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의 '틀니 분실 사건', 어디서 찾았냐면

책 읽기와 손편지 쓰기, 퍼즐요법... 치매 늦추기 '효과 만점'

등록 2017.08.09 16:03수정 2017.08.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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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분실 사고가 자주 일어났었다. 그렇다고 값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사람이다. 바로 우리 어머니. 물건을 잘 두신다고 두시는 것이 분실 신고가 필요한 수준이다.

어느 날,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어머니 입 모양이 이상했다. 인중이 쭈글거리고 주름져 있었다. '틀니 분실사고'를 일으키신 것이 분명했다. 세수하시고 틀니를 뽑아 세척한 후 또 어딘가에 감추신 것이다. 허긴 어머니에게는 귀중한 물건이니 그럴 만도 하다.

치매 어머니의 '틀니 분실사건', 찾아낸 곳은 바로...

곰인형과 함께 미소 천사 어머이 ⓒ 나관호


직감이 생겨 대충 감춰진 곳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그날은 아무리 둘러봐도 틀니를 찾을 수 없었다. 피해자요 가해자인 어머니를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고 대화를 시작했다.

"어머니, 틀니 씻으시고 어디에 두셨어요?"
"잘 둔다고 뒀는데."


그러시더니 본인이 이 방 저 방 찾으러 다니신다. 나는 어머니를 미행하며 또 다른 추적을 해본다. 기존에는 가방이나 서랍에 넣어 두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철저히 숨기신 모양이다. 욕실에 들어가 가능성을 역추적해 보았다. 그런데 욕실 앞에 휴지 조각이 보였다. 순간 틀니를 휴지에 싸 놓으셨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어머니, 틀니 휴지에 싸서 어디에 두셨어요?"

비타민 D 만들기 위해 햇볕 쬐시는 어머니 ⓒ 나관호


결국 틀니는 어머니 옷장 깊숙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대부분 어르신들은 중요한 물건을 옷장에 숨기기도 한다. 휴지로 범벅이 된 틀니를 깨끗이 세척해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것 봐. 내가 잘 뒀잖니."
"네, 잘 두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럴 때면 그냥 서로 웃고 만다. 어머니 같은 어르신들에게 '교훈(?)과 몰아붙이기'는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저 그 순간, 몇 분 전의 과거라도 깜박하시게 놔두면 좋다. 마음 편한 것이 제일이니까.

어머니는 자신의 가방과 옷장에는 자신의 물건을 꽁꽁 숨기셨다. 치매노인들이 대부분 그렇게 행동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쓰는 치료 요법이 있다. 이것은 치매노인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그것은 책 읽기와 손편지 쓰기, 그리고 퍼즐이다. 퍼즐은 너무 복잡한 것 말고 60개 조각 정도의 퍼즐을 맞추시게 하는 것이다.

어머니 손글씨 물품과 미완성된 편지 ⓒ 나관호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동네 헬스클럽에서 팔운동을 하다가 근육을 만들고 건강하게 하는 것은 반복적인 운동이니 어머니의 뇌도 운동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신에게는 힘들지만 뇌를 운동시키는 방법으로 책 읽기와 편지쓰기, 퍼즐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날도 퍼즐을 하도록 해드렸다. 끙끙거리며 하신다. "오늘은 잘 안 되는데..." 하시며 그래도 끝까지 하신다. 몇 개만 맞추셔도 나는 칭찬을 했다.

"어머니같이 잘 맞추는 사람은 없어요. 최고예요."

'몰아붙이기'는 좋지 않은 방법, 웃음과 칭찬이 '최고'

퍼즐하시는 어머니 ⓒ 나관호


나는 어머니의 퍼즐 맞추기 시간에 따라 어머니 상태를 짐작한다. 어머니가 퍼즐을 다 맞추실 때까지 기다렸다. 오늘도 몇 개가 틀렸다. 내가 마지막 몇 개를 바르게 맞춰 놓고 말했다.

"어머니, 최곱니다. 다 잘 맞추셨어요."
"아이고, 잘 안 된다."


나는 어머니 양손을 꼭 잡고 눈을 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잘하셨어요. 처음부터 안 된다고 말하지 마시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세요. 아셨죠?"
"그래? 호호호. "


어린아이같이 웃으신다. 웃음도 치매치료에 도움이 된다. 틀니 분실사건의 날도 열심을 내셨다. 힘들다는 불평도 사라지고 진지해지신다. 한두 시간 걸리던 것이 점차로 시간이 줄어들고 어떨 때는 40분이면 어느 정도 맞추신다.
덧붙이는 글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로,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와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구원투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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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이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 통해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좋은생각언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 작가이다. 기윤실 문화전략위원,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커뮤니케이션과 대중문화 전문가로 '생각과 말'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며 심리치료 상담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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