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없는 마을에 책방을 열다

[마을책방 이야기] 경기 수원 <노르웨이의 숲>

등록 2017.08.03 09:21수정 2017.08.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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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지기 : 윤종혁 님
 경기 수원시 장안구 덕영대로417번길 52-9 1층 101호
 031-268-0730
 http://blog.naver.com/norwegianwoodbooks
 https://www.instagram.com/norwegianwoodbooks

 여는 때
 : 10∼19시 (월∼금)
 : 13시∼21시 (토)
 (가끔 책방장이 밤늦게까지 있음)


언뜻 보기에 책방이 있을 만하지 않구나 싶은 데에 책방이 있곤 합니다. 이를테면 사람들 발길이 잦지 않은 골목 안쪽 같은 데가 그렇지요. 다른 가게가 많지 않고 살림집이 줄줄이 잇닿은 골목 안쪽에 책방이 있다면, 어쩜 이런 데에 책방이 있나 하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빵집이나 옷집이나 밥집이 있을 만하지 않은 데에 빵집이나 옷집이나 밥집이 있다면?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야 할 만한 곳에 책방이며 빵집이며 옷집이며 밥집이 있다면? 이때에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거나 느낄까요?

책방이 들어설 만하지 않은 데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북적거리는 곳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아파트만 빼곡한 데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시골 읍내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초등학교 옆이나 중학교 옆에도 책방이 들어섭니다. 한갓진 골목 안쪽에도 책방이 들어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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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앞 ⓒ 최종규


책방을 열려고 뜻을 품은 사람이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곳에 책방을 열어요. 시골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시골에 책방을 엽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진 곳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골목 안쪽에 책방을 엽니다. 북적거리는 도심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도심에 책방을 열고요.

독립출판물을 많이 다루는 조그마한 책방인 <노르웨이의 숲>은 언뜻 보기에 책방이 있을 만하지 않은 데에 들어섰다고 할 만합니다. 골목 안쪽 한갓진 데에 책방이 있습니다. 책방 옆에는 빨래와 옷손질을 하는 집이 있어요. 책방 맞은쪽에는 떡집이면서 작은 방앗간이 있습니다. 이 옆으로는 국숫집이 있고, 분식집이 있으며, 자그마한 학원이며 교회에다가 머리방까지 여러 마을가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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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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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안쪽 ⓒ 최종규


마을가게가 아니면 여느 살림집으로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살림집이면서 작은 가게를 꾸리는 곳이 모여서 저절로 이룬 마을이라고 할 만한 곳입니다. 그러니 이 같은 작고 조용한 마을에 책방이 하나 들어설 만합니다. 이른바 장사터는 아닐 수 있으나 마을터로 이쁘장하니 마을책방 한 곳이 태어날 만해요.

마을사람이 마을 한 바퀴를 돌다가 마을책방에 들를 수 있습니다. 멀리서 찾아온 길손이 마을책방에 들러서 책을 누리다가 마을가게에서 국수라든지 만두라든지 떡볶이라든지 김밥이라든지 느긋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마을책방으로 찾아오는 길에 조용하고 이쁜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사람 살아가는 냄새를 가만히 느껴 볼 수 있어요.

책방은 큰길에 자리해도 됩니다. 그리고 책방은 골목에 자리해도 됩니다. 책방은 큰길에서 커다랗게 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방은 마을에서 조그맣게 차릴 수 있습니다. 책방은 베스트셀러를 비롯해서 잘 팔릴 만한 책을 잔뜩 팔아서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책방은 독립출판물을 비롯해서 두고두고 사랑받을 만한 책을 알맞게 골라서 조촐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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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뿐인 책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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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책방 ⓒ 최종규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굳이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을지기로서 마을을 한껏 곱게 가꾸는 기쁨을 이야기하는 조그마한 책을 나긋나긋 즐길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문학상을 받은 책을 꼭 읽어야 하지 않아요. 백만 권씩 팔린다고 하는 문학을 마을지기가 꼭 읽지 않아도 되어요.

