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합법적 공창' 동영상 보고 소감문 제출해라?

전주 기전대, 채용 서류에 소감문 포함시켜 논란... 학교측 "민감한 문제 분석력 보려 했다"

등록 2017.07.28 11:12수정 2017.07.28 11:12
4
원고료로 응원
a

전주기전대의 2017학년도 2학기 교·직원 채용 공고. 필수 제출 서류에 뉴라이트 이영훈 교수의 동영상 강의 시청 후 소감문이 포함돼 있다. ⓒ 전주기전대 홈페이지 캡처


대학교 교직원 채용 '제출 서류'에 '위안부 망언' 발언 교수의 동영상 강의 소감문이 포함돼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 7월 7일 전북 전주 기전대는 홈페이지에 2017학년도 2학기 교·직원 채용 공고를 게재했습니다. 채용공고 내 제출 서류 목록을 보면, '이영훈 교수 환상의나라-위안소의여인들1.2.3 시청 후 본인의견서 제출 1부'를 내라고 돼 있습니다.

채용공고에는 이영훈 교수의 강의가 있는 링크 주소와 함께 'A4 3장 이내, 13포인트, 줄간격160 ,글씨체 휴먼명조'라는 소감문 작성 요령까지 자세하게 기재돼 있습니다. 이영훈 교수의 동영상 시청 소감문은 필수 제출 서류로, 만약 소감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응시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기전대는 채용공고뿐만 아니라 지난 4월과 5월에 있었던 학교 교직원 연수에서도 이영훈 교수의 동영상을 시청하고 소감문을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전북지역 사회단체는 '시대착오적 사상검증'이라며 기전대학이 채용 절차와 재직 중인 교직원 연수 과정에 문제의 동영상을 포함한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문을 닫고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기전대는 27일 오전 '교직원 채용서류 관련하여 시민단체의 우려에 대한 대학의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단체는 기전대학이 이영훈 교수의 <환상의 나라>에 찬성의견을 표시하는 교직원만 채용하는 것으로 예단하고 있지만 그건 오해"라며 "민감한 문제에 접근하는 학자적 분석능력과 예민한 학생들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지도할 수 있는지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부는 합법적 공창", 일본 극우세력과 똑같은 이영훈 망언

a

이영훈 교수의 ‘위안소의 여인들’ 강의 동영상은 극우논객 정규재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다. ⓒ 임병도


기전대가 교직원 응시자들에게 소감문을 제출하라고 해 논란을 빚은 이영훈 교수의 동영상은 극우논객이자 박근혜씨의 탄핵 중 인터뷰를 진행했던 '정규재TV'에서 방송됐던 '극강 이영훈 교수의 환상의 나라' 시리즈 중 '위안소의 여인들 1,2,3'편 입니다.


이영훈 교수는 '위안소의 여인들' 강의에서 위안부 모집 업자가 여성의 부모에게 돈을 주고 데려왔기 때문에 '사기성 인신매매에 불과하다'라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일본정부와 군이 책임질 필요가 없는 사적인 거래'라고 말합니다.

이 교수는 "사기와 인신매매란 방식을 통해서 종군위안부가 되기는 했으나 성노예라고 규정할 정도는 아니었다"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감금과 폭행이 없어 인신의 자유가 보장된 합법적 공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영훈 교수의 주장은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과 똑같습니다. 2016년 일본 자민당의 사쿠라다 요시타카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는 직업으로서의 합법적인 매춘부였다"라는 망언을 늘어놓았습니다.

특히 지난 1997년 현 일본 총리인 아베가 한 "한국에는 기생집이 있어 위안부 활동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는 발언은 이영훈 교수가 주장하는 '조선시대의 매춘과 양반들의 성생활' 설명과 너무나 유사합니다. 이영훈 교수의 주장을 보면, 마치 일본 극우세력의 '위안부 망언'을 베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2004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사과했던 이영훈 교수

a

2004년 MBC 100분 토론에서 ‘위안부 망언’ 발언을 한 이영훈 교수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께 사과의 절을 했다 ⓒ 한겨레 캡처


과거에도 이영훈 교수는 위안부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 교수는 지난 2004년 MBC 100분 토론에서 "일본군 성노예가 '사실상 상업적 목적을 지닌 공창형태'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이영훈 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의 절을 했습니다.

이 교수는 할머니들의 호통에 "거듭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더는 일에 동참하겠다. 할머니들의 울분을 가슴에 새기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도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는 합법적 공창'이라고 주장하는 이영훈 교수의 모습 보면, 2004년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서 절까지 하며 했던 사과에 과연 진정성이 있었나 의문이 듭니다.

이영훈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입니다. 특히 극우세력과 뉴라이트 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던 '교과서포럼'을 주도했으며 '대안교과서'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일제시대(일제강점기)는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 근대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78쪽)

'지배를 위해서 철도를 깔고 도로를 뚫고 항만을 건설했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면 근대문명의 일환이었고, 그것은 우리 한국민족도 마찬가지로 주체적으로 적응하고 훈련을 받으면서 근대 인간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이영훈 교수)

이영훈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뿐만 아니라 아베의 망언이 담긴 담화를 가리켜 "진중하게 쓰인 훌륭한 문장이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아베는 "서울대의 한 분이 일제시대(일제강점기)에 왜 (조선의) 인구가 증가했는가 하는 관점에서 분석한 자료가 있다"라며 이 교수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의 망언은 비단 위안부에 대한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했다는 말, 그거부터 바꿔야 한다"라며 독재를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이영훈 교수의 이런 주장은 극우세력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 23일 김군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2004년 이영훈 교수가 나눔의 집에 왔을 당시 할머니는 이 교수를 향해 '학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학자는 무슨 학자냐? 자격 없다. 당신이 학생들을 다 버려놓았다. 우리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뚫린 입이라고 막말을 하느냐?" (2004년 김군자 할머니)

김군자 할머니가 평생 동안 고통스러운 삶을 산 것에 대해 이영훈 교수는 아직도 망언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하늘나라에서도 할머니의 원통한 마음은 풀리지 않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가 있는 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아픔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비록 할머니는 이 땅에 없지만, 남아있는 우리가 끝까지 역사 왜곡을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a

지난 7월 23일 별세한 김군자 할머니는 2004년 이영훈 교수가 나눔의 집에 왔을 때 ‘학자 자격이 없다’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 임병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이영훈 #전주기전대 #위안부 망언 #위안소의 여인들 #뉴라이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