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검출' 달걀 뉴스 나오던 날, 날달걀을 먹다

[포토에세이] 뿌린 것을 거두는 중입니다

등록 2017.08.17 19:21수정 2017.08.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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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달걀 닭이 내게 준 선물, 작았지만 아주 오랜만에 고소한 날달걀을 먹을 수 있었다. ⓒ 김민수


시중에서 유통되는 달걀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되었다는 뉴스(8월 17일자)로 충격을 받았다. 살충제 달걀이 생기게 된 원인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공장식 축산(밀집사육)'을 꼽는다.


유통되는 달걀의 99%가 공장식축산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AI 확산으로 수차례 가금류 밀집사육에 대한 경고가 울린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경고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임시방편 땜질식으로 위기의 순간만 넘기는데 능숙하다. 잊힐 만 하면 축산 농가에서는 또다시 이전과 같은 공장식 축산방식을 고수하고, 정부측에서는 이 모든 책임을 축산농가에 전가하므로 악순환은 되풀이 된다.

결국 살충제 검출 달걀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A4 용지 한 장도 안되는 작은 우리에서 날갯짓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란 닭들, 진드기 때문에 몸이 간지러워도 제 몸 한번 제대로 부르르 떨지 못하는 닭들은 속수무책으로 진드기에 피를 빼앗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우리의 닭들은 가히 진드기류에게는 천국일 터이다.

양계장 관계자들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살충제로 진드기를 제거하는 방법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결국 양계 관계자들은 내성이 생긴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더 독한 살충제를 사용하게 된다. 관계당국의 손길은 미칠 수도 없다. 그 사이에 우리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살충제 달걀'이 배달된 것이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닭들의 사육환경을 닭들이 살만한 환경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면 닭고기나 달걀 값이 비싸진다고 하는 소비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을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양계업자들에게는 무한 값싼 닭고기와 달걀을 요구하면서 최상의 닭고기와 달걀을 제공하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이기적인 욕심이란 말인가?

암탉 지난 밤 생사를 오갔던 암탉, 살려준 은혜(?)에 감사하다고 보은을 하듯 달걀을 선물로 주었다. ⓒ 김민수


여름 휴가를 맞아 시골 친구집에 놀러갔다. 전화상으로 친구는 '아버님이 키우던 닭을 주시는데 우리가 잡아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를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 넷이 모였으나 모두 닭을 잡는 것에 대한 추억은 풍부했으나 닭을 잡아본 친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서로 서로 믿고 있다가 결국 가위바위보로 닭잡을 친구를 결정했지만 그 역시도 무위였다. 그나마 나는 어릴 적, 닭털을 뽑은 경험도 있고, 부모님들이 닭 잡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으며, 모가지 없는 닭이 마당을 뛰어다니는 것을 본 적도 있고, 목을 따서 죽은 줄 알았던 닭이 깨어나 도망가는 것을 잡아서 털을 뽑은 적도 있었다.

"그려, 내가 친구들을 위해서 눈 딱 감고 잡아줄게."

칼을 들고 나서는 나에게 친구들은 목은 어떻게 비틀고, 날개는 어찌하고 등등 이론을 주입했다. 눈 딱 감고 했어야 했는데, 그만 친구 아버님이 잡아먹으라고 묶어둔 닭의 눈을 보고 말았다.

"헉! 눈을 보고 말았어!"

갑론을박 끝에 다시 닭장에 넣어주고 근처 정육점에 가서 사왔다. 늦은 밤 닭장에 닭을 넣어주니 동료들도 반가운지 지들끼리 '구구구'거리며 말들이 많다. 아무튼 그 닭은 생사의 기로에서 '사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달걀 닭이 준 선물, 그들의 희생을 재앙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그들이 살아가는 장소를 닭들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 김민수


다음날 아침 수탉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궁금해서 닭장에 가보니 세상에나 방금 낳은듯한 달걀이 있다. 미안했지만 닭장을 열고 들어가 달걀을 만져보니 따뜻한 것이 낳은지 얼마 안되는 달걀이다. 합리화에 능한 인간인지라 어젯밤 놓아준 암탉이 고맙다고 선물로 준 것으로 알고 달걀을 수거해 왔다.

그런데 달걀의 따스한 기운이 너무도 좋다. 어제는 친구 아버님이 초란이라고 친구들 수많큼 달걀을 주셔서 오랜만에 날로 먹었다. 그래서 날달걀의 고소한 맛에 대한 기억은 너무도 또렸했다. 이렇게 따스할 때 먹으면 더 맛나겠지 싶었다.

친구들 몰래(나중엔 고백했지만), 따뜻한 기운이 남은 달걀 양끝을 깨서 '쪼옥!' 빨아먹었다. 아, 그 맛이란 참으로 별났다. 시골살이의 재미가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닭장은 제법 컸고, 닭들은 자유분방하게 자란 탓인지 닭장의 제법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있었다. 닭둥지에는 뽀송뽀송한 짚이 두툼하게 깔려있었고, 암탉은 짚 사이에 보물을 숨기듯 알을 낳아두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키우는 가축이지만,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그들답게 살게해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제공해 주는 것을 몸에 모시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런 기본적인 상호 간의 예의가 사라지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돈벌이의 수단이 되면서 최대의 이익을 내는 상품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 공장식 축산의 시작이겠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은 가축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다. 그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가축을 인간이 먹음으로써 그들의 스트레스를 우리 몸 안에 쌓아가는 것이다. 결국, 가해자에 해당하는 인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 중 하나가 '살충제 달걀' 아니겠는가?

배롱나무꽃 배롱나무꽃을 접사로 담아보았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기 안에 품은 것을 제대로 피우게 해야 사람도 건강할 수 있다. ⓒ 김민수


친구네 집 뜰에는 작은 배롱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무의 수형으로 보아 십년이 채 안 돼 보였는데 그들이 피워낸 꽃은 오죽헌에서 보았던 600년 수령의 배롱나무가 피워낸 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것이 자연의 신비지만 참으로 신기했다. 600년이 된 나무나 십년이 안된 나무가 피워내는 꽃이 같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지 않은가? 자연은 그냥 두면 자신들의 본성에 따라 자신을 피워내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이들에게 선물을 준다. 인간도 그 중 하나겠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 지나쳤다. 특히 동물에 대해서, 가금류나 가축에 대해서는 너무도 잔인했다. '공장식 축산'으로 대변되는 방식은 인간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결과로 나아가고 있다. 단지, 사육환경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갑질은 가히 상상을 뛰어 넘는다.

인간은 무언가를 먹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므로 우리가 몸에 모시는 모든 것들을 감사하며 받아야 한다. 음식이 되어준 생명들에게 빚지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겸손한 생각, 그리고 우리가 모시는 음식이 우리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살충제 달걀'에서는 이런 과정들이 다 생략되었다. 양계업자는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한의 닭을 키워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당연했고, 소비자들은 싼 값으로 양질의 달걀이나 닭고기를 얻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 당연과 필요 속에서 '닭'이 겪는 고통에는 무심했으며, 인간은 당연히 그런 권리와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폭력적인 방식의 공장식 축산과 소비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는 언제든지 반복될 것이며 상상을 초월한 더 큰 위협으로 인간 앞에 다가올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안은 말하지도 못하면서 비판만 한다고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정리하자면 이런 일을 국민 대신 잘 정리해서 처리하시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대안을 내놓으라고 일침을 가하시라.

#살충제달걀 #공장식축산 #배롱나무 #달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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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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