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변해야 노동자가 생명을 지킨다

계속되는 노동자 살해, 과연 진상 고객만 문제인가? (5)

등록 2017.08.21 09:39수정 2017.08.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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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산재 공화국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노동자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노동자 대부분은 각종 안전사고와 과로, 골병 등 직업병으로 인해 사망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가스총이라도 챙겨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객에게 살해 위협을 느끼거나 실제 살해되고 있다.("인터넷 수리 기사는 가스총이라도 챙겨야 했을까" 2017.6.19 오마이뉴스) 또한, 고객의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개별 회사로부터 실적, 감정노동, 과로 등 압박을 받은 콜센터, 방송 업계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엔 역부족인 사후 대책들 

노동자의 죽음이 계속되면서 이 문제가 이슈화되고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개별 기업 역시 노동자의 사망과 관련해서 최소한의 책임만 지면서,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 결과 대부분 기업은 노동자의 죽음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조치가 아니라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쓴다. 가령 노동자가 물리적으로 고객에게 대항할 수 있는 조처를 하는 방식이다.

또는 경찰 혹은 방범 서비스 회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겠다거나, 사고 이후 유족/피해자에 대한 위로금 지급 정도가 대부분 기업에서 빠지지 않는 조치들이다.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우선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이러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하지만 실제 노동자의 죽음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보다도 이윤을 우선하는 가치와 철학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아무리 개별 기업의 이윤이 중요해도 노동자가 목숨을 걸면서, 죽음을 무릅쓰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없다.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고객에게 불편을 감수하고 서비스를 기다리게 하는 조치, 노동자가 위험 상황을 중단시키거나 해당 상황을 대피할 수 있는 권리,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시스템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개별 노동자가 조처를 할 수 없거나 개별 기업이 보장하지 않으면 개별 노동자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삼성 에어컨 설치 기사가 추락 불안정한 난간에서 일하다 사망했었다. 사고 이후 삼성 에어컨 설치 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현장엔 누가 갔어도 사망했을 거라고 말했다. 이때 만일 사망한 노동자가 고객에게 지금 이대로 일하면 추락할 수 있으니 고소작업 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과연 노동자가 사망했을까?

한편, 이 노동자의 죽음 이후 삼성 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 끝에 노동부와 에어컨 설치 기업은 반성과 노력의 결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조치를 마련했다. 그래서 현재 현장 노동자들은 위험 상황 시 회사가 정한 매뉴얼에 따라 고객에게 고소작업차량이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만일 노동자가 지금 당장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삼성에 연락해서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이러한 조치 이후 현장에선 이전과 다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개별기업을 강제하기 위한 정부의 책임도 막중

이러한 조치는 결국 개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서 매출액, 실적, 고객 서비스, 상품 생산량 변화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문제이다. 이럴 때 정부의 역할은 개별 기업이 위험업무의 부담을 덜기 위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

또, 솜방망이 처벌을 생각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파리 목숨 취급하지 않도록, 해당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개별 기업에 막중한 책임을 물려야 한다. 대부분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에 따른 조치가 이윤과 생산량에 막중한 피해를 주거나 안전문제에 있어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정부는 개별 기업을 강제할 방안을 찾고 실제 집행해야 한다.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가치 변화와 이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럴 때 노동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위험 상황에서 노동자 스스로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대안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또한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산재사망 #산재공화훅 #노동자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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