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 '정규직 전환 기대권'

[뉴스속의 노동법 57] 정당한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부당해고 법리 적용

등록 2017.08.29 21:26수정 2017.08.2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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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정부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준 및 방법 등을 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심의·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29일, 한국조폐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구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이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였고, 목포시, 영암군 등의 지자체에서는 이미 상당수의 근로자를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공공부문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보도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조는 공공부문 또는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지분이 있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순수 민간 기업들에게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만약 기업이 2년의 근로기간을 다 마친, 기간제 근로자와 계약을 종료하게 되면 기간제 근로자로서는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최근 대법원이 2년의 근로기간이 지난 기간제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자라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경위, 기간제 근로자의 수행 업무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면 부당해고와 같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종전의 대법원 판례도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 기대권을 인정해 왔으나, 이는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이 2년의 범위 내에서 한번 더 갱신될 수 있다는 것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 자체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기 대법원 판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 자체가 정규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므로,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새롭게 정립된 대법원의 판례 법리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판정에서도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종종 인정되고 있다. 예컨대,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한 경우, 취업규칙 등 사내규정에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업무평가가 우수하고 근로자의 담당 업무가 상시적인 업무인 경우 등에서 노동위원회는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에게 정당한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회사가 이를 거부한다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할 사회통념상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용자인 회사가 이를 입증해내야 한다. 정규직 전환을 거절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를 입증해내지 못하면, 이는 곧 부당해고가 되는 것이다.      

원래 우리 민법에는 '기대권'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권리발생의 요건 중 그 대부분은 이미 갖추어졌지만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 있어 완전한 권리가 되지 못하여 장차 권리의 취득을 기대하고 있는 상태의 법적 지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기대권도 권리의 일종이므로 대법원이 정규직 전환 기대권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제한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법원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 법리가 있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모든 기간제 근로자가 이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리 판단될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종래에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전혀 주장할 수 없었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라는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남용하지 않고, 기업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간제 근로자보다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유도하고자 함이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해야만 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기업이 단지 인건비를 줄이고, 고용을 유연하게 할 목적으로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고 근로기간이 2년이 되면, 계약을 종료하는 관행에 '정규직 전환 기대권' 이 어느 정도는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해당 기사는 개인블로그 blog.naver.com/lhrdream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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