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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내부 싸움 부른 박정희 영화, 내용 어떻기에

김재환 감독의 <미스 프레지던트>가 '박정희 부녀'를 다룬 방식

17.09.13 11:32최종업데이트17.09.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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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및 보강 : 14일 정오]

박정희 부녀를 다룬 <미스 프레지던트>가 10월에 개봉됩니다. 지난 8월 24일 울산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첫 시사회에서는 예약한 250석이 꽉 차면서 70여 명은 발길을 돌릴 정도였습니다.

박근혜씨 지지모임인 '박사모가족' 등은 단체 관람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박정희 부녀 다룬 <미스 프레지던트> 첫 시사, 눈물의 만원사례)

박정희 부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박근혜 지지자들이 울었으니 전형적인 '박정희 찬양 영화'라고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영화에는 기막힌 반전이 숨어 있었습니다.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정희를 그리워하고 박근혜 탄핵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었다. ⓒ 임병도


① Miss가 아닌 Mis

영화 제목 <미스 프레지던트>를 한글로 읽으면 흔히 결혼하지 않은 박근혜씨를 말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포스터의 영문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나 추모를 의미하는 'Miss'가 아닌 'Mis President'입니다. '잘못된, 나쁜'이라는 뜻으로 일부에서는 '나쁜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② 영화 개봉일이 10월 26일

<미스 프레지던트>의 개봉일은 10월 26일입니다. 박정희의 사망일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씨를 암살한 의거 일로 여기는 날입니다.

김재규 부장은 항소이유 보충서에서 '10·26 이후 유신체제는 완전히 무너졌다'라며 '민주회복을 위한 혁명이 성공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영화 개봉일 10월 26일은 박정희가 죽은 날을 가리키는 의미도 있지만, 유신독재가 사라진 날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이 박정희 동상에 절을 하고 있는 모습. ⓒ 김재환


③ < MB의 추억 > <쿼바디스> 등 연출한 감독

<미스 프레지던트>의 감독은 이명박 정부를 다룬 다큐멘터리 < MB의 추억 >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입니다. 김 감독은 교회를 비판한 <쿼바디스>와 맛집 방송의 문제점을 다룬 <트루맛쇼>를 연출하고, <자백>의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김재환 감독의 전작을 통해 본다면 무조건 박정희 부녀를 찬양하는 영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박정희 신화의 분석과 퇴마의식

네이버 영화에 나온 김재환 감독의 <미스 프레지던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죽을 만큼 사랑합니다."

청주에 사는 농부 조육형 씨는 매일 아침 일어나 의관 정제하고 박정희 사진에 절하며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한다. 새마을 운동 역군으로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었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감사가 삶의 힘이고 사람의 도리라 여긴다.

울산에 사는 김종효 씨 부부는, 6.25 직후 동네마다 굶어 죽는 사람이 흔하던 시절에 배고픔이란 원초적 공포를 해결해준 박정희 대통령만 생각하면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흰 한복을 입고 병든 자를 안아주었던 육영수 여사 이야기만 나오면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듯 슬픔과 추억에 잠긴다.

박정희 육영수의 딸 박근혜의 탄핵이란 충격적인 상황 앞에서 이들은 세상이 뒤집힌 듯한 혼란을 느끼는데….

영화는 박정희를 가리켜 아직도 '위대한 영도자'라고 부르며 박근혜 탄핵에 눈물을 흘리는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습니다.

김재환 감독은 영화를 통해 대를 이은 박정희 부녀의 신화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찾으려고 합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지난봄, 박근혜씨의 정신 분석을 하려고 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정신을 분석하겠다는 전문가들은 없었다고 합니다.

<미스 프레지던트>를 놓고 진보 진영 측에서는 '독재자 박정희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라는 비판과 함께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냉정하게 그 시대와 사람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극우 보수단체나 박사모 내부에서도 여론이 갈리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좌파의 꼼수'라는 의견과 함께 '그래도 박정희,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재환 감독은 필자와 전화통화에서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종편에서 자신들 멋대로 상상하며 비판한다"라며 "진보, 보수 진영 모두 공통으로 영화를 비난하는 국민 대통합을 이룬 것 같다"라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박정희 신화'의 이유가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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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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