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형제 얼굴 떠오르는 횟집은... 여수 어느 곳일까?

철따라 여수의 바다가 한상 가득, 여수시 학동 ‘여수바다횟집’

등록 2017.08.25 18:18수정 2017.08.2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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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바다횟집의 박명시 셰프가 해산물의 특징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찬현


철 따라 해산물이 달라진다. 여수의 바다가 '한 상 가득'이다. 늘 자연산을 고집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제 가을 전어철로 접어들어 별로 내놓을 게 없다고 하더니 기본 상차림이 이 정도다.


여수바다횟집의 박명시(42) 셰프를 잠시 만나봤다. 상차림에 대해 도움말을 듣기 위해서다. 꾸죽과 산낙지 멍게 등 자연산 해산물에 대해 설명하던 그는 "오늘 자연산 횟감이 부족해 일부 양식산 회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한다. 언제 봐도 그는 열정과 욕심이 참 대단하다. 그러고 보면 22년 요리 인생을 허투루 산 게 아닌 모양이다. 

"철에 따라 상차림이 달라집니다. 그날그날 공수해서 온 전어, 멍게, 해삼, 낙지, 소라... 등 싱싱한 해산물로만 준비합니다. 기본이 나오고, 회 나오고, 뜨거운 음식이 나오고, 식사와 탕이 이어집니다."

자연산 해산물 먹거리... 어느새 입안에는 '침이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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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따라 달라지는 기본 상차림은 여수 해산물이 한상 가득이다. ⓒ 조찬현


지난 21일, 폭우 속을 뚫고 갔다. 장마철도 아닌데 웬 비가 이리도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날씨 탓일까, 노릇한 부침개가 유난히 시선을 붙든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호박전과 순두부 찐 고구마 등이 정갈하다.

살아 꿈틀대며 접시를 넘어 나오는 산낙지 탕탕이, 여수에서 꾸죽이라 불리는 자연산 뿔소라회, 백고둥과 문어숙회도 맛깔스럽다. 뿔소라는 삶아서 참기름장이나 초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다. 백고둥은 삶아서 오이채 등을 넣어 초장에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거나 참기름장에 먹는다.


제철 만난 전어와 바다 향기를 잔뜩 품은 멍게, 꼬들꼬들한 식감이 유난히 좋은 해삼과 전복회는 만족도가 높다. 바다에서 갓 잡아 와 선도가 유별나기 때문이다. 이들 자연산 해산물 먹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안에는 침이 한가득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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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원천인 산낙지탕탕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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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풍미를 느끼기에 정말 좋은 싱싱한 멍게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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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회는 부드러운 식감이 너무 좋다. ⓒ 조찬현


'탕탕' 다리를 잘게 잘랐는데도 빨판으로 접시를 들어 올리는 이 녀석은 힘의 원천인 산낙지탕탕이다. 한 젓가락에 입안이 난리도 아니다. 산낙지의 빨판이 입천장에 붙고 입술에도 붙는다. 온몸에 전해져오는 이 특별한 감각이 섬뜩하기도 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이 특별한 식감 때문에 우린 산낙지를 즐겨 먹는지도 모른다. 

참기름장에 먹는 활 전복도 꼬들한 식감이 살아있다. 입안 가득 퍼져오는 멍게 향에 온 바다가 입안에서 출렁인다. 양푼에다 채소와 멍게 초고추장에 뜨신 밥을 쓱쓱 비벼 멍게비빔밥으로 먹어도 맛있겠다.

"이거 먹으니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 여수 OO횟집에서 바가지를 썼어요. 7만 원 상차림에 하모 15점 올리고 풀떼기만 나왔어요. 다른 횟감은 아예 없었어요."

지인은 해산물을 먹다 말고 잠시 생각에 젖는다. 누군가 좋은 음식을 먹을 때 부모형제가 떠오르면 맛집이라고 하던데, 이곳 음식 참 좋다. 식재료의 선도와 맛에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한 언젠가 여수 OO횟집에서 덤터기를 쓴 적이 있었다며 이 집과 너무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여기 상차림은 바다의 향기가 물씬물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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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 깻잎쌈에 한잔 술이 잘 어울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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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생선회는 줄돔과 농어회다. ⓒ 조찬현


지인이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이 곳, 상차림은 여수 바다의 향기가 넘실댄다.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이 가득하다. 된장양념에 먹는 병어회도 고소함의 극치다. 전어를 살짝 숙성해 내놓은 전어회는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전어회의 또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생선회 깻잎쌈을 했더니 한잔 술이 당긴다. 소주와 생선회는 정말 잘 어울린다. 가볍게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생선회 맛이 더욱 깊어지고 감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도자기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은 생선의 이름을 가만가만 되뇌어 본다. 그들의 맛과 특징을 떠올리며.

줄돔과 농어회에 이어 따뜻한 음식들이다. 생선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지는 생갈치구이, 고소한 풍미가 담긴 꽃게찜, 자꾸만 손이 가는 왕새우구이와 바삭하고 고소한 고구마튀김이다. 식사와 탕은 포만감이 가득해 생략했다. 이곳 여수바다횟집은 넓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지역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대부분 단골손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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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지는 생갈치구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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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풍미가 담긴 꽃게찜이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수바다횟집 #전어회 #뿔소라 #단골손님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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