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GM 살려낸 한국지엠, '철수설'에 휘청

지엠 “한국지엠 수익성 중요”… “2년간 1조원 넘게 투자했는데 신차 없어”

등록 2017.08.29 14:30수정 2017.08.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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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파산한 지엠 살려냈지만 이젠 찬밥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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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철수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 감소와 적자 지속에 따른 ‘GM 철수설’이 확산되면서 정치권도 분주해졌다. 부평구 주최 토론회에 이어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이 GM을 경고하는 동시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김갑봉


지엠(GM, 제너럴모터스)이 2001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뒤 한국지엠은 지금까지 누적 생산차량 1000만대를 기록했지만, 최근 '지엠 철수설'이 불거지며 고용불안과 함께 인천경제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은 이러한 위기를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8일 오후 국회에서 '지엠 해외시장 재편,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엠은 2009년 파산 이후 '뉴 지엠'을 설립한 뒤 세계 4위 업체로 다시 부상했다. 현재 31개국에 공장 170개를 운영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약 3000개고, 140개국에 딜러 2만명을 두고 있다.

지엠이 다시 부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한국지엠에서 나왔다. 2009년 세계 경제위기 때 자동차산업의 출구전략은 소형차였고, 지엠의 글로벌 사업장 중 소형차 연구개발과 생산에 특화돼 있는 한국지엠이 지엠 부활의 핵심역할을 했다.

한국지엠은 2015년 기준 지엠 총판매의 45%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체 생산량(완성차와 CKD 포함)은 2012년 207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에는 '철수설'로 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지엠 생산량은 2003년 완성차 40만대(내수 12만 7000, 수출 27만 3000)와 CKD 19만 3000대에서 2012년 완성차 78만 5000대(내수 14만, 수출 64만 5000)와 CKD 128만 4000대로 늘었다.

하지만 2013년 197만 7000대(내수 15만 8000, 수출 62만 4000, CKD 119만 5000)로 꺾이더니, 2014년 163만 5000대(내수 15만 4000, 수출 47만 5000, CKD 100만 5000대), 2015년 140만(내수 15만 5000, 수출 46만, CKD 79만 2000)로 줄었다. 지난해엔 124만 9000대(내수 16만 5000, 수출 41만 5000, CKD 66만 9000)에 그쳤다.

한국지엠은 2014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35% 증가한 3조 4438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출은 6.4% 감소한 8조 790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영업손실은 5312억원으로, 올해 1분기 자본잠식 상태다.

이 같은 부진은 우선 유럽 시장 철수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에 있다. 이 시기 내수는 15만대에서 16만대로 늘었지만, 수출은 62만대에서 41만대로 감소했고, CKD는 거의 반 토막 났다. 사실상 내수로 버틴 셈이다.

지엠은 2013년 12월 유럽에서 쉐보레(한국지엠 생산) 철수를 결정했고, 올해 3월 오펠마저 매각했다.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할 때 오펠을 중심으로 사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허언이 되고 말았다.

지엠, 수익성 없으면 매각... "한국지엠 수익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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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왼쪽)은 한국지엠이 어려워진 이유로 저가 수출, 고가의 글로벌 부품 조달, 로열티를 지목했다. ⓒ 김갑봉


지엠은 최근 전기 동력, 자율주행(미래자동차 기술) 자동차 개발과 쉐보레가 포함된 4개 브랜드(뷰익ㆍ캐딜락ㆍGMC)에 주력하면서 수익성이 없거나 판매가 부진한 공장을 매각하고 있고, 동시에 수익성이 있는 곳에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유럽에서 브랜드를 철수하고 판매 부진에 따라 인도와 러시아에서 생산을 중단했으며, 호주에서는 단위 노동비용이 상승했다며 철수했다. 지엠의 원가 절감 목표는 2018년까지 55억 달러다.

