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안 돼 힘들지만 한국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요"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에 유학 온 7명의 카자흐스탄 학생들

등록 2017.09.22 18:24수정 2017.09.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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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어리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지도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21일 오후 2시 반,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교장 조순이)에 들러 카자흐스탄에서 유학 온 학생들을 만났다. 카자흐스탄 파견교사 1명과 학교 기숙사에 기거하며 공부하는 7명의 학생들은 고려인 4세대에 속한다.

교실에 들어가니 특별활동 중 하나인 '4-H회 그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토피어리 교육 중이었다.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하는 7명의 학생 중 5명은 외국출신이라는 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국학생들과 똑같다. 두 명은 현지인과 결혼한 고려인 후손이다.

전라남도 교육청, 키르기즈 공화국 학생 초청 직업교육실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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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학생들 모습 ⓒ 오문수


이들이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계기는 전라남도교육청의 특별한 사업 때문이다. 전라남도교육청( 교육감 장만채)에서는 지난해부터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고려인 사회 차세대 인재육성과 전남 특성화고 위상 제고를 위해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년차인 올해 전라남도에 위치한 특성화고에 입학한 학생 수는 15명. 이 중 8명이 여수정보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향수병에 걸린 1명은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3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창의적 체험활동과 문화체험, 기술교육을 받은 후 고등학교 졸업장을 수여받을 예정이다. 이 교육에 참가하게 된 학생들은 카자흐공화국 알마티한국교육원과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 등이 주관한 선발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추천된 인재들이다.

학생들의 말에 의하면 "40명이 지원해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C)에 합격한 학생 중에서 선발됐다"고 한다. 7명 모두 초급인 TOPICⅠ(1-2급)을 통과하고 중급인 TOPICⅡ(3-6급)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가?"를 묻자 '언어'라고 말했다.


양지아나 양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어렵다"고 말했지만 주가이 빅토리아 양은 "새로운 문법을 배울 때가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디자인과에 재학중인 김이리나 양이 대답했다.

"매일 화상통화를 해서 이젠 익숙해졌어요. 장래 사진을 전공해 디자인 분야에 진출할 꿈을 갖고 있습니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한국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요."

한국에 온 지 7개월 정도 되면서 한국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염카리나 학생은 매사에 적극적이란다. "급식 음식이 맛있어요. 특히 비빔밥, 볶음밥이 맛있어요. 카자흐스탄 과자는 약간 소금기가 있는데 한국과자는 달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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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파견교사인 김마리나 교사는 고려인 4세이다. 경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 석사자격을 취득한 그녀는 카자흐스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학생들의 엄마 겸 언니역할도 하는 그녀는 영어에도 능통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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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리나 교사가 카자흐스탄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 오문수


이들의 생활과 한국어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김마리나 교사는 카자흐스탄 파견교사이다. 경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녀는 한국생활 7년차로 영어도 능통하다. "한국에 살 계획이 있다"는 그녀는 "카자흐스탄에서는 교사나 의사보다 공무원이 더 인기 있다"고 말했다. 

도서부장으로 카자흐스탄 학생들의 교육과 생활을 담당하는 추경란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양지아나 학생은 한국에 온 지 몇 달되지도 않았는데 평균이 70까지 올랐어요". 학과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금융정보학과를 선택한 양지아나 학생은 "앞으로 금융계통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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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리나 교사로부터 한국어 수업을 배우는 학생의 노트 모습 ⓒ 오문수


조순이 여수정보과학고 교장은 "카자흐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받은 문화충격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 버리지 못하고 기숙사까지 가지고 돌아 왔어요"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야무지게 말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길 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과 전남교육소식지에도 송고합니다
#여수정보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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