마을에서는 마을살림을 사랑하는 수수한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면 즐겁습니다. 마을에서는 이웃 여러 나라에서 마을을 아기자기하게 가꾸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열이나 스무 사람쯤 모여서 단출하게 즐기는 '마을영화잔치'를 꾸릴 수 있어요. 수만이나 수십만 또는 수천이나 수백이 모이지 않더라도, 수십 사람이 도란도란 어우러지는 자그마한 '마을책마당'을 꾸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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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책상 ⓒ 최종규


마을떡집에서 떡 한 점을 사면서 이야기가 태어납니다. 마을국숫집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자랍니다. 마을빨래집에서 바지 한 벌을 기우면서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그리고 마을책방에서 책 한 권을 장만하여 읽으면서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어요.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야기를 지을 수 있어요.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서 삶을 가꾸는 손길을 사랑할 수 있다면 이야기를 지필 수 있어요.

마을책방 <노르웨이의 숲>은 수원 장안구 율전동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조그맣게 길어올리는 조그마한 촛불 같은 이야기를 피우는 쉼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작은 책방에 깃들어 책을 누리다 보면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작은 책방에 깃든 재봉틀에서 새로 태어나는 가방이나 덮개나 옷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작은 책방 품에 안기는 작은 책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담는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뿐사뿐 마실을 해 보면 좋겠어요. 작고 조촐한 책모임(책읽기모임)을 꾸리고 싶은 분이라면 이처럼 이쁜 마을에 깃든 이쁜 마을책방에 살며시 깃들어서 도란도란 책수다를 나누어 볼 수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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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명함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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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바라보기 ⓒ 최종규


(이 이야기는 2017년 6월 8일, 7월 1일, 7월 21일, 사흘에 걸쳐 나눈 이야기를 갈무리했습니다)

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이라면
"책은 평생의 저의 친구이자 종교 같은 것입니다.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책이 주는 기쁨을 알기에 책과 가까이하고 싶어 책방을 열었습니다. 아직 많은 편이 아니지만 찾아오시는 손님과 책을 매개로 맛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전에는 제 주변의 인연들 대부분이 책과 가까이하지 않는 삶을 살기에, 그 인연들과 있으면 종종 헛헛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이제는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책방을 소개하고, 책 읽는 이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등, 넓은 의미에서 책의 기쁨을 대화로 나눌 수 있어서 그저 좋습니다. 책방을 꾸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을 한두 분 이야기해 주신다면?
"멀리서 이 변두리 소심한 책방까지 찾아오신 최종규 작가님이 먼저겠지요. 그 때문에 저도 작가님의 책살림이 보고 싶어 남쪽까지 갔으니까요. (웃음) 마찬가지로 멀리서 이 변변하지 않은 변두리 소심한 책방까지 찾아오시는 분들 모두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가까이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저에겐 소중하고 아름다운 손님들입니다.

아직 오래된 책방살림이 아니라서 인연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뽑자면, 첫 손님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의 책방이지만, 처음엔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요. 테이블도 없고 널빤지 네 장에 대충 각목을 박아 만든 책장이 유일했고, 실내장식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공간. 그런데도 자기 사는 동네에 책방이 생겨서 너무 좋다며 해맑게 웃던, 이제 대입 수험생이 된 소녀가 아닐까 합니다. 그 수줍은 미소를 아직도 잊지 못하겠네요.

한 분을 더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찾아오시는 분들과 대화를 자주 나눕니다. 그러다 어느 숙녀 분과 이야기하는 중에 사느라고 잊고 지낸 자신의 꿈을 제가 깨워 드린 일이 있었는데요. 두 눈이 촉촉이 젖어 제 곁을 떠나지 않던 그분이 생각납니다. 다시 그분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결혼을 하지 않은 분께서 수년을 짝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쓴 연서를 가지고 오셔서 저보고 훑어봐 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원고량으로 따져도 제법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쓴 글이었는데요. 그 글로 책을 만들어 사랑하는 이에게 프러포즈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이왕에 하는 프러포즈이기도 하지만 글로서도 가치가 있으면 좋겠다며 원고를 내밀던 그 거친 손등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한두 분을 바라셨는데 하다 보니 계속 나올 것 같군요. 그럼 이쯤에서 이 부분은 접기로 하겠습니다.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 한 사람 한 사람 제겐 각별하게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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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으로 지은 여러 가지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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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 ⓒ 최종규


ㄷ. 10년째·20년째·30년째 <노르웨이의 숲> 앞모습은?
"아마도 고흥에 작가님의 도서관처럼이 아닐까 하는데요. 아마도요. (웃음) 물론 아직 꿈이고 희망이지만 이 마을에서 오래된 책방으로서 자리잡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추억이 되어 가끔 생각나 찾아오는 곳으로, 그래서 뭉클한 장면이 종종 연출되면 참 좋겠습니다. TV에서 종종 보잖아요. 오래된 음식점에 단골이라며, 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오면 그리워서 찾게 되는 집이라며 흐뭇해하는 그런 맛집처럼, 사람들에게 추억이 될 만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면 좋겠습니다. 10년이고 20년이고 30년이고. 쭈∼∼∼욱."

