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적폐 '전두환(일해) 공원', 이젠 명칭 바꿀 때 됐다"

합천군 2007년 '새천년생명의숲'에서 바꿔 ... 최근 영화, 회고록 계기로 변경 목소리 나와

등록 2017.08.18 09:28수정 2017.08.18 09:32
13
원고료로 응원
a

경남 합천에 있는 '일해공원' 표지석. 일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다. ⓒ 윤성효


a

경남 합천에 있는 '일해공원 안내판'. ⓒ 윤성효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인기를 끌고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법원에서 출판·배포 금지된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日海)공원'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해공원은 경남 합천군 합천읍에 있는 공원이다. 2004년 합천군이 경남도비 20억원을 포함해 총 68억원을 들여 조성한 공원으로, 처음에는 '새천년 생명의숲'이라 불렀다.

그러다가 합천군은 2007년 1월 명칭을 '일해공원'으로 바꾸었다. 합천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이고, 합천 율곡면 내천리에는 생가가 있다. 한글로 된 '일해공원' 표지석의 글자도 전 전 대통령이 썼다.

황강 바로 옆에 있는 일해공원 안에는 현재 '합천 3·1운동 기념탑'과 '합천군민대종', '한국유림독립운동 파리장서비' 등이 있다. 또 이곳에서는 '합천예술제'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일해공원으로 명칭 변경은 심의조 전 군수 때 이루어졌다. 심 전 군수는 2002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군수를 지냈고, 그 전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 합천지회장과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등을 지냈다.

당시 공원 명칭에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쓰자 반발이 컸다. 합천 주민들 사이에서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결성되었고,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전두환(일해)공원 반대 경남대책위'가 꾸려지기도 했다.

당시 5·18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되어, 일해공원 명칭 변경은 더 반발을 샀다. 합천군민운동본부 등 단체들은 그해 8월 공원에서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경남진보연합 등 단체들은 합천군이 안내판에 '새천년생명의숲'이 아닌 '일해공원'이라 붙이자, 이곳에서 집회를 열고 '일해공원'이라는 글자를 떼어내기도 했다. 그 뒤 합천군은 다시 '일해공원' 글자를 붙였다.

광주 등 호남지역에서도 '일해공원'에 반대했다. 5·18 단체를 포함해 광주전남지역 100여개 단체들은 '전두환 공원 반대 광주전남대책위'를 구성해 목소리를 냈고, 광주광역시 동구의회를 비롯해 목포시의회 등에서 '일해공원 반대 결의'를 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는 '일해공원'을 주장했다. 이들은 영화 <화려한 휴가> 상영 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일해공원은 합천의 기쁨"이라거나 "전두환 ♥"라 적은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a

2007년 합천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글자로 '일해공원' 표지석을 제작했다. ⓒ 윤성효


a

2007년 합천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글자로 '일해공원' 표지석을 제작했다(사진은 표지석 뒷면). ⓒ 윤성효


"독재적폐 청산해야 ... 일해공원 없애기 나서겠다"

10년만에 다시 '일해공원' 명칭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현장 취재를 통해 광주의 참상을 해외에 알린 외신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 그리고 광주시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두환 회고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 민주환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썼기 때문이다.

5·18기념재단 등 단체들이 이 회고록의 출판과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8월 4일 광주지방법원 민사21부는 이를 인용했다.

법원은 "해당 서적을 출판 및 판매함으로써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왜곡하고 그 가치를 폄하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와 그 구성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판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일해공원'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대표는 "일해공원은 독재적폐다. 전두환과 관련된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은데, 일해공원이 대표적이다"며 "청산할 것은 해야 하는데, 일해공원 명칭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두환 회고록이 광주 시민과 국민들한테 한 번 더 상처를 주었다. 일해공원도 마찬가지로, 이는 독재적폐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전두환이 뻔뻔스러워지는 것"이라며 "당장에 일해공원을 없애야 하고, 합천뿐만 아니라 경남과 전국 차원으로 관련 활동을 벌일 것"이라 말했다.

합천 안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기남 합천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은 "당연히 일해공원 명칭과 관련한 재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시간도 상당히 흘렀다. 조만간 민간 차원에서 먼저 문제 제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꿀 때 군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았고, 군수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다시피 했다"며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입장을 물으면서 여론을 모아 나갈 생각"이라 했다.

김영준 전교조 합천지회장은 "합천의 뜻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일해공원'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제대로 바로 해야 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지만 조만간 지역 단체들과 논의해서 여론 작업을 해나갈 예정"이라 말했다.

a

2007년 8월, 이병하 당시 경남진보연합 대표가 합천에 있는 '일해공원 안내판'의 글자를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전두환 #일해공원 #합천군 #새천년생명의숲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