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몇 통 얻읍시다" 농약 검사의 '불편한' 진실

[짱짱의 농사일기8] 화학물질에 의존하는 농·축산물의 생산 관행 바꿔야

등록 2017.08.21 21:05수정 2017.08.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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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알고 지내는 인근의 농부가 찾아와서 배추 몇 통만 얻자고 했다.


"회사식당으로 납품하는 곳에서 배추를 밭떼기로 전부 구입하겠다고 하는데, 농약검사를 한다고 몇 통만 가져오라고 하네. (허용 기준치보다) 많이 나오면 안 가져간다고 하는데, 배추 가격도 좋아서 팔기는 해야겠는데,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 여기는 농약 안 하잖아."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그럴 수도 없어서 뽑아가라고 했었다. 지난해에는 농장으로 무를 밭떼기로 사겠다며 유통업자가 찾아왔었다. 김장 채소가 품귀현상을 보이는 때라서 그를 데려온 농부는 가격이 괜찮으니 팔아보라고 했다. 그는 무밭을 둘러보더니 너무 작다며 처음 제시한 가격에서 절반으로 깎았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안 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더니, 그는 그런 방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작으면 손질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많이 쓰는 곳에서는 싫어해요. 요새 물건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이런 것은 원래 받지도 않아요. 아는 분이 소개해서 왔는데, 우리가 다 뽑아갈 테니 파세요."

요즘의 살충제 달걀 파문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서는 친환경 인증 농장이 대거 적발되었다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무항생제' 인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수만 마리의 닭을 햇빛도 안 들어오는 비좁은 사육장의 케이지에 가두고 닭의 본능을 억압하는 것이 친환경이 될 수는 없다. 보도에 따르면 관계당국에서는 10년이 넘도록 농약 검사를 한 번도 안 했다고 하는데, 항생제 검사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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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에서 먹이를 쪼고 있는 닭. (네모안은 흙목욕을 하는 닭) ⓒ 오창균


땜질식 처방은 이제 끝내야 한다


닭을 비롯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경고가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정부는 그 상황만 모면하는 대책으로 방관했었다. 해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동안 시장경제 논리를 앞세워 동물복지와 국민건강을 해친 것은 정부의 책임이고 이 또한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정부가 관행으로 이어져 온 사회 곳곳의 적폐청산과 국민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복지는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먹을 수 있는 '밥'이다. 즉, 값싸고 많이 먹을 수 있는 '불량 먹거리'가 아니라, 서민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반드시 해야 한다.

돼지를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관련기사: 정액봉투 등에 달고 인공수정 '끔찍'). 사육시설이 좋은 편에 속하는 곳이라고 관계자에게 들었지만, 인간의 육식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쉴 새 없이 강제로 인공수정을 통해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그곳을 다녀온 뒤로는 자연스럽게 육식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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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대책과 대안이 필요하다. ⓒ 오창균


살충제 달걀 파문을 보면서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재배하는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검사는 제대로 하고 있을까? 종류를 셀 수도 없이 많은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뿌려지는 농업의 현실을 누군가 감추려는 건 아닐까? 등이다. 지금과 같은 화학 물질에 의존하는 농·축산물의 생산관행에서 살충제 달걀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적발된 달걀 농장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그들의 책임도 무겁게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 대책은 결국 정부와 정치권에 있으며, 그동안 방관한 책임이 더 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축산물의 비윤리적인 생산제도와 관행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국민의 식탁에 오염된 먹거리가 계속 올라가라는 악순환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살충제 달걀 #계란 #농약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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