ㄹ. 수원 이웃, 수원 바깥 이웃한테 <노르웨이의 숲>을 소개한다면?
"책방장은, 그러니까 회사엔 사장이고, 학교는 교장이니 책방이니까 방장이 맞겠죠. 책방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종종 저를 책방장이라고 부릅니다. 주로 책을 떼고 방장이라고 부르죠. 어떤 이는 세게 발음해서, '빵장'이라고도 하죠. 몇몇 분들은 저를 빵장니∼임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전 그 소리가 참 좋습니다.

여튼, 책방장인 저는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이나 만나는 이들에게 '틈'을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틈, 공간의 틈, 시간의 틈, 마음의 틈, 삶의 틈으로서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그래서 '틈' 덕후라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데요. 우리 사는 세계가 편하게 살 만한 세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잖아요. 저까지 그 세상에 편승하여 살면 안 될 것 같아 책방을 열었는데요. 아마 이 책방이 앞서 말한 틈이 아닐까 합니다.

살다 보면 일상에서, 인생에서, 자신 안에서 틈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비우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라 연속된 많은 것들의 사이를 의미합니다. 비운다는 것은 다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비우려 해야 하잖아요. 우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게 틈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무엇이? 몸이 마음이 말입니다. 그때가 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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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안쪽 ⓒ 최종규


쉰다고도 하는데, 그건 틈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제가 책방을 이야기하려다 틈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책방에 오셔서 그 틈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보셔도 되고, 차를 마셔도 되고, 그림을 그리셔도 되고, 음악을 들으셔도 되고, 소설을 쓰셔도 되고, 시를 쓰셔도 되고, 가끔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셔도 되고, 멍하니 있어도 됩니다. 때로는 시간을 엿보기도 하고, 공간을 염탐해도 되고, 삶의 의미를 머릿속에서 되새겨도 됩니다. 이 모든 건 목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 속의 즐거움입니다. 몸과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러다 책방장과 아무 이야기나 하셔도 됩니다. 그게 틈입니다.

틈에서는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을 자유를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틈은 일상의, 현실의 일탈이기도 해서 책방을 열었습니다. 말이 길어지는데요. 이 틈이 궁금하시면 찾아오셔요. 찾아오셔서 이 틈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야말로 <노르웨의 숲>은 변두리 소심한 책방입니다. 길을 지나는 이보다 텅 빈 시간이 많은 동네입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책과 함께 머무시는 동안 세상의 틈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든 몸이든 매우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일상에 피지 않겠어요. 그 꽃이 삶을 즐겁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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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 ⓒ 최종규


ㅂ. <노르웨이의 숲>에서 꾸리거나 이끌거나 함께하는 모임을 소개해 주시고, 이러한 모임을 가꾸는 즐거움을 들려주셔요.
"이전에 짧게 낭독모임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널리 알리는데 소홀했고요. 인원이 예상보다 밑돌기도 하고, 더욱이 밥벌이를 위해 하는 일이 따로 있어 어떤 모임을 연속해서 운영한다는 것이 힘에 부쳐 그만 낭독모임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였습니다. 핑계지만 책방장이 실로 게으른 탓입니다.

대신 동사무소와 연계하여 성균관대역 앞 골목길에서 독립출판 플리마켓 '책너른마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달 마지막 주 어느 하루를 날 잡아 소소한 책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요. 될 수 있는 대로 이 행사가 변두리 소심한 지역에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역활성화도 좋지만, 그보단 그로 인해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활성화는 어쩐지 자본의 냄새가 짙게 나서, 차라리 아름다운 사람이 사는 동네로서 활기찬 삶이 보이는 곳이랄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끔 책방에서 아주 번개처럼 영화를 보기도 하는데요. 그건 저 좋으라고 하는 건데, 공지는 느닷없이 번개처럼 SNS에 공지를 합니다. 당일 임박해서 말이에요.

