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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속 시민들... 이제 우리가 그들을 지켜주자

[리뷰] 영화 <택시운전사> 천만 관객 돌파, ‘우리’에게 제안하는 한 가지

17.08.21 17:24최종업데이트17.08.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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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드디어 영화 <택시운전사>가 누적관객 1000만을 넘어섰다. 개봉 19일 만으로, 역대 한국 영화 중 13번째이자, 올해 첫 1000만 달성이다. 게다가 개봉 이후 18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최장 기록까지 갱신하는 등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고 있다.

올해 9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데다가, 촛불집회를 겪은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실감함에 따라, 자연 만주주의의 큰 전환점이라 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대통령의 감동적인 기념사 등 역대 정권과는 다른 차원의 5.18 기념식을 보여준 문재인정부의 영향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5.18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상황 덕에 <택시운전사>는 순탄한 흥행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한편, 점점 심해지는 5.18왜곡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계엄군 지도부에서의 사복 조장(최귀화 분). ⓒ (주)쇼박스


그러나 한편, 극우세력의 5.18왜곡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극우 내에서도 지만원 등 일부 인사의 주장에 국한됐던 북한개입설이 이제는 <전두환 회고록>에 등장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두환은 북한개입설을 부정했다. (관련 기사: 전두환 "광주의 북한군 600명? 난 처음 듣는 얘기")

근래 태극기집회를 기점으로 집결한 극우세력이 북한개입설 등 5.18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을 보다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유포함에 따라, 올해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에까지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극우세력은 인터넷을 넘어 이제는 서울역, 부산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나와, 보란 듯이 5.18왜곡 주장을 선전, 유포하고 있다. 자칭 '탈북자 경험담'등 5.18왜곡을 담은 서적의 출판도 그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성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가도 비상이다. 예컨대 <경향신문>("북한이 5·18민주화운동 개입"... 건국대 교수 황당 수업)에 따르면 건국대는 작년 강의 도중, 교수가 '5.18북한개입설'을 주장한 것이 알려져 5.18기념재단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그런데도 올해 건국대에서 또다시 두 차례의 5.18 폄하 강연이 있었다. 한겨레에 따르면 강연에서 상허문화재단 강국희 상임이사는 5.18을 '"폭동"이라 주장했고, 의학전문대학원 이용식 교수는 광주에 "인민군 특수부대 600명이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비상식적 강의에, 학생들이 나서 대자보를 붙이는 등 학내외로 많은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용식 교수는 병원장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는 것으로 그쳤다. 이 교수는 사과는커녕 이후로도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지속적인 5.18폄하를 진행 중이지만, 이렇다 할 학교의 조치는 없었다. 

'작은 관심'이 '작은 행동'으로 이어질 때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만섭(송강호 분) ⓒ (주)쇼박스


물론 5.18에 대한 왜곡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5·18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힌 것은 물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5.18은 민주화운동으로 등재됐다. 이외에도 숱한 반박 자료가 있다. 

하지만 나치 선전관 괴벨스가 "거짓말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진실이 된다"는 섬뜩한 말을 남겼듯이, 터무니없는 왜곡이라 해서 방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될 수는 없다. 마냥 두기에는 오늘날 왜곡의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표현의 자유'란 허울 아래 3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학살 피해자들이 왜곡, 폄하로 인해 재차 고통 받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그들에게 왜곡은 2차 학살이다.

"나는 1949년생이고 광주민주항쟁 현장에 있었습니다. 건대에서 행해진 강의 정말 다시 한 번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줍니다." - 박수지, <한겨레>, "[단독] 5·18 잇단 왜곡·폄하 강연... 건국대 왜 이러나" 누리꾼 댓글 중에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던졌던 <택시운전사> 속 재식(류준열 분), 만섭(송강호 분), 그날의 광주시민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줄 수는 없을까. 이는 큰 수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왜곡 주장까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앞선 건국대의 경우처럼 대학 차원에서의 일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를 보고 울분과 먹먹함을 느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작은 행동이 필요하다. 해당 단체의 게시판에 항의 글을 적는 것, 항의 전화 한 통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실천이 될 수 있다.   

고작 전화 한 통이 힘이 될까 싶다고? 우리는 이미 지난 해 200만의 촛불로 나라를 바꿨다.  무려 1000만 명이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그중 영화를 보고 울분을 느낀 일부의 작은 행동으로 변화는 가능하다. 그 날, 낡은 택시 한 대가 광주의 진실을 전한 것처럼.

택시운전사 5.18왜곡 건국대 광주항쟁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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