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한복을 입은 여행자

[시골에서 책읽기] 고운 옷차림으로 <한복, 여행하다>

등록 2017.09.15 15:12수정 2017.09.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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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푸른향기

"이탈리아에서 한복을 입으면 어떨까요?" "좋지! 우리 딸 한복 잘 어울리잖아." 어머니의 대답은 매우 경쾌했다. (30쪽)

지난날에는 이 지구별에서 겨레마다 스스로 땅을 일구고 숲이나 들이나 바다에서 먹을거리를 몸소 얻으면서 집을 지으며 살림을 가꾸었어요. 지난날에는 지구별 모든 사람이 집이나 밥이나 옷을 언제나 손수 지었지요. 이런 살림살이에서는 어느 겨레나 저마다 짓는 옷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요즈음 이 지구별에서는 어느 나라 어느 겨레를 보아도 옷차림이 비슷합니다. 요즈음은 도시문명 사회가 되면서 집이나 옷을 손수 짓는 일이 아주 드뭅니다. 돈을 벌어서 가게에서 옷을 사다가 입는 흐름입니다. 이러면서 이제는 어느 나라 어느 겨레라 하더라도 갖춰서 입는 옷이라든지 일하며 입는 옷이 엇비슷해요.

'아무렇게나 입어도 괜찮은 면 한복과 맨발은 아주 잘 어울렸다. 무명저고리에 구김이 갔지만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갑자기 한복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86쪽)

'한복여행을 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그 나라의 전통옷이었다. 이상하게 전통옷을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과거의 역사, 가치관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166쪽)

<한복, 여행하다>(푸른향기 펴냄) 쓴 권미루 님은 세계여행을 나서면서 일부러 한복을 챙겨 입었다고 합니다. 세계여행이 아닌 한국여행을 할 적에도, 또 골목마실을 할 적에도 부러 한복을 차려 입었다고 해요.

권미루 님은 어릴 적부터 한복을 즐겁게 입었대요. 이녁 어머니도 권미루 님한테 한복을 즐겁게 입히셨을 테고요. 늘 입는 옷이다 보니 여느 때에 번거롭다는 생각을 안 한다고 합니다. 곱게 갖추거나 차려서 입고 나들이를 가는 길이라면 으레 한복차림이 되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고운 빛깔로 지은 한복을 입고 골목이나 마을이나 여러 나라를 누비면서 '날개처럼 입은 옷'이 참으로 날개옷이 되는구나 하고 느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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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로 여행길 ⓒ 권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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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 권미루


'밀라노의 하늘은 금세 비가 올 것처럼 우중충하고 어두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의 도시이지만 사람들 대부분 어두운 색감의 옷을 입고 있었다. 무채색으로 차려입은 사람들 속에서 보라회색의 풍성한 한복치마가 흔들릴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았다.' (35쪽)

지난날 지구별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겨레마다 옷을 손수 지어서 입을 적에는 참으로 해사하거나 눈부신 빛깔이 어우러지는 옷을 입기 마련이지 싶습니다. 오늘날에도 조그맣게 모여서 문명하고 많이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겨레는 해사하거나 눈부신 빛깔이 어우러지는 옷을 손수 지어서 입습니다.

그래요, 옷을 손수 지어서 입는 겨레는 참말로 해맑고 환한 옷을 입어요. 이와 달리 도시문명으로 치달을수록 해맑거나 환한 옷하고는 퍽 동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입히는 옷이든, 공공기관이나 공장이나 여느 회사에서 어른들이 입는 옷이든, 으레 무겁거나 딱딱하거나 어두운 빛깔이나 결이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들더러 '학교옷'을 아이들이 손수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해서 입어 보라고 한다면, 공공기관이나 공장이나 여느 회사에서도 어른들이 일하러 다닐 적에 입을 '일옷'을 손수 바느질이나 뜨개질을 해서 입자고 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도시문명 사회에서도 새롭게 눈부신 옷물결이 일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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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에는 ⓒ 권미루/푸른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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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 권미루


자신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의 스타일도 존중해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공통점과 다른 점에 대해 토론하고 공감했다. (258쪽)

<한복, 여행하다>를 읽으면서 글쓴이 발자국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고운 옷을 입으며 고운 마음을 여러 나라 이웃하고 나누고 싶은 뜻을, 또 옷만 고운 날개옷이 되기보다는 마음이 함께 고운 날개넋이 되어 다 다른 겨레나 나라가 서로 어깨동무하기를 바라는 뜻을 돌아봅니다.

겨레마다 고유한 옷(텃옷·전통옷)을 입을 적에는 제 겨레를 사랑할 뿐 아니라 이웃 겨레를 다 다른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겠구나 싶어요. 겨레나 나라마다 고유한 말(텃말·겨레말·나라말)을 아끼거나 북돋울 적에는 제 겨레나 나라를 사랑할 뿐 아니라 이웃 나라나 겨레가 서로 다른 대목을 높이 사면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북돋울 만할 테고요.

겨레마다 옷차림이 달랐습니다. 겨레는 어느 한 터에 뿌리를 내려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우르는 이름이니, 아무래도 어느 한 터에 뿌리를 내릴 적에는 이 터마다 날씨가 다르고 철이 다르며 숲이나 살림이 달라서 옷차림이 모두 달랐겠지요.

다른 이웃을 헤아리면서 우리 스스로 사랑하는 길에 서는 걸음걸이로 한복을 입는다는 마음이란 한복처럼 곱겠지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이웃을 아끼고 싶은 마음으로 한복을 갖추어 입는 몸짓이란 한복마냥 따사롭겠지요. 옷을 곱게 갖추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곱게 가꾸는 살림살이가 피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한복, 여행하다>(권미루 글 / 푸른향기 펴냄 / 2017.8.8. / 15000원)

한복, 여행하다 - 한복여행가, 히말라야에서 스페인까지

권미루 지음,
푸른향기, 2017


#한복 여행하다 #권미루 #한복여행 #한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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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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