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발신인, 알고 보니 '친절한 정숙씨'가 보낸 편지

[단독] 김정숙 여사, 전북 이리동산초 학생 125명 편지에 일일이 집으로 답장

등록 2017.08.20 22:37수정 2017.08.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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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동산초 125명의 학생들 집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 편지. ⓒ 이윤미


'또박또박 쓴 글에서 미래의 꿈,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좋은 나라가 되길 바라는 소망이 느껴졌습니다.'

지난 18일부터 19일 사이 전북 익산시 이리동산초 5학년 전체 학생 125명의 집에는 무궁화 표시가 찍힌 편지봉투가 줄줄이 도착했다. 봉투에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1'이란 주소와 편지 받을 학생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학생들이 놀라서 봉투를 열었더니 학생 각자의 이름이 따로 적힌 편지지와 함께 '대통령 부인 김정숙 드림'이란 글귀가 보였다. '친절한 정숙씨'란 애칭을 얻은 김정숙 여사가 학생들에게 답장을 보낸 것이다.

이 학교 5학년 전체 5개 반 125명의 학생은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대선 기간 2주 동안 사회, 도덕, 국어 시간 틈틈이 대선 계기학습에 참여한 뒤 마지막으로 편지쓰기 활동을 벌인 것이다.

학생들은 계기학습 시간에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견줘보고, 모의투표도 벌였다. 선거참여 UCC도 함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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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간 계기학습에 참여한 이리동산초 학생들이 만든 포스터. ⓒ 이윤미


20일, 이 학교 5학년 부장인 이윤미 교사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5월 13일 봉투 하나에 학생들 편지를 모두 넣어 청와대로 편지를 보냈는데, 지난 7월에 전화가 왔다"면서 "청와대 관계자는 '답장을 학생들 하나하나의 집으로 보내려고 한다며 주소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사는 "이 전화 뒤 한참 동안 학생들에게 편지가 안 오기에 스팸인가 걱정을 했는데 드디어 편지가 도착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제각기 받은 1장 분량의 답신에는 학생들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내용은 같은 것이었다.

이 편지에서 김 여사는 "(학생들 편지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따뜻해서, 읽는 내내 흐뭇했다. 바라는 꿈을 꼭 이루기를 바란다"면서 다음처럼 적었다.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그 가운데 무엇이 가장 즐거운지 곰곰이 생각해서 꿈을 찾는다면 가장 좋겠지요. 쉽게 찾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고민은 오롯이 나 스스로의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옳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차곡차곡 쌓아 간다면 어느 샌가 꿈이 가까워질 것입니다."

끝으로 김 여사는 "저는 여러분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대통령과 함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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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이리동산초 5학년 학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 ⓒ 이윤미


이 편지를 받은 학생들은 이 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의 '소통망'에 다음처럼 소감을 적었다.

"대통령 영부인께 편지를 받았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수업해서 이런 편지도 받았어요. 선생님, 감사해요."

이 교사는 "김 여사의 편지는 아이들의 세상을 향한 작은 움직임에 대한 고마운 피드백"이라면서 "이 아이들은 커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이 편지 경험이 에너지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리동산초 #대선 계기수업 #대선 계기학습 #김정숙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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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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