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없는 달걀 100% 수입, 이런 지옥도 바라나?"

[스팟인터뷰] 정은정 농업사회학자 "농민 비양심 문제로 보면 안 돼... 관계부처 감독 한 적 없어"

등록 2017.08.16 18:16수정 2017.08.16 18:16
9
원고료로 응원
a

살충제 계란 파장이 전국으로 확산된 16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계란 도매업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그야말로 '달걀 대란'이다. 정부가 부랴부랴 16일 오후 살충제 검출 달걀 전수조사 방침을 내려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덤으로 양계 농가를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조건 농가 탓만 할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은정 농업사회학자(<대한민국 치킨전> 저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관계 부처가 과거) 피프로닐(살충제)을 써서는 안 된다고 강한 금지조치를 내리거나 관련 지도 활동을 해왔는지 묻고 싶다"면서 "이제 와 농민들만 비도덕적이라고 몰아가는 것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부터 예견돼온 혼란이었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관계 부처와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소비자를 향해서도 살충제 달걀 검출 '결과'만이 아닌 축산 환경 전반에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문제의 근본인 축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달걀 전수조사 조치,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정은정 농업사회학자 ⓒ 이정환

- 살충제 검출 달걀의 구체적 원인이 뭐라고 보나.
"단순히 '달걀을 살충제에 담갔다'가 아니다. 역학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소독약에 피프로닐 성분이 어떻게 유입됐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파리 잡겠다고 약을 뿌렸다가 사료나 용수에 혼입돼 닭이 먹었을 수도 있고.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농민 하나가 작정해 뿌린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한창이다. 자유한국당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책임을 물었고, 바른정당은 논평을 통해 새 정부를 향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공방, 어떻게 보나.
"옳지 않다. 그런 식이라면,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잡아와야 한다. 지난 정부가 AI, 구제역 파동으로 혹독하게 치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다시 살충제 검출 달걀로 다시 드러난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를 비호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묻고 싶은 것은,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가 얼마나 농가와 식품 안전에 관심이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전 정부 장관이 한 일 중 과연 소비자와 농민을 위해 한 일이 제대로 있을까. 그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이 (살충제 검출 달걀) 문제에 숟가락을 얹을 수 있을까."


-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오는 17일까지 달걀을 전수조사 한다는 방침이다.
"생각보다 빠른 조치였다. 이전에는 샘플 조사만 했기 때문에 전수 검사 조치는 평가할 만 하다.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행정 조직들이 문제다. 특히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축산업 기조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그럴 만한 철학을 갖고 있거나 태스크포스를 꾸릴 만한 역량이 (현 부처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 그런 우려의 근거는?
"AI 때도 문제제기 했다. 달걀은 굉장히 치명적인 식재료다. 가정에서도 많이 먹고, 2차 가공 분야도 많다. 김재수 전 장관이 꺼낸 카드가 무엇이었나. 달걀 수입이었다. 말도 안 되는 조치였다. 농민이나 시민단체가 원한 것은, 제대로 된 방역, 축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달리 같은 바이러스 유형의 조류독감이 터져도 선제적 조치를 많이 한다. 관련 지도 활동도 많이 한다. 하지만 한국은 벌어진 다음에야 소독약을 때려 넣지 않나."

- AI부터 살충제 검출 달걀까지 연장선에 있는 문제인가.
"조류독감은 14년간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그동안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여파가 살충제 검출 달걀에도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 불안 심리를 이용해 난리를 쳐봤자 혜택 받는 것은 식품 대기업들이다. 농민들은 느닷없이 당하는 거다.

묻고 싶다. (관계 부처가 농가에) 피프로닐을 쓰면 안 된다고 강하게 금지 조치를 내려준 적 있는지 말이다. 관행적으로 모든 축산업계에서는 소독약을 다 쓴다. 이웃집에서 '그거 잘 듣더라' 하면 쓰는 식이다. 이게 농가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관계 부처에서) 성분을 이야기하면서 지도 활동을 한 적이 있나? 이제 와서 농민들만 굉장히 비도덕적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우려스럽다. '생산자 비양심'으로만 몰아갈 문제가 아니다.

지금 농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거다. (관계부처가) 밥그릇 싸움만하고 정쟁만 하다 보니 벌어진 문제라고 본다."

- 달걀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단히 해결하려고 하면, 외국에서 살충제 없는 달걀을 100% 수입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지옥도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생산 단계 (점검) 없이 결과물만 가지고 왈가왈부해온 것들이 우리의 발목을 많이 잡아왔다. 달걀의 경우 목초 달걀, 인삼을 먹인 달걀... 이런 (홍보성) 최종 결과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달걀을 낳는 닭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달걀 #살충제 #피플로민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