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용돈 수준의 참전수당... 이래도 애국을?

[주장] 참담한 국가유공자 대우... 이제는 바뀌어야

등록 2017.08.21 15:36수정 2017.08.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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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사라지게 하겠습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초청하여 오찬을 가지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참 감격스러운 말씀입니다. 지금까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대단히 푸대접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언급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말했었나요?

지금까지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유공자들은 푸대접을 받아왔습니다. 사실 푸대접은 물론이고, 철저하게 외면을 받아왔죠. 이건 제 주변의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그에게 남은 것은 낡은 증서 뿐

제가 중학생이던 2008년에 있던 일입니다. 학창시절에는 모두 어울리는 친구가 있으실 겁니다. 제게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죠. 그중에서도 특히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자주 그 친구 집에 놀러갔을 정도로 친했지요.

친구의 집에는 친구의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몸이 편찮으셔서 늘 방에만 계셨습니다. 저와 친구는 친구의 방에서 코미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놀았죠. 친구의 할아버지가 왜 아팠는지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나이가 드셔서 아프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6월 25일. 학교가 끝나고 친구는 보여줄 것이 있다고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무슨 게임기라도 샀나 싶어서 따라갔죠. 친구의 집에 들어가자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불편하신 몸을 소파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품에는 어떤 파일책자가 소중하게 안겨져 있지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파일책자였는데, 어린 나이였던 저는 그게 '집문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는 자랑스럽게도 제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라고요. 그러면서 책자를 펼쳤죠. 책자에는 또렷하게 '국가유공자증서'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셨죠. 그러면서 총상을 입은 상처도 보여주셨습니다. 순진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와, 그러면 나라에서 돈도 많이 주겠네요!"

이 말에 할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이때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나중에야 알았죠. 국가유공자의 혜택이 매우 형편없음을. 2013년도 기준으로 참전명예수당 월 12만원. 2008년이라면 훨씬 더 적었을 겁니다. 아마 몇 만원이었겠죠.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서 싸운 용사에게 고작 몇 만원. 초등학생 용돈도 그보다는 많을 겁니다.

참전용사에게 돌아오는 건 '초라한 명패'와 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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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의 참전용사 할아버지 집의 명패. 초라한 천쪼가리가, 참전용사에 대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 직접 촬영


올해 3월에 있던 일입니다. 고로쇠 채취를 위해서 경기도 김포로 갔죠. 김포에는 아버지께서 잘 아시는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분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십니다. 고로쇠 채취에 앞서서 잠시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는 매우 흥미로운 걸 발견했죠. 현관에 무언가 작은 것이 걸려있었습니다. 벽돌 1장 정도의 작은 명패. 천쪼가리인지, 종이쪼가리인지 모를 작은 명패였습니다.

그 명패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국가유공자의 집'

참 초라한 그 명패쪼가리가, 국가유공자를 나타내는 명패였습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국가유공자를 대하는 현실입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신 분의 배우자이신 할머니께 여쭈어봤습니다. 국가유공자의 대우를 제대로 해주냐고요. 할머니의 말씀은 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뭣하나 해주는 것도 없지."

참전수당으로 월 20만원을 받으신답니다. 월 20만원.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의 수당. 대학생인 제 용돈과 똑같습니다. 이게 애국자에 대한 예우가 맞습니까?

유공자들을 우대하여, 애국자가 나오는 구조를 만들자

독립유공자.참전용사를 비롯한 국가유공자들은 계속 천대받아 왔습니다. 오죽하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말이 나돌까요? 게다가 참전용사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까지 이어져 왔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유공자들에게 비닐우의를 뒤집어씌우고 군용트럭에 태우고 행진하는 모습. 정말 대단히 충격이었죠. 이건 애국자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짐짝을 실은 듯한 형편없는 모습입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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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 승전일을 맞이하여 행진하고 있다. 초라한 옷을 지급하는 한국과 달리 제대로 된 화려한 정복을 지급받았으며, 사회적으로도 합당한 예우를 받는다. ⓒ 러시아 재향군인위원회


외국은 다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은 물론이거니와 경제적으로 좋지 못한 러시아도 참전용사들을 우대합니다. 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도 포함입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국방부 향군성과 재향군인·전쟁피해자 사무국이 보훈 정책을 전담해 연간 약 63조원의 예산으로 유공자 450만 명에게 보훈혜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훈대상의 중심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게 저항했던 레지스탕스입니다.

러시아 역시 애국자들을 대우하고 있습니다. 주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나치와 맞서 싸운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죠. 화려한 정복차림에 그에 합당한 예우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의 국가유공자 대우는 참담합니다. 풍족한 경제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외국처럼 번듯한 정복차림도 못해주고 있습니다. 지원되는 연금도 겨우 몇 십만 원, 실질적인 혜택도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애국자들에게 이 따위로 하면서, 애국을 바란다고요? 만약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면, 과연 누가 나설까요? 이제는 바뀌어야만 합니다.

매우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애국자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를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안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공자들을 우대하여 자발적인 애국자들이 나오는 나라, 그런 나라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일을 노력하는 문재인 정부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유공자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희생으로,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고충열 #참전용사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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