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일 시키는 꼬치집, 그래도 즐거워

이동진 외 3인이 쓴 <퇴사준비생의 도쿄>를 읽고

등록 2017.08.10 09:23수정 2017.08.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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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표지 이동진 외 3인이 쓴 〈퇴사준비생의 도쿄〉 ⓒ 더퀘스트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때와는 달리 지금은 인생 3모작까지 내다봐야 하는 시대죠. 그만큼 치열한 경쟁시대 속에 내몰리다보면 언제 자진 퇴사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면 그 부담감 때문에 강제 퇴사에 내몰리는 구조 속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 불안과 걱정을 털어내고 사표를 던지는 이들도 없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할지, 어느 선까지 정치적인 입지를 구축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까닭에 말입니다. 그렇다고 퇴사에 대한 어떠한 준비도 없이 무작정 사표를 던졌다가는 인생의 낭패를 보기가 십상이죠.


"도쿄를 비즈니스 관점으로 벤치마킹한 내용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면, 퇴사를 준비하거나 미래를 고민하며 자기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 넓고,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프롤로그)

이동진 외 3인이 쓴 <퇴사준비생의 도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직장의 퇴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일본의 도쿄여행을 통해 그들의 트렌드는 물론이요,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그들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남다른 장인정신 등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지금 다니는 직장을 퇴사하고 새로운 창업을 꿈꾸는 준비생이라고 해서 무작정 사업적인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겠죠. 이 책을 쓴 목적은, 도쿄의 트렌드를 벤치마킹해서 앞으로의 변화와 수요를 예측하기보다는, 1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키워드를 발견하도록 돕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려 하고, 경쟁자들과 '차별'화하려 하며, '효율'적 방식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또한 고객들의 '취향'을 이해하려 하고, 기왕이면 '심미'성을 추구하려 합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방향은 같습니다."(10쪽)

그와 같은 '5가지 키워드'를 기준으로, 이 책은 도쿄 내 가게와 음식점과 카페, 마트와 문구점과 고기집, 도서관과 매장과 극장, 튀김가게와 주유소와 미술관 등 25곳의 사업장을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일례로 쌀을 테마로 한 다이닝 라이프 스타일 매장 '아코메야'라든지, 요리사가 없어도 요식업을 할 수 있는 그 현장을 보여주는 통조림 전문 바 '미스터 칸소', 도쿄대를 비롯해 일본의 상위 네 개 대학 앞에 매장을 두면서도 그곳 대학생들에게 커피를 공짜로 마시게 하는 '시루카페' 등이 그렇습니다.

"아카데미 힐즈는 롯폰기 모리타워 49층에 있는 지성인들을 위한 복합문화 공간입니다. 고급 레스토랑과 바가 어울리는 자리에 공부하고, 토론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도쿄 시내가 파노라믹 뷰처럼 펼쳐집니다. 넓고 탁 트인 공간을 '확보'하는 대신 '조망'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131쪽)

대부분의 고층 빌딩의 최상부에는 고급 레스토랑과 바가 있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아카데미 힐즈'는 지성인을 위한 공간으로 차별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특정 회사 사람이나 부자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월 10만원의 월간 회원권이나 하루 2만2천원의 일일권을 구매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고 하죠. 2003년 오픈한 후 지금까지도 수익을 내는 이유가 결국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남다른 철학의 문제였다고 소개합니다.

"튀김 가게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서는 손님 모두가 남의 일을 대신 합니다. 원하는 꼬치를 골라 자리로 가져와서 튀김옷을 입힌 후 직접 튀깁니다. 다른 곳에서는 모두 가게가 해 주는 일들입니다. 그럼에도 일본 전역 노른자위 지역에 140여 개 지점으로 확장하며 흥행을 이어가는 걸 보면 일을 시키는 가게도 일을 대신 하는 손님도 즐거운 곳임이 분명합니다."(201쪽)

이른바 2500엔, 즉 우리나라 돈으로 2만5천원 정도면 오징어 새우 등의 해산물은 물론이요 소고기와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를 비롯한 육해공의 다채로운 20여 종 꼬치를 직접 튀겨서 먹을 수 있고, 대게 다리까지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쿠시야 모노가타리' 음식점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꼬치 뷔페'를 연상케 하죠. 그런데 꼬치의 속 재료 크기가 일반 꼬치에 비해 반의 반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니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십 여 종의 꼬치를 '튀겨 먹는 재미'와 가위로 껍질을 가르고 살을 발라 먹는 '대게의 즐거움' 때문에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을 90분 안에 소화해야 한다고 하니,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게 고도의 상업적인 전략이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거의 일본문화를 답습한다고 하죠. 그 중에서도 도쿄는 서울의 가까운 미래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곳곳의 가게와 상점과 사업장들은 기존의 틀을 깬 사업 모델이고, 그것은 우리나라의 10년 후의 미래상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10년 뒤에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새로운 도전을 내다보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사업적인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얻고 키웠으면 합니다. 물론 그것은 퇴사준비생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겠죠. 현재의 위치 속에서 자기 영혼을 잃고 있는 직장인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나갔으면 더욱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1.'쿠시야 모노가타리' 공식홈페이지 www.kushi-ya.com
2.아카데미 힐즈 공식 홈페이지 forum.academyhills.com/roppongi/en/index.html
3.이 책의 리뷰에는 담지 못했지만 일반스테이크와 차별화된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공식홈페이지 ikinaristeak.com
모두 이 책의 참고문헌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샬롬.

퇴사준비생의 도쿄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이동진 외 지음,
더퀘스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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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아카데미 힐즈 시루카페 #퇴사준비생의 도쿄 #이키나리 스테이크 #쿠시야 모노가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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