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까지 제정해 놓고 '소녀상' 보호에 소극적인 부산시

기껏 만든 소녀상 조례 애써 부정... 창원시는 훼손 대비에 적극 나서

등록 2017.08.01 18:32수정 2017.08.0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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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총영사관 후문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 윤성효


일본이 집요하게 철거를 요구해온 부산 일본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이를 바라보는 부산시의 태도에서는 못마땅함이 묻어난다. 최근 훼손 우려가 이어지자 소녀상 보호에 적극 나선 인접 창원시와는 더욱 비교되는 모습이다.

소녀상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한 뒤 부산시는 그 의미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백순희 부산시 여성가족국장은 지난달 17일 시의회 복지환경위 업무보고에서 "조례와 부산 동구 소녀상은 연관이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앞서 지난 6월 3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산광역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는 부산시가 예산 범위 내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조형물과 동상 등 기념물을 설치하고 지원·관리하는 사업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서가 소녀상 보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조례는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됐다.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거듭된 소녀상 논란에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동안 부산의 소녀상도 거듭된 훼손 시도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시민들이 모금으로 만든 소녀상을 세우자 담당 구청이 강제 철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비판 여론에 직면한 구청이 뒤늦게야 설치를 묵인했지만, 일본은 외교·경제적 대응을 불사하며 철거를 압박했다.

그리고 소녀상 근처 관련 현수막이 찢어지고  쓰레기를 적치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이 같은 위치에 이승만·박정희 동상을 만들자며 퍼포먼스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관련기사 : 소녀상 옆에 박정희 동상 세우고 일본 용서하자고?)

시장 나서 소녀상 챙기는 창원... 시민단체 "부산시 시민 뜻 못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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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에 27일 새벽 자전거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 김영만


이러한 훼손 시도에 맞서 만든 조례에 부산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맞닿은 창원과는 다르다. 창원에서도 최근 시민들이 모금을 통해 만든 오동동 '인권자주평화다짐비'(소녀상)에 자전거 자물쇠가 채워지고, 주변의 화분이 깨지는 등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관련 기사: 소녀상 발목에 자전거 자물쇠, 도대체 누가 왜?)

그러자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달 31일 관련 부서에 즉시 소녀상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시장은 "소녀상은 모두가 기억하고 지켜나가야 할 역사적 상징물"이라며 "창원시 책임 아래 소녀상을 관리할 수 있도록 즉시 조처를 해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창원시는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소녀상 조례 제정 운동을 벌였던 시민단체는 부산시의 대응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산시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면 섭섭한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특히 인접 지자체가 소녀상 보호에 적극적인 모습과 비교하게 되면서 부산시의 행정이 시민들의 뜻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정명희 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 "소녀상은 시와 의회, 정당을 떠나 민족적인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소녀상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일본을 압박해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받아내는 일을 바라고 있는 시민들의 열망을 부산시가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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