그래서 영화는 주로 오붓하게 봅니다. 이 오붓의 뜻은 오시면 압니다. (웃음) 아, 그리고 조만간 새로운 일을 벌일 생각인데요. 양귀자 작가님의 <원미동 사람들>처럼 "율전동 사람들"이란 소재이자 주제로 소설책을 엮을 생각입니다. 제가 쓰는 게 아니고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어느 한 분의 작가님을 섭외해서 저희 책방에 와서 생활하며 동네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어 그들의 소리를 듣고 쓰게 하는 겁니다. 어쩐지 재미난 생각 같아서 정말 해볼 생각입니다. 그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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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모습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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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 최종규


ㅂ+. 얼마 앞서 책방 앞 마당이자 골목마당에서 마을 분들하고 신나는 잔치를 벌이셨다면서요? 그 이야기도 들려주셔요.
"부끄럽습니다. 잔치라기보단 부침개로 점심이나 먹자고 한 일이 지나는 이들이 그걸 보고 참견하시다가 일이 커지고 말았던 거지요. 앞집 옷가게 사장님과 옆집 옷수선 사장님이랑 수시로 점심을 함께 먹는데요. 그날은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해서 부침개로 끼니를 해결하려고 하였습니다.

저희끼리 먹자니 반죽해 놓은 것도 많고 해서 방앗간도 부르고 이불가게도 부르고 그러다 지나는 이들에게도 맛이나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막걸리 배달 아저씨께서 그 풍경에 녹아들어 막걸리를 선뜻 내어주시고, 누군 맥주도 사오고, 텃밭의 부추도 뜯고 각자 형편 되는대로 밑반찬들을 가지고 나와 잔치 아닌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이게 사는 맛이겠지요. 이웃들이 오순도순 경계 없이 서로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맛이랄까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 앞서 말했듯 소설 "율전동 사람들"은 이 이웃들의 사연을 잘 버무려 쓸 생각입니다. 그렇게 서로 어울려 살다 보니 이웃들의 사연이 차마 내버려 두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ㅂ++. 이곳에서 책모임(책읽기모임)을 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책모임 자리로 이 책방을 즐거이 누릴 수 있을까요?
"책방을 연 이유 중에 하나가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모임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책에 몰입하도록 해 주고 싶었습니다.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엔 부족하겠지만, 그래서 더 아늑하니 몰입하는데 충분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책방장의 양념이 가미가 되어 유쾌하고 유익한 책놀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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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 최종규


ㅅ.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방장은 책방을 열기 이전부터 전국의 작은 책방들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습니다. 제주도를 포함 전국의 곳곳을 다녔습니다. 가끔은 실망스러운 곳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원도심 지역의 낡은 건물에 있으면서도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작지만 알찬, 낡음이 새로운 공간과 의미로 다가왔달까요. 문화적 충격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중에 충청도 지역의 어느 서점은 그 감동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따라하고 싶어 지역을 물색하고 건물을 물색하고 해서 오늘의 <노르웨이의 숲>의 터전을 잡았습니다. 일단 그런 공간을 만들고 나니 이름을 붙여야 하겠지요. 그땐 이미 제 마음엔 예전부터 생각해 놓은 상호가 있었습니다. 세기말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마음속에서 대부분 그렇겠지만, <상실의 시대(원제:노르웨이의 숲)>는 제 젊은 시절의 코드이자 키워드입니다. 제게서 그게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시절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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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유리문 ⓒ 최종규


여하튼, 학교 다닐 때 자주 만나 대화한, 요즘 흔히 말하는 여자사람친구가 있었습니다. 후배이기도 했지만, 선후배를 떠나 우린 단짝처럼 붙어 다녔죠. 둘이서 술자리를 즐겼던, 그때마다 우리의 대화 소재는 <상실의 시대>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습니다. 물론 시대를 논쟁하기도 했었지만, 그 책만큼 영양가 있는 대화는 아니었죠. 그때부터 <상실의 시대>는 언제가 제 인생에 있어서 꼭 한 번은 의미 있게 사용되길 바랐죠. 그 바람이 책방에 고스란히 투영된 것입니다.

그런데 <상실의 시대>는 제가 느꼈던 세기말의 분위기 느껴져 그대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원제목을 살려 가게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으로 정하니 한번은 유모차를 끌고 멀리 이웃마을에서 오신 손님이 계셨습니다. 맨몸으로 걸어오기도 힘든 거리를 유모차를 끌고 봄날 땡볕을 가로질러 오신 그분은, 입고 있던 티셔츠가 땀으로 젖어 있었음에도 힘든 기색 없이 단지 노르웨이의 숲이란 이유로 흐뭇해하셨습니다.

