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그만두고 도전한 '리뷰로 먹고 살기'

[인터뷰 100 ④] 리뷰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 <디에디트> 하경화 에디터

등록 2017.09.16 11:20수정 2017.09.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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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기도 어렵고, 재밌게 살긴 더 어려운 요즘. 하루하루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의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남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행복한 일을 하며 사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도 밥은 먹고 살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앞으로 기획 <인터뷰 100>을 통해 행복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디에디트>는 예쁘다.

PC로 봐도 예쁘고, 모바일로 보면 더욱 예쁘다. 뉴스 사이트는 물론 잘 나가는 블로그에도 덕지덕지 붙는 그 흔한 '구글 애드센스'도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쁘지 않으니까'.

에디터 H(하경화, 33)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에디터 M(이혜민, 31)과 함께 <디에디트>라는 리뷰 전문 사이트를 만들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쓰되, 남들보다 재밌고, 특별하고, 예쁘게" 만들고 싶었다. 하고 싶어서 차린 회사였지만, 처음부터 잘 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일단 한번 해보자 싶었어요. 망한다고 집안 거덜나는 것도 아니고 퇴직금 정도 투자한 거니까요. 에디터 M은 망할 거라고 생각했대요(웃음). 속으로 '선배가 하는 거니까 좀 도와주다가 나와서 취업해야지' 했다는 거예요. 근데 생각보다 잘 된 거죠."

'여자의 리뷰, 당신의 취향'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디에디트>는 에디터의 캐릭터와 색깔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립적, 객관적으로 쓰겠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에디터 H와 에디터 M은 술과 아이팟 등 어떤 제품을 리뷰하든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는 애플빠다' '난 이건 좋은데 저건 별로' 등 모든 걸 밝히고 시작한다. 리뷰에는 개인의 취향과 감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바엔 "그걸 여실히 드러내고 쓰겠다"는 거다.

'색깔있는 리뷰'를 선보인 지 1년,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디에디트> 에디터 H를 지난 7일 장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자 출신이 만든 '리뷰 사이트'... 자신있는 '예쁜' 제품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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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의 에디터 M(이혜민, 왼쪽)과 에디터 H(하경화, 오른쪽) ⓒ 디에디트


<디에디트>를 만든 에디터 H와 에디터 M은 모두 기자 출신이다. 에디터 H는 IT 전문지에서 일했고, 에디터 M은 패션지에서 일했다. 그러다 둘은 라이프 스타일 웹 매거진에서 만났다. 매체에 속해 있을 때에도 리뷰를 썼지만 어딘가 약간 아쉬웠다.

"IT 쪽에 있으면 리뷰가 중요한 콘텐츠예요. 시의성이 중요하니까 제품 출시 하루 만에 리뷰를 올리고 하거든요. 그러면 단편적인 걸 전달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제품을 한 8개월 정도 쓰다보면 다른 점이 보이거든요. 이런 점에 대해 다시 쓰고 싶어도 매체에서는 데스크가 잘라요. 할 일도 많은데 그걸 왜 또 쓰냐는 거죠."

그러다 구상하게 된 게 <디에디트>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자신을 투영"하는 요즘 사람들 트렌드에 맞게 "재미있는 소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기왕이면 '예쁘게', 광고없이 콘텐츠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고 싶었다.

"'예쁨'은 저희 콘텐츠의 중요한 요소예요. 디자인도 사용자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물건은 그걸 쓰는 사람을 더 멋지게 보여줄 수도 있잖아요. 좋은 제품 요소에 기능, 가성비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요."

취향과 '예쁨'을 고려해 만든 사이트에서 이젠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을 2번씩 리뷰하기도 하고, '돈벌이'와 상관없는 제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기존의 미디어가 '쓰는 사람'을 감추고 리뷰를 내보냈다면 <디에디트>는 쓰는 사람의 취향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리뷰를 작성한다.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리뷰'에 독자들은 관심을 보였다. 에디터가 각자의 선호를 드러내고 시작한 덕분에 이들과 취향이 맞는 독자들은 새 제품이 나올 때면 이들의 리뷰를 찾아보기도 한다. 독자와 에디터 사이에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다.

