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소녀상 '흔들거려', 누구 소행인지 밝혀달라"

창원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시민모임, 마산중부경찰서에 진정서 제출

등록 2017.07.31 11:14수정 2017.07.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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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오동동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추모 조형물이 훼손된 가운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 시민모임'은 31일 오전 마산중부경찰서에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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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오동동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추모 조형물이 훼손된 가운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 시민모임'은 31일 오전 마산중부경찰서에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진정서에 서명하는 모습. ⓒ 윤성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창원지역 조형물(인권자주평화다짐비, 일명 소녀상)이 흔들거리는 상태로 훼손된 가운데, 누가 왜 그랬는지를 밝혀달라는 진정서가 경찰서에 제출되었다.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시민모임' 김영만·김종대·이경희 공동대표는 31일 오전 마산중부경찰서 민원실에 진정서를 냈다.

최근 30대 남성이 두 차례나 자전거 자물쇠를 소녀상 발목에 채워놓아 공분을 샀다. 그런데 서 있는 소녀상이 흔들거렸고, 시민모임은 보강작업을 통해 다시 고정시키기로 했다.

소녀상이 왜 흔들거리는지, 누구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시민모임은 진정서를 통해 "철저히 수사하여 손괴죄로 처벌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피진정인은 추모모형물을 무단으로 흔들어 바닥 접합부 부분의 고정 장치가 풀어지게 함으로써, 그 효용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녀상은 명실공히 시민 전체의 정성이 담긴 시민 모두의 소유물"이라며 "일제 치하의 아픈 과거를 되새기고 관련 피해 당사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시민 모두의 마음으로 치유하고 위로하고자 하였던 것"이라 했다.

시민모임은 "최근 소녀상의 추모 정신에 반하여 소녀상을 훼손하고 물리적인 손상을 가하는 움직임이 자주 포착되고 있어, 이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소녀상 발목에 자물쇠를 채운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시민이 자신의 자전거의 보관용 자물쇠를 채운 일이 있었는데, 이는 행위자 자신의 부주의를 떠나 대단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 소녀상의 발목을 잡는다는 매우 모욕적인 행위로 인식되어, 다수 시민들의 극렬한 항의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형법상으로 의미 있는 처벌을 할 수가 없었던 사례가 있었다. 이를 통해 위안부 소녀상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더욱 크게 형성된 것도 사실"이라 덧붙였다.

시민모임은 "자전거 자물쇠 발목 채우기 사건의 상처가 채 가시기도 전에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되었다"며 "소녀상 건립에 반대한다는 뜻을 가진 자의 소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사람이 소녀상을 마구 흔들어대어 소녀상과 바닥 부분의 접합 부분이 심하게 훼손되어 소녀상이 제대로 고정되지 못하고 외부적으로 흔들거림이 심하게 되어버린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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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오동동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추모 조형물이 훼손된 가운데,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지키기 시민모임'은 31일 오전 마산중부경찰서에 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종대 창원시의회 부의장, 이경희 공동대표, 김영만 공동대표, 송순호 창원시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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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에 27일 새벽 자전거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 김영만


그러면서 이들은 "이는 소녀상에 대한 심리적, 상징적 훼손행위를 넘어 외부적, 물리적 훼손행위가 되어 그 효용을 대단히 해하는 것으로, 더 이상 이를 묵과할 수 없게 되었다"며 "철저한 조사와 수사 등을 통해 그 죄가를 밝혀내어 일벌백계함으로써 소녀상 건립 정싱을 수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자주평화다짐비를 비추는 CC-TV(폐쇄회로텔레비전)는 창원시가 관리하고 있다. 시민모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소녀상을 심하게 흔들어 물리적 효용을 해한 것인지를 CC-TV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창원시 관계자는 '범죄적 혐의에 대한 진정이 있은 후 수사기관에서의 자료제공 요청이 있어야 이를 확인할 수 있고 그 보존 기한은 1개월이다'고 했다"며 "신속히 수사 절차에 착수하여 최소한 1개월 분량이나마 이를 확인하여 훼손한 사람의 인적사항과 그 행위 정도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 했다.

시민모임은 "그 행위자가 그 같은 행위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행여나 다른 사람들의 공모는 없었는지 등이 추가로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시민모임은 "소녀상은 단순히 특정 개인의 과시적인 사유물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뚜렷이 기억하고 관련 피해자에 대한 시민 공동의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담은 정신적 공동 소유물이므로, 털끝만큼의 손상도 감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만 대표는 "광복절이 다가오는 지금 시점에서 일제 치하의 아픈 과거를 보듬어 본다는 차원에서도 소녀상 건립의 정신에 반하는 몰지각한 훼손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창원지역 추모 조형물 건립추진위'는 시민 성금을 모아 2015년 8월 27일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인권자주평화다짐비'를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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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다. 맨 왼쪽 사진은 2015년 8월 제막식 당시 놓여져 있었던 항아리이고, 중앙 사진은 지난 24일 밤 10시 30분경 찍은 사진에 보이는 항아리이며, 오른쪽은 27일 오전 9시30분경 찍은 사진으로 항아리(원안)가 없다. ⓒ 윤성효


#소녀상 #인권자주평화다짐비 #마산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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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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