그분에게도 <상실의 시대>는 특별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사실 그런 의미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산 우리지만, 분명 공통된 분모가 있을 것이고, 그 공통분모로 우린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책방을 찾아오시는 모든 이가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추억을 나누고 이야기할 곳이 필요할 것이라고, 저처럼 누구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실의 시대'는 다른 키워드보다 제가 책방의 운영철학이나 방침을 가장 내포하고 있고, 아물러 영향력이 있지 않겠나 해서 책방 이름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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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세우는 선간판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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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 사이에 ⓒ 최종규


ㅇ. 책을 읽고 파는 책방지기로서, 한국 책마을에 한 마디 해 보신다면?
"'책마을'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일단 책방이라는 공간으로 한정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일전에도 누군가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책방이 없는 곳에 책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처럼 도시의 변두리 동네에도, 작든 크든 모든 도시에도, 산골에도, 농촌에도, 어촌에도, 굳이 공간만 아니라 메마른 자본의 기계처럼 얽매어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도 책방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언제부터인지 책방이 가지고 있는 유익한 정서가 있는데 경제적인 사정으로 존재의 가치가 상실되어 점차 우리의 주변에서 사라졌잖아요. 최근에 고무적이랄까요, 기대할 만한 것은 우리 주변에 (아직은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긴 하지만) 독립책방 등과 같은 작은 동네서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흐름이 바른쪽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는데요. 여기서 바른쪽이란,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이 있는 공간을 이끌어 갔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이 흐름이 그저 보기 좋아서 아무런 생각 없이 덤벼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방을 지키는 이가 책을 사랑하면, 찾아오는 이도 책을 사랑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책이 일상이라든가 삶에 있어서 녹아들고 가까워지라 생각됩니다.

적어도 책을 가까이하는 이들은 다툼을 만들지 않더군요. 다툼이 없는 사회는 아무래도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런 세상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여하튼 우선 책방이 많은 곳에 생겼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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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안쪽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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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 ⓒ 최종규


ㅈ. 수원이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글쎄요. 아직 주변에 머무는 시민이라서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생각해야 한다면 책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시로 책의 이야기가 넘치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책으로 만취한 시민들이 난동(?)이랄 수 있는 멋진 광경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광장에 홀로 책 버스킹을 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책을 논쟁하고 책을 알리고 책을 노래하는, 그건 소통이랄 수 있습니다. 그런 소통은 광장에서가 가장 유리하잖아요. 그런 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도시. 막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시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관념이랄까요.

개념을 재정비하고 새롭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그 새롭게 접근하는 방법, 즉 접근법은 시민뿐만 아니라 시를 이끌어 가는 누구나의 지혜가 필요하며, 막연하게 도서관이나 짓고 책이나 비치하면 끝이 아닌, 책이 모든 시민에게 스며들 수 있게 부단한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점은 글을 쓰고 만들고 펴내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에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들어야 할 공공기관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무슨 사회활동가처럼 보입니다만, 저는 단지 그냥 동네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책을 가까이하고 책이 시민의 삶에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러기 위해서 뒷받침될 무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스레 떠들게 되는군요. 그 무언가는 글쎄요…. 여하튼 책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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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맡에서 ⓒ 최종규


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책마실 다니는 재미나 즐거움을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생략하겠습니다. 어쩐지 진부한 대답이나 하고 말 것 같아서입니다. 사실 책 읽는 데 즐거움이 필요할까요. 단지 좋아서 읽을 뿐인데요.

그리고 책마실에 대한 답도 매우 짧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단순하게 생각하니까요. 책방마다 가지고 있는 정서가 다릅니다.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해서 책방마실을 다닐 때마다 늘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어느 책방에서나 보는 같은 책이라도 어느 책방에 있느냐에 따라 그 책에 다른 정서가 배어 있기도 합니다. 그건 추억이랄 수 있는데요. 아마 책방마실은 추억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억, 인생에 있어서 그것 없으면 심심하잖아요. 책으로 인한 공간의 소통, 시간의 소통, 삶의 소통이 책방마실을 하는 이유입니다. 책방만큼 소통이 쉬운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소통이 추억을 만들잖아요. 그래서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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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하게 누릴 수 있는 책상 ⓒ 최종규


