 한계도 있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의 주체가 정부다 보니 노동자는 여전히 수동적 위치에 머물고 있다. 공공부문 외 민간 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나 그들의 권리를 신장할 방법도 없다. 여전히 기업의 '시혜적 변화'를 기다려야 한다. 노동자가 스스로가 노동환경과 처우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노동자의 권익은 확대될 수 있다.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이다.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상황에서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상당 부분을 노사협의에 맡겼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조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노사협의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사용자 쪽은 협의할 사람이 없다. 이 때문에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비정규직 대표를 선출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려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할 노조가 없어 이 같은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 3권의 보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법률과 제도를 통해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노동3권은 우리 헌법 제33조에 기재된 것이기에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하는게 당연하다.

먼저 '유니언 숍'의 전면 도입이 시급하다. 유니언 숍은 고용된 근로자가 반드시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한다는 협약이다.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이 의무화되며 이를 통해 단결권이 강화된다. 한편으로는 교섭권과 행동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입게 되는 피해를 노동자에게 과잉 청구하는 관행을 철폐시키거나 제한해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줄 필요도 있다.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 모든 노동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노동 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때, 기본권의 핵심인 '행복추구권' 역시 지켜질 수 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정규직 #비정규직 제로화 #노동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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