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사망자, 폭발 20분 전 배기 안된다고 했다"

금속노조 'STX조선 중대재해 관련 입장' ... "사회적 타살, 대책 촉구"

등록 2017.08.22 11:59수정 2017.08.2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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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와 안전원칙을 무시한 채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채권회수에 혈안이 되어 무자비한 자구책과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자행해온 법원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행한 사회적 타살이다."

지난 20일 창원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하청노동자 4명이 사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금속노조가 이같이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지난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금속노조와 STX조선해양지회 등이 가입해 있는 '조선업종노동조합연대'는 사고 현장 원인조사와 안전보건조치 여부, 회사의 안전 인력과 활동 현황, 밀폐공간 작업의 법적 규정 등에 대해 파악했다.

금속노조는 22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이번 중대재해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안전관리체계 붕괴가 초래한 구조적 참사"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번 중대재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며 "구조조정에 따른 현장 작업인력 축소와 안전인력 축소 등 생산과 안전관리체계 붕괴가 초래한 구조적 참사"이고, "조선업 원청의 이윤 창출을 위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다단계 하도급의 만연과 하청에 대한 위험작업 전가가 초래한 참사"라 했다.


[재도급의 물량팀] 금속노조가 파악한 내용에 의하면, 사망자 4명은 재하도급업체인 물량팀 소속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회사는 이들이 하청업체인 금산기업 소속이라 해 왔다.

금속노조가 금산기업의 근로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사망자 4명은 없었다. 사망자들은 금산기업에서 다시 하청을 받은 ㈜명인특수코팅산업 소속이었다. 금속노조는 안전조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도급팀이 현장에 투입되었던 것이라 했다.

조선소는 다단계 하청구조다. 원청에서 1차, 2차, 3차 하청을 하고 마지막으로 물량팀이 작업을 맡는다. 1~2차 내지 3차 업체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수수료만 챙기는 형태가 많고, 마지막 단계인 물량팀에서는 단가 후려치기가 되는 것이다.

[안전보건인력 축소] 구조조정에 따른 안전보건환경(HSE)팀 인력이 축소됐다. STX조선은 2015년에 비해 HSE팀 총원의 45%가 줄어들었다. HSE팀 인력의 경우 2015년과 비교하면, 사무직은 25명에서 15명, 현장요원 35명에서 18명으로 줄었다.

사고일 근무한 HSE팀 인력은 3명이었고, 1명은 사무실에 상주했으며, 나머지 2명은 현장요원이었다. 그리고 현장에는 화기구역․밀폐구역 감시자가 있어야 한다. 회사는 물량팀장이 감시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금속노조는 "사고 현장에서는 2명의 감시인이 근무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조명 기구 부적정?] 작업 현장에는 조명 역할을 하는 '방폭등'이 있었다. 방폭등 4개 중 1개가 터진 상태였다. 금속노조는 조명등의 부적정을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현장에 설치된 등의 경우 방폭등 여부가 의심스럽고, 회사가 제품의 안전인증서를 제출했으나 현장에 설치된 방폭등과 틀린 제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설치된 조명등은 제조일이 2011년 2월 17일인데, 회사가 낸 안전인증서는 2014년 7월 30일자였다.

박세민 실장은 "현장에 있는 방폭등을 켜고 장갑을 낀 손으로 잡아 보았더니 상당한 온도가 감지되었다"며 "현장에 있던 방폭등은 안전인증서를 제대로 받은 제품이 아닐 수 있고,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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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폭발사고가 난 창원 STX조선해양의 건조 선박 내 탱크에 있었던 '방폭등'으로, 이 제품은 2011년 2월 17일 납품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회사가 제출한 제품 안전인증서는 2014년 7월에 나온 것이었다. ⓒ 윤성효


[환기·소방 등 대책] 금속노조는 사고 현장의 환기설비(배기)가 적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밀폐공간의 적정환기상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정 급기와 배기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로(RO)탱크 밀폐공간 도장 스프레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환기상태가 불량하면 질식 또는 폭발 위험이 야기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환기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세민 실장은 "로탱크와 붙어 있는 슬롭(slop)탱크에 있었던 작업자가 한 진술에 의하면, 사망한 박아무개씨가 폭발하기 20여분 전 배기가 되지 않는다며 배기구를 찾기 위해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고, 20여 분 뒤 펑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며 "그 때 작업을 철수했더라면 참사는 막았을 것"이라 했다.

[보호장비 여부] 밀폐공간 작업자는 산소 부족에다 유해가스의 인체 흡입과 피부 접촉 상황을 사전 차단하는 게 가능한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 그런데 금속노조는 당시 작업자들한테는 이 장비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송기마스크 착용이 법적 기준이다"며 "다른 주요 조선소에서 도장 스프레이 작업시 방독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정전기 방호보호구도 문제다. 회사는 정전기를 방지하는 작업복과 안전화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사망자가 당시 입고 있었던 옷과 신발을 확인해 보니, 정전기 방지용 '안전화'와 '제전의'가 지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별안전교육 등] 금속노조는 "밀폐공간 위험 작업임에도 사망자 4명에 대한 특별안전교육 실시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금속노조는 "4명의 근로계약서의 서명 필적과 '안전교육관리 서명지'의 서명 필적을 대조해 보니, 서명 필적이 모두 상이하여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밀폐공간의 작업에는 수시로 가스 농도를 확인하고 문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회사는 해당 작업장에 대해 당시 가스 농도를 측정했지만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가스 농도는 수시로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기록이 없다는 것은 측정하지 않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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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폭발사고로 도색작업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사망한 창원시 진해구 소재 STX조선해양의 건조 중인 선박. ⓒ 윤성효


다양한 재발방지대책 요구 ... 특별근로감독 연장해야

금속노조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회사 등에 다양한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 재발방지 노사정 회의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노사정 회의를 구성하여 경영과 안전, 구조조정과 안전, 재해 발생 근본 원인, 회사 재해예방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원칙을 세우면서 단기와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원청의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중대재해 유발 위험 작업에 대해 도급 금지를 법제화 하여 위험에 대한 하청업체에 대한 위험 전가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금속노조는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 한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위험작업 허가지침과 밀폐공간 작업 지침의 보완과 준수', '위험작업 재도급과 물량팀 투입 금지', '화기구역과 밀폐구역 감시자 미배치시 위험작업 승인 불허' 등을 제시했다.

금속노조는 '밀폐 위험작업 적정 환기조치', '안전인증을 받은 방폭등 설치 사용 의무화,' 'STX조선 책임자 구속과 엄격한 처벌'을 요구했다.

특별근로감독 연장도 강조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은 STX조선에 대해 2주간 작업중지 명령에다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세민 실장은 "특별근로감독은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불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며 "그런데 작업중지 기간에 근로감독을 하면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특별근로감독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노동자들이 계속 죽어 나가고 있다"며 "금속노조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죽음의 반복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싸워나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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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지난 20일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윤성효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방폭등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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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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