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와 그 가족의 구원투수가 되고 싶다

어머니에게 보답하기 위해 '치매파'로 더 열심히 봉사하길 소원

등록 2017.08.05 18:02수정 2017.08.06 16:4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밖에 나가면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것이 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그리고 관련 홍보물이다. 나의 관심사요 마음 깊이 들어있는 단어들이기에 더욱 눈에 잘 들어온다. 내가 사는 곳은 파주 운정신도시인데, 하루가 다르게 요양시설이 들어선다. 현 시대에 치매가 늘어나서일까.


내 주위에도, 친구들 중에서도 치매 부모님을 둔 가정이 많다. 운전하며 가다가 요양병원 홍보물을 보던 중 재미있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 우파니 좌파니 하면서 갈라져 있는데 그럼 나는 어느 파일까? 결론은 '나는 치매파다.' 더 풀어서 표현하면 '치매응원파'라고도 할 수 있다. 어머니가 나에게 만들어주신 '공동체 가족' 선물이다.

a

'치매파' 만들어주신 어머니와 다정히 ⓒ 나관호


몇주 전, 서울시 마포구 홍대근처에 있는 '경의선 책거리'에서 열린 '북(Book)콘서트'에 초대받아 간적이 있다. '엄마와 딸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북 콘서트'였는데, 도착해보니 더더욱 아빠이고 아들인 내가 갈 자리 같지 않았다. 남자라고는 6~7명 뿐이었다. '경의선 책거리'는 출판과 인쇄사가 밀집된 홍대 앞에 특화된 전국 최초 책 테마거리다.

a

경의선 책거리 ⓒ 나관호


나를 초정해준 사람은 모 방송국 홍보팀 이사를 지낸 홍보전문가였다. 이 이사가 나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책과 글을 좋아하고, 작가이며, 작은 출판사를 가지고 있는 나를 위한 배려였다. 다른 출판사 대표들과 북컨설턴트를 소개해주며 나의 지경을 넓혀주려는 이 이사의 깊은 마음이었다.

너무 고마웠다. 더더욱 그날 '북콘서트'의 책 주제가 '치매어머니와 딸의 삶을 다룬 책'이었다. 너무나 놀랐다. 그리고 홍대근처에 '경의선 책거리'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마포구청에서 책 부스와 공간을 만들어 엄선된 출판사들이 그곳에서 홍보하게 한 거였다. 너무 좋았다.

a

경의선 책거리 전경 ⓒ 나관호


그날 나는 치매 이야기, 좋은 출판사 대표와의 만남, 경의선 책거리 등 많은 행복을 한꺼번에 경험했다. 그리고 덤으로 고등학교 선배를 만났는데 부친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주 큰 출판사의 사주였다. 어딜 가든 '치매'와 만나면, 나는 행복하다. 나는 치매환자와 가족을 응원하는 구원투수이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책읽기와 쓰기 그리고 손녀들에게 손편지를 쓰시곤 했다. 치매를 늦추는 효과가 있었다.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책읽기 '뇌운동'을 권한다. 책은 지혜를 만들고 새로운 삶을 만든다. 손편지 쓰기도 좋다. 뇌를 움직여야 치매가 예방이 된다.
 

이 부분은 글로 '쓸까? 말까?' 망설인 부분이다. 오늘도 길을 지나다 자그마한 요양원에 반사적으로 들렀다. 과자와 음료수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내 차의 트렁크 안에는 과자와 캔커피 등이 잔뜩 들어있다. 노인들을 섬기기 위한 것들이다. 길을 지나다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반사적으로 트렁크를 연다. 건물에서 수위를 하시는 어르신들과 요양원에 계신 치매어르신들과 간병인들을 위한 작은 마음의 선물이다.

왜 그러냐고 하면 '그냥 그러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이유가 없다. 그냥 그러고 싶다. 굳이 말한다면 단지 치매어머니를 모셔 본 나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치매어르신들과 치매환자 가족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이해하고 작음 누엇이라도 돕고 싶다. 왜냐고 묻는 다면 '그냥 그러고 싶다'. 역시 '나는 치매파'가 맞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치매어머니 에피소드를 나눈 지 수년이 지났다. '시민이 기자'라는 구호가 좋다. '사는 이야기'가 뉴스 되는 것이 좋다. 나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였다. 나는 사는 이야기를 그대로 나누는 평민이다. '치매파'에는 보수와 진보, 좌파도 우파도 없다. 치매는 전 국민이 도와야할 국가질병이기에 모두가 관심 가져줘야 한다.

a

친구 승훈이 어머니를 모신 '앞마당 수목장' ⓒ 전승훈


치매어머니를 케어하면서 배운 작은 경험들을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내 글을 읽고 응원해주시면서 도움이 된다는 말들이 나에게 많이 들어온다. 내가 글로 행복을 전하고 싶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치매는 환자를 바로 보는 가족이 더 힘든 병이다.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아픔이다. 내가 그 아픔을 알기에 응원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고등학교 친구 어머니가 치매로 돌아가셨는데, 지방으로 내려가 전원형 주택으로 이사 가면서 앞마당 나무 아래 어머니를 모셨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그 친구와 치매 소리만 해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 치매 환자 가족은 그렇게 소통된다.    

나는 '치매파'들을 독수리라고 부른다. 구름 위를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힘을 내라는 뜻이다. 나의 소원은 모든 국민이 '치매파'를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치매는 장수병이라 더더욱 환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나는 예외야'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리 대비하고 예방 했으면 좋겠다.

'치매파'에 먼저 가입된 내가 전할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예방'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뇌운동' 되도록 책을 읽고, 손편지 쓰기를 하고, 퍼즐을 하고, 손 움직일 일을 많이 만들면 좋다. 나는 '치매파'로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구하고 경험한 것을 글로 남길 것이다. 국민 모두가 '치매파'를 응원해주시길 기원한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치매 어머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과속운전은 살인무기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