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출당' 꺼내든 홍준표, 왜 180도 달라졌을까

[분석] 자유한국당 논의에 친박들 '격분'... 바른정당 합당 등 노림수 작용했을 것

등록 2017.08.30 10:01수정 2017.08.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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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 문제가 자유한국당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29일 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근 한국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탈당 문제에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친박계 인사의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기사에는 "박 전 대통령은 자진 탈당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이 자신과의 연을 끊고 싶다면 차라리 출당을 시키라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1심 선고를 앞두고 한국당에서 출당 논의가 나온 데 격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민일보>는 이어 "박 전 대통령 거취 문제를 놓고 당대표의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행보가 당 지지율 정체의 원인으로 한몫하는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친박계 핵심 유기준 의원의 비판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박 전 대통령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홍 대표의 차이가 뭐냐.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추진한다면 홍 대표도 탈당해야 할 것"이라 말한 또 다른 친박 의원의 주장도 함께 소개했다.

한국당 박근혜 출당 논의 나와... 친박 '격분'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8월 16일이었다. 당시 홍 대표는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막아달라"는 한 시민의 요청에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다. 정치는 자기가 잘못한 것에 책임져야 한다. 그게 아니면 무책임한 것이다. 다만 지금 논의하는 게 아니라 당내 중지를 모을 것이다"라며 출당 문제를 처음으로 입밖에 꺼내들었다.

홍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시민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에 힘써 달라"고 요구하자, "박 전 대통령이 당하는 고초는 잘했고 잘못했고의 형사적 차원이 문제가 아니라 국정 운영을 잘못한 벌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홍 대표는 이어 "대통령이 법정에서 '정치적으로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 내 새끼들을 풀어 달라'며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면 이렇게 참담하게 압박당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처신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포함해 홍 대표가 작심(?) 발언을 늘어놓자 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반응들이 불거져 나왔다. 박 전 대통령 당적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친박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류여해 최고위원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은 홍 대표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반발했고, 이재만 최고위원은 출당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비박계는 당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사안의 파장과는 달리 극심한 당내 갈등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았다. 홍 대표가 친박계의 반발과 당내 갈등을 의식한 듯 "출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선 데다, 친박계 역시 예상과 달리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24일 1박2일 일정으로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국당의 제2차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3심까지 기다리자는 말은 다 망하고 난 뒤에 하자는 것으로, 같이 망하자는 말과 똑같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실제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 출당시키라는 바른정당의 요구를 "선거에 다소 유리하려고 이미 정치적 사체가 된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그랬던 홍 대표가 최근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공론화시키기 위해 부쩍 애쓰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근혜 출당 카드 만지작거리는 홍준표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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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1월 16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후보가 경남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민과 함께 희망경남 만들기대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홍 대표가 이렇게 180도 '확' 달라진 까닭은 뭘까.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을 터다. 우선 보수 재건이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박 전 대통령은 효용가치가 떨어진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을 언제까지 껴안고 갈수는 없는 노릇일 터. 당의 재건과 외연확장을 위해서라도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게다. 끈 떨어진 갓 신세나 다름 없는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바른정당과의 합당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보수통합은 한국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다. 특히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부에는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멸'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향후 상황에 따라 합당 문제가 공론화될 개연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이 합당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청산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염두해준 홍 대표의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바른정당 내부에는 박 전 대통령이 출당하고 일정 정도의 인적 청산 작업이 이뤄질 경우 다시 한국당에 복당할 마음이 있는 의원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리는 배경에는 이와 같은 보수통합을 위한 멍석깔기의 의미도 있다고 봐야 한다. 합당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은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여기에 하나 더. 계파가 없는 홍 대표의 당내 입지와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만약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인적 청산을 통해 당내 혁신의 밑그림을 완성하고 나아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홍 대표의 입지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당내 위상이 굳건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통합과 재건의 공로를 인정받아 홍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핵심에 대한 인적 청산은 '한국당 혁신과 보수 재건', '보수 통합을 위한 바른정당과의 합당',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노린 홍 대표의 '1타 3피' 카드인 셈이다.

홍 대표의 노림수가 통하게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을 맹렬히 추종하는 세력이 여전히 건재한 데다 당내 영향력이 막강한 친박계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임기말에 이르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당적을 정리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겪은 끝에 종국에는 등 떠밀려 탈당해야만 했다. 절대권력의 몰락이 '누군가'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작동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씁쓸한 단면이자 아이러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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