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카툰] 조선시대 욜로 원조, '정란'을 아시나요?

[史(사)람 이야기④] 욜로족의 원조, 조선시대 '전문 여행꾼' 정란

등록 2017.08.20 20:04수정 2017.09.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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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툰] 史(사)람 이야기 4화: 프로 여행꾼 정란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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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툰] 史(사)람 이야기 4화: 프로 여행꾼 정란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 욜로(YOLO)족의 원조? 조선시대 프로여행꾼 정란

학문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도 전문 여행가가 있었을까? 예상외로 산천유람을 즐긴 이들은 많았다. 심지어 글깨나 썼다는 사람들의 문집을 보면 유람기 한 편쯤은 필히 들어가 있다.


문인들은 그저 방안에만 앉아 글을 읽는 것뿐 아니라, 산수를 즐기며 시를 읊조리는 행위 역시 아름다운 일로 여겼던 것이다.

양란이후,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자 신분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유희를 즐기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런 사람 가운데서 금수강산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에 '산사나이'가 없을 리 없다. 특히, 정란(1725~1791)이란 사람은 이런 산수유람의 정점을 찍은 인물이다.

명문가 동래정씨 집안에서 태어난 정란은 일찌기 과업을 익혔으나, 영남 남인이었던 그가 대과시험에 합격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의 타고난 천성 역시 주어진 틀에 안착하기를 꺼려했다.

그래서 그는 처자를 두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청노새를 탔다. 또 어린 종을 불러 이불 한채만 노새등에 실고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 단원 김홍도의 [단원도] 속 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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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개인소장, 설명: 단원 김홍도의 단원도, 왼쪽의 거문고 연주하는 자가 단원, 가운데 부채를 든 자가 강희언, 오른쪽에 수염을 기른 사람이 정란. 오른쪽 하단부분에 정란을 모시는 사내종과 청노새가 보인다. ⓒ 개인소장본


전문여행가로 살아가는 삶은 분명 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삶,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정란은 서른나던 해부터 20년간 조선팔도 구석구석을 그야말로 '뻔질나게' 돌아다녔다.


남쪽으로는 낙동강, 덕유산, 속리산, 월출산, 지리산을 동쪽으로는 태백산, 소백산, 금강산을 올랐다.

산사나이가 여기에 만족할 리가 없다.

쉰살 무렵엔 백두산과 한라산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백두산은 오지에다가 험하기가 이루말할 수 없어서 토착인들도 어려워했던 산이었다. 한라산은 수륙 일천리를 달려가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신선들이 살던 산이다.

그런 그가 백두산을 오르고 1785년에는 한라산에 올라 마지막 대업을 완성했다. 그리고 당대의 인기인이 되었다.

18세기 조선에선 명산을 등반하는 열풍이 불었다. 행세깨나 한다는 양반 사대부들은 악공, 기생, 숙수들을 거나하게 대동하고 중들이 맨 교자를 타고 금강산에 올랐다. 그야말로 귀족들의 사치스런 풍류였으리라.

이런 여행길을 정란은 청노새 한마리와 종 하나만을 대동하고 나선 것이다. 그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그저 인생을 즐긴 '욜로' 인생이었을까? 아니면 현실을 외면한 '폐인'이었을까?

그의 열정적인 일생에도 그림자는 있었다.

처자식을 외면한 그였기에 집안 돌보는 일은 온전히 그의 아들 몫이었다. 방랑벽에 빠진 아버지를 기다리다, 외동 아들은 18살에 요절하고 만다. 아내와 과부가 된 며느리 역시 그를 기다리다 눈물 속에 세월을 보냈다.

오죽했으면 그의 사돈이자 같은 남인인 조술도가 정란에게 편지를 써 꾸짖었을까? 그는 그렇게 세간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성리학이 지배하던 18세기 조선시대. 그 틈새를 파고들어 등장한 이 어리숙하고 부족한 인물이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각광을 받았던 시대가 또 18세기 조선이었다.

오늘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라는 욜로(YOLO) 인생에 긍정과 부정이 혼재하듯이, 18세기 당시 실존했던 프로 여행꾼 정란에 대한 칭찬와 비난이 공존하는 것 역시, 우리가 음미해 볼만한 일이다.

(지난편 보기: [역사 카툰] 남편 필요없어! 조선 '걸크러쉬' 김호연재)

[참고문헌: 조선의 프로페셔녈 (안대회 著), 벽광나치오 (안대회 著)]
덧붙이는 글 (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글/그림: 장수찬 작가, 감수 및 편집: 김PD) 본 카툰은 카툰공작소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합니다. 출판 문의 및 정치/대중문화카툰작가 지원하기 [ kbr@kbreport.com ]
#역사카툰 #역사웹툰 #정란 #욜로 #Y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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