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100명에 물었다 "세월호, 우린 달라졌나"

[재난 보도 이제는 달라져야 ②] 재난 보도 언론인 설문조사

등록 2017.09.15 10:14수정 2017.09.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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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주>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은 무기력했다. '기레기'라는 조롱도 받아야 했다.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한국의 언론은 달라졌을까. <오마이뉴스>는 재난을 겪은 시민들을 만났다. 국내외 기자들과 전문가도 만났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한국 언론의 재난 보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가 언론의 재난 보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잘못된 재난 보도의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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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브리핑에 모여든 실종자 가족들 '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였던 2014년 4월 19일 오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및 일반 승객의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이용욱 당시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언론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 권우성


"한국의 재난 보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개선되었습니까?"

이 질문을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의 각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 100명에게 던졌다. 지난 3년 동안 각종 재난 보도를 취재한 경험이 있는 언론인이 대상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하고도 5개월이란 시간이 지나 건넨 뒤늦은 물음에 대한 대답에는 아직도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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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난보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개선되었습니까?’라는 질문을 전국의 기자 100명에게 던졌다. ‘대체로 아니다’라는 답이 43명으로 가장 많았다. 매우 아니라는 응답은 1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보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3명. 대체로 그렇다 6%순이었다. 매우 개선이 되었다고 생각한 기자는 없었다. ⓒ 정민규


세월호 이후 재난 보도가 개선되었느냐고 물었을 때, 18명은 '매우 아니다'라고 답했다. 43명은 '대체로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33명은 '보통'이라는 의견을 냈다. 대체로 개선되었다고 생각한 기자는 6명이었다. 매우 개선이 되었다고 생각한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국 언론의 재난 보도가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자극적인 보도에 문제가 크다고 답한 기자는 63명이나 됐다. 큰 편이라고 응답한 21명까지 더하며 84명이 한국 재난 보도의 자극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셈이 된다.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보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기자도 83명(매우 크다 39명, 큰 편이다 44명)으로 비슷했다.

"비전문적인 보도는 한국 언론의 재난 보도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는 82명의 기자가 '매우 크다(43명)'라거나 '큰 편이다'(39명)고 답을 해 왔다. '보통'이라고 생각한 기자는 16명. 작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자도 2명이 있었다.

전문적인 교육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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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한국 언론의 재난 보도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았을까. 매우 크다고 답한 기자는 39명. 큰 편이라고 답한 기자가 44명으로 다수(83명)를 구성했다. ⓒ 정민규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오보를 검증하기도 힘든 언론의 비전문성에 질타가 쏟아졌다. 이 때문인지 다수의 기자가 재난 보도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57명과 '중요하다'고 답한 39명을 더하면 96명이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보았냐?"는 질문에서 상황은 역전된다. 96명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있는데도 참여가 주저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64명의 대답이 '개인 업무 과다'였다. 그 다음으로 많았던 답변이 '회사의 이해 부족' (18명)이었다.

기자도 불안한 재난... 안전 장비 없이 내몰리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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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매우 그렇다’라거나 ‘대체로 그렇다’는 식으로 공감을 표시한 기자가 95명으로 다수 였다. 하지만 정작 지급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서 상황은 바뀌었다. ⓒ 정민규


32명의 기자는 재난을 취재하다 위험한 일을 경험했다고 했다. 이들만을 대상으로 다시 "위험을 겪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건넸다. 13명은 '안전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답했고, 7명은 '무리한 취재 지시'를 이유로 들었다. '불투명한 정보 제공'을 원인으로 보는 답변도 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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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취재할 때 헬멧이나 구명조끼 같은 안전장비를 항상 지급 받았다는 기자는 단 2명이었다. 지급 받은 적이 없다는 기자가 55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취재진의 안전 조차 확보되지 않는 게 한국의 재난이다. ⓒ 정민규


재난에서 취재진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비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71명이 '매우 그렇다'라는 의견을 밝혔고, '대체로 그렇다'라는 생각을 하는 24명을 더한다면 95명이 최소한의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재난을 취재할 때 헬멧이나 구명조끼 같은 안전 장비를 받은 적이 있냐"는 물음에 단 2명만이 '항상 지급받았다'라고 답했다. 절반에 해당하는 55명은 '지급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재난 보도, 우리도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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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학부모 BBC와 인터뷰 '세월호 침몰사고' 4일째인 2014년 4월 19일 오전 한 학부모가 영국 방송사인 BBC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이은 오보사태로 인해 국내언론에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해외언론의 인터뷰 등 취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 권우성


실제 재난 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인들 조차 여전히 우려를 갖고 있는 게 한국의 취재 현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예은 아빠' 유경근씨가 지난 4일 언론노조 KBS·MBC본부의 파업 집회에 참석해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친 건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들이 아니라 국민들"이란 말이었다. 유씨는 이날 울분을 토해내듯 이렇게 외쳤다.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바로 내가 또 다시 죽고 싶지 않아서,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피해자 가족이 찾은 건 한국 언론이 아니었다. 가족들은 한국 언론 대신 외신과의 인터뷰를 택했다.

과연 한국의 재난 보도도 달라질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 <오마이뉴스>는 일본 현지를 찾아, 동일본 대지진 등의 재난을 취재한 일본의 기자와 전문가들에게서 들어 본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덧붙이는 글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재난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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