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국 정치 낙후됐다는 문 대통령, 독단적"

회고록 출간 간담회에서 "집단의사표출은 일시적이어야... 현 정부, 홍보 치중해"

등록 2017.08.22 15:14수정 2017.08.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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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출간한 이회창 전 총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회고록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광장에서의 촛불집회든 뭐든 집단 의사 표출은 예외적이고 일시적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이런 촛불 집회의 의사표시와 함께 가겠다고 한 것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발언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민주주의'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대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은 주권자로서 평소 정치를 구경만 하다가 선거 때 한표를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 만족하지 못한다. 그 결과 우리 정치가 낙후됐다"고 밝힌 것을 두고서 한 말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회고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100일'에 대한 평가를 질문 받고 "간접민주주의에 치중해 (한국) 정치가 낙후됐다는 건 독단적 생각이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즉흥적이고 포퓰리즘에 좌우되고 다수집단이나 힘 있는 자들의 논리에 매몰되기 쉬운 직접 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합리적이고 정교하고 치밀한 장치로 만든 게 간접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라며 "국민들의 집단지성과 함께 해 나가는 게 국정을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도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도 언급했지만 광장에서의 촛불집회, 광장에서의 의사 표출은 일시적이고 예외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법이 정한, 국정운영의 틀이 흔들린다. 아주 위험하다"라고 비판했다.

또 "촛불집회도 초기에는 순수한 의도와 긍정적인 면이 있었지만 나중에 야당 의원들이 와서 적폐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하고, 그러니 태극기 집회가 열리면서 집단의사가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부정적이지 않은 측면에서 얘기한 것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회고록에서도 "이제 광장의 촛불과 시민들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대통령이 된 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는 광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혁명 밖에 없다고 공언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물리력에 의한 국가 지배구조의 전복을 선동하는 것처럼 들리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후보가 할 말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문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이 전 총재는 "(문재인 정부가) 너무 홍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고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아직 본격적인 평가를 하기엔 이르고 조금 기다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걱정스러운 대목은 너무 홍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지지율을 지켜야 하니 (홍보는) 당연한 일이지만 취임 100여일이 됐는데 벌써 국정보고를 한다고 해서 조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무엇보다 말을 자꾸 바꾸면 신뢰가 떨어진다. 예컨대 원전 문제도 바로 (탈 원전을) 시행할 것처럼 꺼냈다가 두고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바꾸면 국민이 굉장히 불안해한다"고 비판했다.

"큰 선거 다가올수록 보수는 보수대로 합치는 문제를 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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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출간한 이회창 전 총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회고록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전 총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 본인의 회고록에서 기술한 것과 같은 혁신을 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회고록에서 "과거 좌파가 선호해온 정책이라도 그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고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에 저촉되지 않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빈부 격차와 같은 사회 양극화의 문제는 보수의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는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현재 지금 두 당이 그야말로 땀투성이가 돼서 열심히 하고 있다. 서로 자꾸 모색하고 부딪히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만 답했다.

다만, 큰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국민이 왜 보수에 대해 실망하고 눈에 차지 않는다고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포퓰리즘에 좌우되지 말고 우직스럽게 한 길로 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줘야 한다. 남북관계에서도 김정은이 뭐를 하면 급한 소리를 내고 좀 잠잠해지면 달라지는 식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 전 총재는 "큰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는 보수대로 합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다. 저는 합쳐야 한다고 본다"라며 보수야당의 통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작은 정당, 수권정당이 되지 못하는 정당은 그 때(큰 선거) 가서 결정을 한다"면서도 "한국당도 제가 말한 면에서는 큰 정당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 수를 따져서 합치고 땜질해서 합치고 해서는 안 된다. 합칠 때 부정적인 측면과 신뢰를 잃은 부분을 과감히 털어내면서 합쳐야 한다"며 "어느 쪽이 어느 쪽과 합치더라도 상대 당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은 부정적으로 봤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도 DJP연합이 (선거에서는) 묘수였지만 이후에 족쇄가 됐다, 눈 앞의 이익만 보고 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지금 당장 표가 된다고 어느 쪽을 끌어다 붙이고, 가서 붙고 하는 것이 소위 정치적으로 능숙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절대로 거기에 함몰되거나 속아서는 안 된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일관되게 가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보수 야당을 대표할 정치인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곤란하다"라며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회고록 '맺음말'을 통해 "지금 내가 정치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나와 정치를 함께 했던 많은 정치인들이 광역시·도지사를 맡거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등 당당하게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으로 발돋움 했다는 사실"이라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을 직접 언급했다.

#이회창 #문재인 #노무현 #박근혜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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