대신 지엠은 중국에 차량 500만대 생산이 가능하게 공장 5개를 증설하고, 전기차 생산기지도 증설할 계획이다. 브라질에도 14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 2개를 증설할 계획이며, 지난해에는 전기 동력, 자율주행 자동차 강화를 위해 크루즈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엠의 경영방식은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상시적인 구조개편으로 판매가 부진하거나 수익성이 없으면 매각하는 것이라, 한국지엠이 최근 적자가 지속되면서 '철수설'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엠이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지엠의 입을 빌려 밝힌 입장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한국지엠은 "한국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중요하다. 당사는 현재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협력업체와 협업하면서 경쟁과 비용구조 개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에 선진기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제조된 세계적인 제품을 가지고 한국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것이며, 동시에 수출시장에 대한 적정한 평가와 수익성 확보를 위한 비용 관리, 판매 증진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2년간 1조원 넘게 투자했는데, 신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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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 철수설 홍영표 국회의원(민주당, 부평을)이 마련한 토론회가 ‘지엠 해외시장 재편,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28일 국회에서 열렸다. ⓒ 김갑봉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오펠은 유럽에서 적자라서 매각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내수가 10%를 유지하며 안정돼 있다. 또, (지엠은) 호주 사례를 들어 한국의 '고임금 저효율 구조'를 경고하지만, 시간당 인건비(2014년 기준)는 미국 39불, 한국 28불이다"라며 "해외 사례와 한국지엠은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한국지엠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곳이고, 디자인과 연구개발 기능이 남아 있다"며 "다만, 생산효율성 제고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상시적 구조개편은 지엠의 특징이다. 중국과 유럽 수출이 어려운 만큼 신흥시장 개척이 중요하다. 나아가 (2010년) 뉴 지엠 출범 후 소형차 생산기지였던 한국이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이젠 바뀌었다. 지엠이 전기차ㆍ자율주행차를 강화하는 만큼 이에 적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동시에 연구개발 투자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지엠 재무구조를 보면 2015년에 연구개발 투자비로 6498억 원을 사용했고, 2016년엔 614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왜 신차가 없을까.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생산비중 36%인 북미가 수익의 96%...수출가격 의심"

안재원 전국금속노동조합 연구원은 2010년 뉴 지엠 출범 후 한국지엠이 생산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지엠 수익은 북미 지엠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며, 한국지엠 수출 차의 저가 매입 의혹을 제기했다.

안 연구원은 "지엠이 발표한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 법인세 및 이자 지급 전 영업이익)를 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지엠의 전체 EBIT는 125억 3000만 달러인데, 이중 북미 EBIT가 120만 4700만 달러로 무려 96.1%를 차지한다. 흑자는 중국에서만 기록하고 나머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생산량 기준 북미의 비중은 3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안 연구원은 "글로벌 지엠 내에서 36%를 판매하는 북미가 전체 수익의 96%를 차지했다. 이는 그동안 지엠 자회사 노조가 제기한 '이전 가격' 의혹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가 제기한 '이전 가격' 의혹은 글로벌 지엠이 한국지엠으로부터 차량을 저가에 매입해 북미에 고가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저가에 수출하기 때문에 수익이 별로 없고, 수익은 결국 지엠 본사가 가져간다는 얘기다.

안 연구원은 "올해 10월이면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비토권(=이사회 특별결의 거부권)이 사라진다. 정부가 지분(=산업은행 소유)을 매각해선 안 되겠지만, 협약서 공개가 필요하다. 그런데 협약서를 본 적이 없다. 2001년 대우자동차 매각 당시 산업은행이 지엠과 체결한 협약서를 공개하고, 새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1차 벤더 3분의 2가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한국지엠의 위기는 한국지엠 협력업체만의 위기로 그치지 않는다. 이정우 협신회(=한국지엠 협력업체 모임) 회장은 "1차 벤더(vendor)가 315개고, 여기 협력업체가 350여 개다. 1차 벤더 315개 중 약 3분의 2가 현대ㆍ기아차 협력업체다. 여기다 현대ㆍ기아차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의 위기는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나 다름없다"고 걱정했다.

이 회장은 또, "한국지엠을 통해 글로벌 지엠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성장과 더불어 투자를 늘리고 인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어려워졌다"며 "한국지엠의 위기는 30만 노동자의 일자리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장은 "한국지엠을 스왓(SWOT) 분석했다. 강점과 장점은 노동생산성이 높고, 지엠의 전기차와 관련해 엘지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 악화는 약점이고, 수출 감소는 위협 요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내수 16만대는 기회요인이다"라며 "정부는 한국지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고가 부품 매입과 저가 수출, 로열티에 합리적 의심"

토론회를 주최한 홍영표 국회의원은 "글로벌 지엠에서 중추적 역할은 한 한국지엠은 왜 어려워졌나. 저가 수출로 가격 이전, 고가 글로벌 부품 조달, 로열티, 이 세 가지가 핵심이다"라고 지적했다.

수출 이전 가격은 앞서 안재원 연구원이 지적한 내용이고, 고가 글로벌 부품 조달은 한국지엠이 글로벌 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을 고가에 매입해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지적이고, 로열티는 한국지엠이 지엠 본사에 지급하는 베일에 가려진 돈이다.

홍 의원은 "한국지엠에서 3년간 발생한 적자가 2조 5000억원 규모다. 이는 고비용이 아니라 경영 잘못이다. 부품을 고가에 매입해 저가에 수출함으로써 한국지엠은 어려워진다는 데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추후 토론회에서 한국지엠의 위기를 진단하고 정부와 함께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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