<디에디트> 역시 이런 독자와의 신뢰관계를 위해 사이트와 맞지 않거나 스스로 괜찮은 제품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으면 기업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모두 거절한다. 단순한 '리뷰'를 넘어 '취향'을 파는 매체가 되겠다는 거다.

"제가 생각해도 이게 괜찮다라는 전제가 없으면 티가 나요. 이걸 까다롭게 선별하는 게 지금 저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해요. 기존 매체였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 만약 들어온 걸 다 했으면 저흰 부자가 됐겠죠(웃음). 하지만 이걸로 일확천금할 것도 아닌데,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이런 이유로 <디에디트>에는 '광고성 기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리뷰하는 제품 중 90%가량은 직접 사거나 제조사로부터 잠시 대여한 것들이고, 네이티브 광고는 10%가량이다. '<디에디트>의 색깔을 지킨다'는 기준에 따르다보니 수익은 조금씩, 천천히 늘고 있다. 사이트는 2016년 6월 29일 문을 열었지만, 수익이 난 건 올해 1월부터다.

"그 전까진 둘 다 알바를 하면서 버텼어요. 지금도 외고 일은 계속 하고 있고요. 예전에 회사 다니던 때와 비교하면 수입은 많이 줄었죠. 규칙적으로 일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수익이 안정화됐다고 볼 순 없지만 지금은 돈을 벌기보다는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페이스북 미디어' 넘치는 시대... "자신만의 캐릭터 꼭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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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사이트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광고도 없다. ⓒ 디에디트


올해 초 '미디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메디아티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는 좀 더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들었다. 매월 20개 정도의 콘텐츠를 올리는데 월 평균 150만 정도의 트래픽이 나온다. 블로그에도 리뷰가 넘치는 '레드 오션' 시장에서 <디에디트>가 색다른 결과물을 내자 기존의 미디어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말에는 '취향을 공유하는 리뷰 매체'로 '저널리즘 컨퍼런스' 강단에 서기도 했다.

기존 매체 기자들은 <디에디트>를 만나면 '리뷰로 먹고 사는 법 좀 알려달라'고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다. 그래도 "쓰고 싶은 리뷰는 어떻게든 쓸 수 있고", 그 글로 다른 사람의 일상이 좀 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점은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써보고 소식을 전할 때 희열이 엄청나요. 지금도 제일 신날 때는 '리뷰 보고 이거 샀는데 너무 좋아요', 이런 댓글이 달릴 때예요. 대부분이 돈 받고 진행한 리뷰도 아니고 좋아서 쓴 건데 그걸로 다른 사람 인생이 좀 재미있어졌다고 생각하면 신나죠."

<디에디트>는 앞으로 영상 쪽에 좀 더 주력할 생각이다. 사이트를 만들 때에는 '글로 쓰는 리뷰'가 주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운영을 하다 보니 "섭섭할 정도로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트렌드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기 위해 20대 젊은 에디터도 새로 충원했다.

에디터 H는 <디에디트>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자신만의 캐릭터'와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콘텐츠가 쉽고 재미있어졌지만, "그걸 만든 기획자와 콘텐츠 제작자의 고민이 가벼워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좀 더 길게 보며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콘텐츠는 쉽고 재미있어야 하지만 정교해야 해요. 쉽게 보고 웃을 수 있지만 뚝딱뚝딱 만들어진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자신만의 캐릭터와 스페셜티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요즘은 페이스북만으로 미디어를 하는 분들도 많으신데 어떤 분들은 콘텐츠 도달 숫자가 안 나오면 끙끙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너무 그런 거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해요. 10만 명이 보고 끝난 것보다 100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봐주는 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거든요. 좀 더 길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디에디트 #에디터 H #에디터 M #하경화 #인터뷰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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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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