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우표첩' 빼돌린 황당한 우체국

[단독] 홍성우체국, 우표첩 25매 배정됐는데 4매만 현장 판매... "사전 통신판매로 돌려"

등록 2017.08.22 11:31수정 2017.08.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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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우체국 모습이다. ⓒ 신영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발행된 '기념 우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현장 판매가 이뤄진 17일, 전국의 우체국에는 기념우표를 소장하고자 하는 국민의 발길이 새벽부터 이어졌다.

기자가 사는 충남 홍성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군민이 새벽 5시부터 우체국 앞에 줄을 서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관련기사 : 새벽 5시부터 우체국에 줄서 "가보로 보관하겠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행된 문재인 대통령 기념 우표는 500만 장, 소형시트는 50만 장, 기념우표첩은 2만 부였다. 정식 판매는 인터넷우체국과 우체국에서 17일 오전 9시부터 동시에 진행됐다. 앞서 9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사전 예약 판매도 빠르게 마감됐다. 당일 인터넷우체국 판매 분량은 기념우표 16만 장과 시트 2만 장, 우표첩 300부였는데 판매를 시작한 17일 오전 11시께 모두 완판됐다.

기념 우표에 대한 반응이 뜨겁자, 우정사업본부는 구매하지 못한 고객들을 위해 추가 발행 예정이라며 우편첩을 예약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배정량이 정해져 있었다.

이런 가운데 홍성에서는 현장판매가 시작된 지난 17일 새벽부터 나와 기다린 시민들을 허탈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평소 홍성우체국의 기념 우표 판매량을 기준으로 배정된 전지와 시트 그리고 우편첩 수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편첩 당일 판매 수량은 4매뿐이어서 우편첩을 구매하려고 기다리던 군민들의 실망이 컸다.

당일 현장을 찾은 군민들은 "홍성우체국에 배정된 양이 도대체 얼마인데, 현장에서 판매하는 우편첩 수량이 4매밖에 되지 않느냐"며 "소문에는 우체국에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미리 판매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면 고객들을 기만하는 것이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장판매 당일 홍성우체국에 있던 기자도 고객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다. 과연 홍성에는 기념 우표 배정량이 얼마나 될까?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왜 우편첩의 현장판매분이 적은지 의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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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기념우표와 우표첩을 구매하기 위해 홍성우체국에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그러나 이날 우편첩의 현장판매분은 4매로 많은 고객들이 구입하지 못했다. ⓒ 신영근


21일 오후 기자는 우정사업본부 충청청에 우체국의 기념 우표 배정량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홍성에는 낱장 8000매(통신판매 618매, 창구판매 7382매, 전지500매), 시트 600매(통신판매 63매, 창구판매 537매), 우편첩 35매(통신판매 10매, 창구판매 25매)가 배정되었다. 이 배정량이 정확하다면, 17일 당일 홍성우체국 현장판매에서 우편첩은 통신판매를 제외한 25매가 판매되어야 함에도 4매만 판매됐다. 홍성우체국 관계자가 제출한 통신판매 배정량은 31매였다.

이와 관련 홍성우체국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통신판매를 신청한 10매 이외에 나머지 21매는 통신판매가 끝난 후 17일 현장판매 이전까지 고객들에게 우체국에서 직접 통신판매 신청을 받았다"면서 "그렇게 신청을 받은 21매를 포함한 31매의 예매가 끝난 후 잔여량인 4매만 현장 판매를 하게 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사전 통신판매가 이미 마감됐는데, 그 사람들(21매 신청자)은 어떻게 통신 판매로 다시 배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가. 현장판매분에 대한 통신 신청을 고객들에게 미리 공지하지 않고 아는 사람만 신청하게 한 것 아니냐"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일부(보험업무를 하는 FC) 우체국 직원이 미리 신청하고 지역의 기관들이 개인 명의로 신청한 것이 있다. 확인해봐야겠지만 21매를 다 신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러면 현장 판매 이전 통신판매 수량과 현장판매 우편첩 배정 사실을 알고 미리 신청한 직원들과 지역의 기관이 몇 군데인가"라고 묻자 "지자체나 기관 이름으로 신청한 것이 아니고 개인 이름으로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홍성우체국 관계자는 "기념 우표에 대해서 이렇게 사태가 심각할 줄 몰랐다. 우리 우체국에 배정된 우표를 한 장이라도 더 새벽부터 기다린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하고, 모두에게 똑같이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불찰이 있다"면서 "잘잘못을 떠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 부분은 죄송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고객 입장에서 일 처리를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충청청측에 해명을 요청하자, 한 관계자는 "해당 우체국에 연락해서 경위 파악을 해본 뒤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념우표를 구매한 사실이 밝혀지면 회수까지 포함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우체국 #문재인대통령기념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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