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발자전거 타던 10살 소년, 다큐멘터리 주인공 되다

[두 바퀴로 만나는 세상 - 프롤로그]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며

등록 2017.08.22 17:29수정 2017.08.2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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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은 많은걸 만나게 해준다 2017년 1월 JTV 전주방송 테마스페셜에 출연한바 있다. ‘자전거로 고개를 오르다’라는 제목의 자전거 여행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이후에 연재할 첫 여행기이기도 하다. ⓒ JTV 테마스페셜 캡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탈 것'


자전거를 칭하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바퀴 두 개가 나란히 서있고 그것을 연결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프레임이 뼈대를 이룬다. 방향을 조절하는 조향장치인 핸들과 달리는 본성을 제어하는 브레이크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해 나아갈 수 있는 전달선인 체인이 있다. 체인을 움직여줄 페달만 달게 되면 완성된다. 이 구조는 100여 년 간의 진화과정을 거쳐 1890년경에 현재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후 130여 년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해왔다. 이후에는 소재를 보완하는 수준으로 미세하게 진보해온 기술적 보완만 있을 뿐이다.

자전거 마니아인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로 고개를 넘는 모습을 '심장에서 시작된 의지가 근육과 세포를 통해 허벅지로 전달되는 과정'이라고 묘사한다. 그리고 발끝을 떠나 페달로 옮겨진 의지가 바퀴를 통해 땅을 밀어내고 나아가는 과정을 '중력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묘사이다. 여기에 내 의견을 보태자면, '중력과의 싸움'이란 결국 '나와의 싸움'이요, 내면에서의 갈등을 이겨내는 과정이라는 정도가 될 듯하다.

그 전선의 척도가 되는 것은 체인에서의 긴장이 아닌가 싶다.

중력과의 싸움이자 나와의 싸움에서의 긴장감은 체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힘을 잃고 느슨하게 늘어지거나 긴장감이 버거워 지는 순간엔 고전을 면치 못한다. 반면에 탄력을 받아 가면서 그 팽팽한 긴장이 오히려 쾌감으로 여겨지며 밟아지는 순간들이 있다. 고갯길을 오르면서도 그렇고 내리막길에서의 가속 시에도 그 척도는 체인이 만들어내는 팽팽함이다. 내리막길에서의 두려움조차 이겨낸 순간에는 컨디션 좋은 신호가 되기도 한다.


내가 자전거를 처음 타게 된 것은 10살 무렵이다.

그 시절엔 아동용 자전거 같은 것이 따로 없었다.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익히는 경우가 많았다. 핸들을 고사리 손으로 잡고 밀면서 페달 위에 올라서고, 좀 더 익숙해지면 프레임 사이로 가랑이를 엇갈리게 집어넣어 양쪽 페달을 밟아가며 달리는 기쁨을 만끽한다. 그리고 안장 위에 올라타 깨금발을 디디며 탈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1, 2년쯤 후의 일로 기억한다.

그리고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학교를 오가는 주요 수단으로 삼았다.

키도 크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성인이 됐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자전거와 완전히 결별한 적은 없으나 성인이 된 후로는 조금 멀어졌다. 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이 2012년 무렵.

이때부터는 소싯적 세상을 누비며 가졌던 기쁨과는 달랐다. 훨씬 빨리 달리고 멀리 달릴 수 있는 나이가 됐다고 느끼며 가졌던 기쁨이상이 되었다. 자전거가 내 삶에 좀더 깊숙하게 스며들게 되었다.

유년시절에는 세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넘어온 소년을 확인하는 통과의례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 내게 자전거는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체인처럼 중요한 것이 됐다. 요사이 얻어지는 많은 영감은 자전거를 통해 만들어지고 확인되기도 한다.

5년여 동안 대략 1만8000km는 달린 것 같다.

그 사이 힘들고 고비가 되었던 시절에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되었던 특별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그 이후에도 거리나 시간에 상관없이 가진 수많은 자전거 여행이 있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자전거 위의 명상에서 얻어낸 깨달음이 적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자전거를 통해 세상이 달라질 수 있고 구체적인 세상의 변화를 구하는데 자전거가 중요하다고 설파하기도 한다.

길을 오가며 삶의 길과 사람들의 길을 통해 나의 길을 해석하고 묻기도 한다.

그 한 단락이라 할 고개에 섰던 순간에는 길이 의미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자전거 여행을 담아보는 다큐멘터리 출연자가 되기도 했다. 일상적인 것과 스스로의 내면과의 대화과정을 통해, 또는 길과 자전거와 대화하는 모습을 통해 자전거의 매력을 전파하는 전도사가 되기도 했다.

작년에 습작처럼 '전북 포스트'에 연재를 하면서 일부를 드러내 보인 적이 있다. 이제 여기에 좀 더 깊이 담아두었던 길에서의 나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보고자 한다. 길이 내게 던졌던 질문은 우리가 같이 생각해볼 질문이 되기도 할 것이다. 부족한 능력이나마 용기 내 이를 담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두 바퀴로 달려 나가 길을 만나는 일은 나와 사람들, 그리고 길과 세상을 읽어내는 꽤 쓸모 있는 일이라 여기며 담아가고자 한다.

길 위에 세상이 있으니 어찌 그 달려 나감에 주저하고 망설임이 있겠는가?

'길벗'의 벗이 되어 같이 한번 달려 보는 느낌으로, 동행자처럼 편하게 읽어주고 주시길 당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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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갯길을 넘는중, 길위에 서있음을 감사한다 ‘길벗’ 김길중은 나이 50세의 한의사이고 5년차에 접어든 라이더이다. 생태교통시민행동 공동대표를 맡아 ‘자전거 도시’를 주창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자전거로 도시를 안전하게 달리는 일이 세상을 평화롭고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 김길중


덧붙이는 글 '두바퀴로 만나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자전거 여행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이 기사는 인터넷 매체인 '전북 포스트'에 동시에 보냈습니다.
#자전거 여행 #두바퀴로 만나는 세상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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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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