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월세 10만원' 딴나라 이야기일까요?

흙수저당, '청년월세 10만원 운동본부' 선포 기자회견

등록 2017.09.12 15:31수정 2017.09.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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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청년월세 10만원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사례발표를 하고있다. 2017.9.11 ⓒ 흙수저당


지난 11일 오후 3시 민중연합당 흙수저당은 서울시청 광장에서 '청년월세 10만원 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운동본부는 전·월세 부담에 독립은 꿈꾸지도 못하고 있는 청년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의 주거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자리에서는 4명의 청년들이 각자 자신이 겪었던 문제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성치화 관악구 운동본부장은 지리산 산행을 다녀와 보니, 집 천장이 무너져 있었던 상황을 회고하며 아찔했던 순간을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그가 살던 집은 불법으로 개조된 집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월세가 10만 원 대가 된다면, 내 힘으로 월세를 내면서 독립을 하고 싶다. 그러면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와 8년째 자취를 하고 있다는 김남영씨는 취업 준비도 어렵지만 월세를 버느라 알바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돈이 없으면 식사는 몇 끼 굶을 수 있지만 월세는 못 내면 쫓겨난다"며 "터무니없이 비싼 청년들의 월세방, 국가가 나서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청년월세10만원운동본부>발족기자회견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2017.9.11. ⓒ 흙수저당


집주인의 갑질 피해 사례를 증언한 이소영 서울시 운동본부장도 있었다. 그녀가 살던 집은 몇 달 동안이나 녹물이 나와서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으나, 집주인이 아닌 관리인과 실랑이만 벌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이 과정에서 동사무소를 비롯한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며, 더 이상 집주인의 갑질에 고통 받는 청년들이 없도록 우리들의 주거 현실을 바꿀 것을 다짐했다.

서울에서 자취 4년째인 박명희씨는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공포감을 느끼지만 경비나 안전시설이 보장된 곳은 월세가 비싼 탓에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녀가 살았던 1층 집은 밤마다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문을 두드렸으며, 결국 창문으로 집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목격하곤 3개월 만에 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안전한 집을 위해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며 "여성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귀 기울이고 그에 따른 정책들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중연합당 흙수저당의 <청년월세10만원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 참가한 박범수 경기도 운동본부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손솔 운동본부장(오른쪽에서 두번째). 2017.9.12. ⓒ 흙수저당


박범수 경기도 운동본부장은 "서울지역 대학가 평균 월세가 49만원에 달한다"며 "점점 높아지는 월세 부담에 청년들은 지옥고로 밀려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청년 주거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내놓는 대책들은 턱없이 부족해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손솔 운동본부장은 "청년들이 밀집해있는 관악지역과 신촌을 비롯한 대학가 주변에서 청년들이 주거생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고, 청년 주거 문제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전 사회적으로 알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서명운동을 통해, 우리가 직접 우리의 문제를 정치의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청년월세 10만원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청년 주거 문제 해결 촉구 관련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9.11 ⓒ 흙수저당


'청년월세 10만원 운동본부'는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 주거 빈곤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운동본부는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청년 월세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서명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민중연합당 흙수저당 대표인 손솔씨가 전국본부장을 맡은 운동본부는 현재 서울과 경기도의 지역본부와 캠퍼스 본부로 구성되었으며, 전국 단위로 운동본부를 확대해 지역현황에 맞게 조례제정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운동본부가 제시한 청년월세지원조례는 첫째, 20세 이상 39세 이하의 무주택자 청년 중, 임대인과 약정 후 임차 전용면적 50㎡(18평)이하의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에 사는 1인 청년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둘째, 임대료의 일정액을 지원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월 10만원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지원기간은 1년 단위, 최대 3회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월세 지원조례 외에,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정월세제 도입과 청년주거문제전담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월세지원조례' 제정운동은 카카오톡 @청년월세, 페이스북 "청년월세10만원", 인터넷 홈페이지 (www.youngrent10.com)를 통해 함께할 수 있다.
#흙수저당 #청년월세10만원 #청년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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