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동물들, 예상 외로 소름 끼쳤던 영상 한 편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이자벨라 버넬 지음 <사라지는 동물들>

등록 2017.08.02 18:13수정 2017.08.2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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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사이에서 피아노 연주라니.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이 동영상이 소름 끼쳤던 이유는 따로 있다.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데 갑자기 빙하가 굉음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 월렌버그브렌 빙하 앞에서 연주한 곡은 '북극을 위한 엘레지'.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언젠가 보았던 빙하 조각 위를 위태롭게 걷던 야윈 북극곰 사진도 떠올랐다. 북극곰이 그렇게 야윈 것은, 삶의 터전인 빙하가 너무 빠른 속도로 녹아 이동하는 것도, 먹이는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라고 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좋아하서 하는 밴드'의 '북극곰아' 노래 가사처럼 '미래에 아이들이 이 사진 보면 니가 너무 보고 싶어 못 견딜'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북극곰은 멸종 위기 동물이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들한 하얀 털'과 '동그란 까만 눈'의 북극곰을 이렇게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런데 북극곰뿐만이 아니다. 

그림책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그림책공작소)에는 50마리의 멸종 위기 동물이 나온다. 특이한 것은 책이 숨은그림찾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 50마리의 멸종 위기 동물들을 아이들과 눈이 빠지게 찾고 나면 저자는 이들이 왜 멸종 위기 동물인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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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동물들> 표지. ⓒ 그림책공작소


이 책의 감수를 본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은 '어떤 친구들이 왜 사라지는지 안다면 우리가 지켜줄 수 있을 거'라며 '이 책은 아름다운 그림만으로도 동물에 대한 애정을 샘솟게 합니다'라고 추천사를 썼다.

내가 그랬다. 보는 내내 애정이 퐁퐁 샘솟았다. 화려한 색으로 위장한 카멜레온처럼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신비의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저자 이자벨라 버넬은 동물 친구들, 열대의 모든 것으로부터 오랫동안 영감을 받아 수채화로 담아냈다고 한다). 산속, 열대우림, 사막, 동굴, 민물, 초원, 땅속 등등에 사는 이름도 생소한 50마리의 동물들이 "나, 찾아봐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아이들도 동물들의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


"찾았다."
"어디? 어디?"
"여기, 여깄잖아."

생각보다 찾기 쉽지 않은 사라지는 동물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일은 즐거웠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은 동물들이 언젠가는 없어질, 멸종위기 동물들이라고 하니까. 그리고 그 이유가 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 때문이라고 하니까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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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동물들> 속지. ⓒ 그림책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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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동물들> 속지 ⓒ 그림책공작소


마운틴고릴라와 꼬마주머니쥐, 아무르 표범이 멸종 위기종인 이유는 인간들이 서식지를 파괴하기 때문이었고, 큰양놀래기나 홍살 귀상어, 귀천산갑, 검은 코뿔소가 멸종 위기종인 이유는 사람들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약재로 쓰거나 식용으로 먹기 때문이었다. 자연적인 이유로 동물들이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따지고 보면 동물들이 사라지는 건 다 인간들 욕심 때문이었던 거다.

무더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사라지는 숨은 동물들도 찾고, 그 동물들을 사라지게 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 가능하면 더위도 좀 참아보고. 노래 '북극곰아'에는 이런 가사도 있다.   

'차가운 얼음 위에 니가 니가 살 수 있게
뜨거운 여름에도 내가 내가 참아볼게
차가운 얼음 위에 니가 니가 살 수 있게
뜨거운 여름에도 에어컨은 잠시 꺼둘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이자벨라 버넬 지음, 김명남 옮김, 이정모 감수,
그림책공작소, 2017


#북극곰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멸종 위기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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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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