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교환한 배추로 김치를 담갔더니...

자주 내린 비로 주말농장 채소 농사를 거의 망쳤어요

등록 2017.08.28 11:45수정 2017.08.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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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부추 등과 물물교환해서 담근 배추김치.. ⓒ 정현순


"농장에 배추가 없다더니 웬 배추?"

주말 농장에서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작은 배추 두 포기가 들려있었다. "응 이거 물물교환 했어." "물물교환?" 주말농장에서 물물교환을 다하다니 재미있고 좋은 생각 같았다. 8월 들어 잦은 비에 주말농장에 심은 채소들이 견뎌 내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중에 배추는 모두 상해 김치를 담글 수가 없게 되었다.

김장배추를 일찍 심은 사람은 물에 잠겨 녹아버려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서 하자니 배추 한 통에 일만 원이란 소리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 2주 전쯤 주말농장에서 그나마 남은 쭉정이 얼갈이배추와 알타리 무를 섞어 김치를 담갔다. 하지만 배추김치를 먹은 지 오래돼 입맛에 붙지 않았다.

올해는 김장김치도 일찍 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김장을 담글 때 좋은 것은 다 팔고 2등급 배추만 가지고 김장을 담갔고 양도 적었다. 해마다 처지 곤란할 정도로 2~3년 된 묵은지가 남아돌았는데 해마다 김장을 조금씩 줄이다 보니 그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맛이 있네 없네 했던 묵은지 생각도 굴뚝같다.

주말농장에서 물물교환 했다는 것이 신기해서 남편에게 물었다.

"어떤 것하고 물물교환 했어?"
"우린 그래도 파가 잘 돼서 파, 호박, 부추를 주고 바꿨지."
"그 집은 배추가 잘 됐나 보네."
"그 집은 지대가 높은 곳에서 비닐하우스를 하는 집인데 그 집도 배추가 잘 안 됐더라고. 3포기 준다고 하더니 2포기만 주더라고."

그래서인가. 2포기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겉에 몇 장은 떼어 버려야 할 정도로 물컹물컹 짓물러 있었다. 그 집은 다른 것은 안 심고 무, 배추만 비닐하우스에서 키운다고 한다. 그래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우리가 많이 재배하는 것은 다른 집하고도 바꾸어 먹으면 되겠다고 난 한술 더 떴다. 남편도 그럴 생각이라고 한다.

부추를 넣고 오랜만에 버무린 배추김치가 먹음직스럽다. 남편이 완성된 김치를 보더니 한 마디 했다.

"어라. 요것밖에 안 돼?"
"그럼 두 포기인데. 버리는 것도 많았고."
"그래 하긴 그렇더라."

저녁 식탁에 올리니 남편이 배추겉절이를 한 점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는다. 남편도 말은 안했지만 배추김치가 많이 생각났나 보다. 다른 김치보다 역시 배추김치가 최고다. 물물교환으로 담근 김치라 맛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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