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면 "마실 가자"... 주민 사랑방 된 서울로7017

[현장] 폭염으로 방문객 줄었지만 야간엔 인기... 시 "바닥 균열 걱정 마세요"

등록 2017.08.07 12:06수정 2017.08.0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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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를 찾은 시민들이 꽃과 나무, 야경 등을 둘러보며 산책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일요일인 지난 6일 오후 7시, '서울로7017'에도 해가 지고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타지에서 온 국내외 관광객들도 많지만 옷차림을 볼 때 지역 주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저녁 밥만 먹으면 나와요"... 카페·맛집도 속속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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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에서 가나다 순으로 식재된 수목을 따라 산책하며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 유성호


인근 만리동에 산다는 김분례 할머니(65)는 "매일 저녁마다 밥만 먹으면 여기에 나온다"고 말했다. 같이 나온 친구 이명화 할머니(64)도 "주로 운동 삼아 매일 나오는데 바람이 잘 불어서 여기 나오면 그럭저럭 더위를 피할 만하다"고 맞장구 쳤다.

반려견을 안고 있는 김은희씨(51)는 남편, 딸과 함께 나왔다. 평일이나 너무 더운 낮시간은 못 나오지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에는 반드시 이곳에 나온단다.

"여기도 덥긴 하지만 집보다는 낫잖아요. 사람 구경도 하고. 집 주변에 이런 공원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처음엔 그 돈 가지고 어려운 노인들이나 도와드리지 이런 걸 왜 만드나 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늘막이 부족하고 앉아 쉴 곳이 없다는 불만도 일부 있지만 이날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의 여론이 이렇게 바뀐 것은 마땅한 공원이 없었던 이곳이 새로운 주민 휴식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대문시장을 걸어서 금방 갈 수 있게 됐고, 청소차 주차장 등 냄새와 소음을 유발하던 시설도 이전됐고, 인근 만리동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와 이벤트로 볼거리도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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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에서 찾은 시민들이 기타리스트 김세형씨의 멋진 연주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주민들로 이뤄진 서울로7017 자원봉사모임 '초록산책단'의 주영량씨(공덕동.56)는 서울로에서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반과 드로잉반을 운영하고 있다.

주씨는 "예전엔 남대문시장과 서울역에 가려면 버스를 이용했는데 이제는 서울로를 이용해 걸어가게 됐고, 동네 사람들과 약속해서 함께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용숙 서울시 서울로사업운영팀장은 "서울로의 본래 목적은 방문객이 많이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지역민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낮에는 직장인들이 편안하게 산책하고, 아이들이 학교 다녀오면 여기서 실컷 놀고, 저녁에는 주민들이 마실을 나오는 그런 모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로7017을 넘어 직장에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서울역 철길 위를 지나 한 번에 건너편에 있는 직장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리자 인근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카페나 맛집이 들어서는 등 상권도 활성화됐다.

최근 박원순 시장은 "서울역 서부쪽은 경제가 침체돼 있었는데 도로와 사람이 연결되면서 그 일대가 완전히 살아났다"며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가격을 잡는 게 오히려 문제 될 정도"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더위쫓기 시설 잇따라 설치... "바닥균열은 구조적인 문제와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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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산책 나온 학생과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뿜어져 나오는 분수대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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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 공중자연쉼터에서 무더운 날씨로 인해 인기 있는 족욕탕에 시민들이 발을 담근 채 더위를 식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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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에서 학생들이 국보 제1호 숭례문 배경으로 서울의 멋진 야경을 촬영하고 있다. ⓒ 유성호


관광을 목적으로 온 방문객도 꾸준히 찾고 있다.

대전에서 가족과 함께 서울구경 왔다는 이아무개씨(41)는 "노후된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생각이 놀랍다"면서도 "보수공사 때문에 '점검중'인 시설이 많고 그늘막이나 쉴 곳이 적은 것은 좀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로7017과 다리로 연결된 호텔 마누의 매니저는 투숙객 가운데 특히 외국인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호텔 바로 앞에 적당한 규모의 산책길이 있는 셈이고, 남산과 남대문, 남대문시장, 서울역 등 명소로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특히 사드 문제로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50대로 보이는 독일인 관광객 크리스 이거씨는 신기한 듯 서울로7017의 식물들을 연신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는 "낮에 용산 전쟁기념관을 관람한 뒤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며 "평소 도시에 차가 많이 다니는 것보다 걸어다니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는 더위와 폭우로 방문객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개장 초기 주중 방문객이 52만명이었는데 최근에는 15만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방문객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다면서도 방문객들이 더위를 쫓을 수 있는 수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보행로 곳곳에 안개분수대 15대와 그늘막, 몽골텐트들이 설치됐다.

100m에 달하는 난간 손잡이에 고정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배관에 난 구멍을 통해 물을 분사하거나, 바닥에도 이동이 가능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을 차단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장미광장과 목련광장에 한 대씩 설치된 냉각장치인 쿨팬(cool fan)은 옷이 젖지 않으면서도 냉각 효과를 낼 수 있다.

시는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양산을 제공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광복절이 낀 다음주부터는 만리동광장에서 서울로전시관까지 무궁화화분과 토피어리 등 860여개를 전시하는 무궁화축제가 열린다. 인근 염천동 수제화거리 장인들이 직접 옷과 구두를 만들어 보이는 수제화 전시행사도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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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에서 공원 경비요원이 방범과 안전사고에 대비해 순찰근무를 서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최근 보행로에 생긴 균열현상 때문에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자, 서울시와 전문가들은 "관람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성기 콘텍이엔지 대표는 "고가 구조물 위를 덮는 콘크리트 사이의 복잡한 배관들이 콘크리트의 수축활동을 방해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고가의 구조적인 안전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니 안심하고 관람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이동훈 서울시 토목총괄과장은 "개장 전에 보수작업 했던 자리가 지저분해 미관개선작업을 했던 것뿐인데 마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됐다"며 "이번주 중으로 공사를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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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과 퇴계로를 잇는 ‘서울로 7017’를 찾은 시민들이 서울의 야경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서울로7017 #만리동 #주민들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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