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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만 '올인'한 교육개혁, 더 넓은 시야로 봐야 한다

[당신이 놓친 다큐] EBS <다큐프라임>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대혁명'

17.09.22 16:29최종업데이트17.09.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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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좋아합니다. 다큐로 세상을 봅니다. 잘 만든 다큐는 많은데 ‘본방사수’는 쉽지 않은 요즘, 의미 있는 TV스페셜과 다큐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언제나 그랬다. 정권이 바뀌면 전리품처럼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제도부터 야심차게 뜯어고치고자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대입 제도 3년 예고제도 무색하게 김상곤 교육부 장관을 중심으로 수능 제도 개편안을 추진했다. 지금의 복잡한 수시 지원 방안을 간편하게 고치고, 학생부를 투명하게 관리 강화에 방점을 둔 개편안은 당장 올 대학 입시부터 실행을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최근 학생부를 둘러싼 문제의식의 격화와 함께 학부모들의 반발이라는 여론에 밀려, 수능 제도 개선은 한 해를 유보하는 거로 결론이 났다. 그런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3부작 '4차 산업 혁명 시대 교육 대혁명'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능 제도 개선 논쟁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식'인가를 질타하고 있다.

세상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 EBS


일본의 한 호텔, 투숙객이 호텔에 들어서자 그를 맞이하는 건 공룡 모습을 한 AI 직원이다. 호텔의 수족관에는 AI 물고기가 유영하고, 각 객실 손님의 요구에 맞춰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주는 직원 역시 AI다. 심지어 수고했다는 칭찬에 온몸을 흔들며 반응한다.

미국으로 카메라의 시선이 옮겨진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라딘, 그곳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처남과 매형은 이제 새로운 직업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들이 하는 일을 이젠 AI가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드론의 영역은 농약 살포, 배달, 고공 촬영 등 다양하게 뻗어 나가고 있는 중이고, 수학, 과학 분야의 많은 정보를 저장한 인공 지능 슈퍼컴퓨터는 이제 의학 분야에서 진단에서 치료법 처치까지 의사의 정확도를 뛰어넘고 있다. 학교라고 다를까, 선생님이 전달해 주는 지식은 이제 AI의 몫이 되어가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말한다. 4차 산업 혁명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그 한 가지는 AI로 인해 인간은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며, 상당수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루 8시간을 일하면서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인간과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며 불평불만이 없는 AI는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선생님도, 의사도, 물류센터 직원도, 배달도, 농사도 다 AI가 해주는 세상, 인간의 설 자리는 없을까? 그 해결 방법은 뜻밖의 곳에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4>에서 사막 경주용 자동차로 등장했던 랠리 파이터. 이 차를 생산하는 건, 3D 프린터,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하루에 한 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 자동차를 만드는 건, 온라인의 전 세계 사람들. 즉, 다큐멘터리가 주목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 '인간의 살길'은 바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협업'체계이다. 머리를 맞대어 인간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아이디어만이 4차 산업 혁명 시대 인간의 쓸모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지식을 아는 건 이제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없다

ⓒ EBS


클릭 한 번으로 AI를 통해 지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세상, 선생님의 역할과 의사의 역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선진국의 발전을 따라 하는 것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의 교육에서 '더 많은 지식'은 유효한 것이었지만, 이제 4차 산업 이후 '답이 없는 신세계'가 도래하는 시점에, 기존의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은 이제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창의적 협업'이란 무엇일까? 하버드 대학에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의 칠판이 교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만나 토의하고 토론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그 결과 하버드의 두 한국인 대학생은 서로 '이론'과 '실험'의 다른 분야 학생이지만, 그 칠판에서 만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런 식이다, 분야, 전공, 교수, 학생, 이런 기존의 프레임이 이곳에선 그 틀을 박차고 나온다. 그리고 이게 바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협업'이다.

이런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세계의 교육 제도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고민하던 일본은 새 시대에 맞는 글로벌 인재 양성에 맞추어 IB 교육 제도를 도입하고, 2020년까지 객관식 대입 시험 센터를 폐지한다 발표했다. 특정 과목에 연연하지 않고 글로벌 인재 양성에 목적을 두고 쌍방향 소통의 교육 방식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 방식을 채택했다.

일본의 새 교육 제도와 우리의 수능을 양쪽 학생들의 시험을 통해 비교해 본다. 우리의 수능 문제는 긴 지문과 5지 선다형의 선택 문항이다. 이 시험지를 본 IB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당혹스러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IB 식은 한 시를 제시하고, 이 시의 문학적 해석을 쓰는 식이기 때문이다. 한 번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시험, 그에 반해 자신의 서술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평가의 여지가 있는 시험.

그런데 바로 여기서 우리의 현실이 등장한다. IB 시험을 친 우리 학생의 반응, 객관적 채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바로 이 지점이다. 수능 시험 제도 하나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학생부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나라에서, 과연 이 서술형의 창의적 시험 제도가 가능할까?

학교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 EBS


2012년에 설립된 샌프란시스코의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와 강의실이 없는 4년제 대학이다. 전 세계 7개국의 기숙사를 옮겨 다니며 전 세계의 학생들과 교류하며 온라인 토론을 중심으로 한 거꾸로 수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싱가포르의 변화는 대표적인 대학 난양 공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곳 역시 모든 수업을 동영상으로 미리 예습하고 수업은 학생들의 토론과 토의의 거꾸로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프랑스 자동차 회사와의 자율 주행차 협력을 비롯해 7000여 개 글로벌 기업과의 산학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교수의 역할은 지켜보며 조언을 하는 것에 그친다. 세계 11위 대학의 현재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대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라는 기존의 분류 대신, 4차 산업 혁명의 새로운 기술력을 습득한 뉴 컬러와의 또 다른 계급적 구분이 사회의 차별을 낳을 것이라 예고한다.

물론 우리나라라고 해서 그저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지력, 심력, 자기 관리력, 인간 관계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5차원 수용성 교육이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도입되어 '자기 경영서'를 쓰며 자기 주도적 학습 활동을 유도한다. 카이스트에서는 EE CO-OP 인턴십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3, 4학년들이 전공 관련 기업에서 6개월간 인턴십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5차원 수용성 교육이란 좋은 제도가 입시 제도와 학습 위주의 수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전문가는 시험의 변화를 선행적으로, 제도와 학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일방적 지식 전달의 교육 방식, 교수, 선생의 권위, 그리고 학제의 개편이라는 이 엄청난 변화를 현재의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이 수용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 그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느냐, AI에게 직업도 주도권도 빼앗기느냐, 그 기로에 선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우려스럽게 우리의 교육 제도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BS다큐 프라임-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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