ㅋ. 독립출판물은 어떤 새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책방지기로 이웃에 꼭 소개해 주고 싶은 독립출판물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셔요.
"독립출판은 새로운 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독립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우리에게 조금 생소해서 그런 건데요. 기존의 일반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과 전혀 다른 게 아닙니다. 책이 집이고 내용이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전에는 주로 집을 짓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따로였지요. 독립출판은 집을 짓는 이도 사는 이도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집을 짓는다 해서 사는 사람이 직접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독립출판계엔 손수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집을 짓는 건 목수처럼 현장기술자들이 하는 거잖아요. 여기서 기술자들이란 책을 만드는 인쇄소를 말합니다. 인쇄소까지 겸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장황하게 말이 길어졌는데요. 쉽게 말해, 독립출판이란 집(책)을 짓는 사람과 사(쓴)는 사람이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독으로 집을 짓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집을 짓고 그곳에 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출판사와 다르게 독립출판은 책을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 틀을 만들어 지을 수 있습니다. 형식이 없고, 걸림도 없고, 하고 싶은 대로라는 말이지요. 아무래도 일반출판사는 판매 부수에 민감하니까, 잘 팔려야 할 책을 만들게 됩니다. 선별적이기도 하고 작가(저자) 중심이 아닌 편집자 중심의 출간을 하게 되겠지요. 편집자 중심이 되면 아무래도 작가(저자)의 의중이 조금은 퇴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립출판은 스스로 만들기에 작가(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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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고 알찬 책을 만나기 ⓒ 최종규


그래서 독립출판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표현 면에서 아마도 자유로움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독립출판에서는 개인적이고 사소하고 소소하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 등을 담은 책처럼 일반출판사에서 만들지 않는 내용의 책이 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자기의 생각과 정서와 느낌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만들게 됩니다. 그 소통엔 가식적이거나 기존의 인식 틀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물며 읽는 이도 인식의 틀에 사로잡힐 이유도 없습니다. 또한, 독립출판의 매력이라면 아마도 어떤 책이든 작가(저자)의 체세포가 묻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작가와 독자의 거리가 아주 가깝다고나 할까요. 종종 프리마켓이나 동네 책방에서 작가들이 소통의 장을 마련하니 그런 면에서 기존 출판보다 탈권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방지기로서 독립출판물을 몇 가지 소개해 달라고 하셨는데요. 선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저희 책방에 책을 맡겨 두신 작가님들 중에 소개되지 않은 분들이 분명 실망하시지 않을까 해서 그건 접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최근에 지상파TV에서 독립출판 소재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보면서 씁쓸합니다.


왜냐하면, 독립출판은 '누구나 저자가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프로그램에서는 유명인이 나와 진행하고 참여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방송이 되면 누구나가 아닌 특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될까 봐 걱정됩니다. 차라리 일반인이 자신의 책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출판이란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라는 것을 인식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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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 최종규


ㅌ. 책방, 출판사, 작가, 책손, 여기에 마을, 이렇게 다섯 이음고리는 서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 적에 새로우며 즐거운 이야기로 만날 수 있을까요.
"단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을 뿐인 저에게서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질문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다섯 가지가 새로우며 즐거울 수 있을까를 말입니다.


그런데요. 엉뚱한 대답 같지만, 저는 여름 방학 때 자주 간 외가가 떠오릅니다. 이맘때 외가에서는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밥을 먹는데요. 그 멍석은 비단 식사용이 아니라 집안 어른의 생신 잔치가 있을 때처럼 방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간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쩜 저는 책방이 이 멍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머지 네 가지의 확장이 바로 책방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출판사·작가·책손·마을의 외연으로서 확장된, 즉 이 모든 것이 수시로 책방에서 소통하게끔 하여야겠지요. 예전의 책방이 책이 지나는 통로로서만의 역할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최근의 몇몇 동네책방은 소통 중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롭지는 않겠지만, 다섯 가지가 책방이라는 멍석 위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면 우리에게 풍요로운 정서를 제공하는 충분하리라 생각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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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시렁 한켠 ⓒ 최종규


ㅍ. 손으로 짓는 살림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공방)
"(이 부분은 손으로 짓는 살림을 하는 저의 곁님이자 공방장에게 넘겨도 되겠지요. 다음은 공방장의 말입니다.)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 책도 보다가, 음악도 듣다가, 그래도 심심할 때면 미싱 앞에 앉아 이것저것 만들어 봅니다. 오래전부터 해 온 취미이자 생활의 일부가 된 미싱은 제 친구나 다름없거든요. 작은 소품도 만들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다 보면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고 정말 즐거워져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올리려 합니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2017


#책방마실 #마을책방 #노르웨이의 숲 #독립출판 #독립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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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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