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타령하는 남편, 우유와 두부로 사로잡다

[초간단 콩국수 만들기] 콩 국물 없이도 뚝딱, 아이들 간식으로도 인기

등록 2017.08.21 18:12수정 2017.08.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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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우유 콩국수 ⓒ 정현순


"날씨도 후텁지근한 것이 기분이 별로다. 밥맛도 없는데 우리 국수나 삶아 먹을까?"


남편의 물음에 "불 앞에서 일하기가 얼마나 더운데"라고 톡 쏘아붙였다. 남편은 "그런가?" 하곤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토요일 늦은 오후였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이 먹고 싶다는 것을 그대로 지나치자니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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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두부, 오이 ⓒ 정현순


냉장고에 무엇이 있나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두부도 있고 우유도 넉넉히 있다. 언젠가 사위가 딸과 손자들에게 해줬다는 우유 콩국수가 생각나 주방으로 갔다. 국수를 삶고 두부를 믹서에 갈아 우유와 섞어 고소한 콩국수를 만들었다. 마침 토마토도 남아 있고 오이도 있기에 썰어서 콩국수 위에 얹었다. 내가 봐도 그럴 듯했다.

"식사합시다!" 

매우 빠르게 완성된 우유 콩국수가 식탁 위에 차려졌다. 그런 식탁의 모습을 본 남편은 싱글벙글하면서 말했다.


"어느새 콩국수를 했어? 난 비빔국수나 먹을까 했는데."
"왜 콩국수는 먹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고 고마워서 그렇지. 그런데 콩 국물을 언제 만들었어. 정말 고소하다."
"미리 준비해놓은 게 있었어."

시치미를 떼고 그렇게 말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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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믹서에 간다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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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간 두부와 우유를 섞어 주고, 오이와 토마토도 준비 ⓒ 정현순


내가 우유와 두부를 갈아서 만들었다고 하면 맛있게 먹던 남편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점심을 다 먹을 무렵 딸과 작은 손자가 놀러 왔다. 마침 국수를 넉넉히 삶아두었다.

"우협이 콩국수 좋아하지. 콩국수 먹을래?"
"응 할머니 나 먹을래."

작은 손자에게 얼른 콩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국수가 맛있다고 한참 먹던 우협이가 "할머니 그런데 왜 콩국수에서 두부 냄새가 나?"라고 물었다. 조금 찔렸다.

"우협아 두부는 하얀 콩으로 만들어. 콩 국물도 하얀 콩으로 만드니까 두부 냄새가 나나보다." "아~ 그렇구나."
"우협아, 맛이 없어?"
"아니, 맛있어."

한 그릇 뚝딱 비워낸 작은 손자는 미각을 지녔다고 할 정도로 맛을 기가 막히게 잘 안다. 음식에 대해서 무조건 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파가 덜 들어갔네, 마늘이 덜 들어갔네. 짜다, 싱겁다' 등 아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집어낸다. 그날도 두 부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이니 정말 정확하다는 것에 새삼 놀라울 뿐이었다. 딸아이에게 말해주니 "걔가 그렇다니까" 하며 박장대소했다.

남편은 딸아이에게 "네 엄마가 점심때 콩국수를 맛있게 해줘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지금 같으면 저녁밥을 안 먹어도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내 말을 들어 그 콩국수에 대한 스토리를 알고 있는 딸아이는 "엄마가 더운 날씨에 아빠를 위해 콩국수를 만들었네. 아빠가 정말 맛있게 드셨나 보다"하며 나를 힐끔 쳐다봤다.

남편의 미소가 세상 편하고 만족해 보였다.
#우유 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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