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미국도 레드라인 설정 않는데, 왜 우리가?"

DJ서거 8주기 기념 학술회의... 문정인 특보 "미국과 위협인식 공유한 것"

등록 2017.08.18 20:38수정 2017.08.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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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평화 - 김대중과 5.18,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를 주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8주기 기념 학술회의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8일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레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을 것인데, 우리가 나서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 하는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레드라인을 정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 전 장관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과 한반도평화포럼 등이 이날 오후 서울 김대중도서관에서 개최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기념 학술회의 1세션 '문재인 정부, 어떻게 평화를 지켜나갈 것인가'에서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도 레드라인이었는데 미국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당시 저는 미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레드라인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제재로는 북핵 문제 풀 수 없다고 미국에게 분명히 얘기해야"

이에 대해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동맹으로서 (미국과) 위협인식을 공유하는 데서 그런 말씀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이라고 '변호'했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문 교수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소형화해 장착하는 능력을 갖게 되고, 실험을 한다고 하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바로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제가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평화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해야 정상적"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재로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차이가 없다고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문재인 정부가 협조적이니, 이제 한국이 자율적으로 해도 되겠네'라고 생각할 것 같은가? 절대 그렇지 않다.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워도 한국 정부의 뜻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과, 화성-14형 발사 직후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외부에 굉장히 친미적으로 보이게 하는 조치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문 대통령은 도덕적인 사고는 강한데 어떤 전략적인 사고가 있는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런저런 선언들은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그 선언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과 타임테이블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인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는 "중국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포괄적 패키지 딜을 할 수 있는 실력을 보기를 원하는데, 정부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현상만 쫓아가는 느낌이 있다"면서 "현상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문재인 정부로부터 혼란스럽고 복잡한 메시지를 전달받으면서, 제게 문정인 특보가 한국에서 주류가 맞냐는 질문을 할 정도"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정인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받았다. "역대 정부 중에 과거 정부로부터 이렇게 부정적 유산을 많이 받은 정부가 있었나? 대북 제재와 압박 정책을 지속한 결과로, 한국의 외교적인 입지가 좁아지면서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고 있고, 사드 문제 때문에 미중 사이에 샌드위치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100일 만에 모든 것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문정인 "100일 밖에 안됐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북한도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에 호응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우리 입맛에 맞는 것만 제안했기 때문"이라며 "개성공단 재개나 5.24 조치 해체 문제 같은 것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미국이 눈치주지 않는 것만 제안했는데 북한이 응답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북핵 문제를 정치·외교·안보 차원에서 다뤄왔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은 막아야 하지만, 지 모든 경제 협력은 풀어 주면서 북한이 동아시아 경제 협력체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문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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